[전통시장 탐방] 영천시장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온다.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론 독립문이 보인다. 웅장하다.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독립문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바로 보이는 작은 광장을 통해 가면 시장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영천시장이다.

 

서대문 독립문역 사거리에서 5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천시장. 이 지역은 옛날 독립문 공원 뒤 안산(금화산)에 오르면 약박골이라는 약수터가 있었고 이 약수를 마시면 모든 병이 나아 '영천약수' 라고 불리면서 영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후 영천시장은 영천에 위치한 시장으로 불리며 60년대 초반 먹거리와 맛집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지나간 옛것과 추억을 나누기 위한 곳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2011년 전통시장 등록으로 리모델링하고 지역주민에게 더욱 친근한 시장으로 거듭났다.

 

입구에서 맞이해주던 떡볶이집이 텅 비었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는 등 인기를 끌었던 떡볶이집. 행방을 모르지만 사라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간판이 있던 자리엔 ‘불조심’이란 커다란 현수막만 붙어있을 뿐. 아직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사라졌다니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면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꽈배기는… 다행히도 남아있다. 그 인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꽈배기 4개 1000원, 찹쌀도너츠 6개 1000원, 팥도너츠 2개 1000원으로 가격도 그대로다.

둘러보니 ‘티켓통’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자랑거리였던 ‘고루고루 도시락뷔페’도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손님들의 발길은 이어진다. 굳이 도시락뷔페를 하지 않아도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에 가게마다 비닐 천막을 씌우고 있다. 영천시장의 매력인 노점상엔 손님이 보이질 않는다. 애매한 시간대이기도 하지만 날씨가 추워서인지 대부분 포장만 해간다. 그래도 손님들이 꾸준하게 찾는다. 노점상 의자에선 온기가 느껴지진 않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얼굴에선 온기가 느껴진다. 하루 종일 음식을 하다 보니 추위도 잊은 듯하다. 노점상에선 분식을 판다. 떡볶이는 기본이고 잘 튀겨진 튀김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종류도 다양하다. 만두, 김말이, 새우, 오징어, 고추 등. 모락모락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냄새에 어떻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포장을 해가는 손님도, 포장을 해주는 상인도 뿌듯한 얼굴이다. 음식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해진다.

 

시장 중간에 있는 큰 마트는 언제나 인기다. 입구에 저렴한 과일은 부리나케 팔려나가고,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할인하기 때문이다. 할인하는 품목이 적힌 전단지가 마트 곳곳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마치 만국기 같다. 그렇게 정신없는 마트를 지나고 나니 정갈한 반찬가게들이 보인다. 흔한 반찬가게들과 다른 게 없지만 유독 눈에 띄는 한 가게. 이곳은 반찬이 아니라 국거리를 판다. 추어탕, 육개장, 곰국, 선지해장국 등. 집에서 끓여먹기 번거로운 것들 위주다. 가마솥에 끓인다. 약 5인분정도 씩 포장해 판다. 1만원에서 1만5천원 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 1인 가구, 바쁜 직장인들에게 딱 좋은 상품이다.

 

분식 외에도 맛있는 먹거리도 넘친다. 겨울의 별미 호떡과 붕어빵, 시장 통닭, 족발, 수제 어묵 등. 특히 영천시장엔 횟집이 많다. 회를 따로 포장해서도 팔지만 먹고 갈 수도 있다. 수조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에겐 미안하지만 싱싱한 횟감으로 밖에 안 보인다. 모듬회부터 매운탕 거리까지 다양하다. 포장전문으로 하는 가게에선 젓갈도 함께 판다. 횟집에 젓갈을 함께 파니 더 괜히 더 싱싱해 보인다.

자장면집도 보인다. 얼핏 보면 분식집으로 보인다. 자장면, 탕수육, 짬뽕, 만두 등. 기본 메뉴는 갖춰졌다. 배달은 안 돼도 전메뉴 포장이 가능하다. 시장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자장면집이 신기하다. 시장 상인, 시장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안에선 저녁시간을 준비하는 상인이 분주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시장 끝으로 갈수록 싱싱한 생선, 과일, 채소가 많다. 그래서 더 북적인다. 한쪽엔 시장바구니를 끼고 상품을 고르는 아주머니들의 폼이 닮았다. 시장 길도 잘 닦여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비록 시장의 자랑거리였던 떡볶이집과 ‘고루고루 도시락 뷔페’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인기 많은 영천시장. 다행이다.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다. 젊은 상인들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영천시장은 여전하다. 노점에 앉아 먹는 분식, 다양한 먹거리, 싱싱한 상품들까지. 계속해서 더 사랑받는 영천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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