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설날이 지났습니다. 추석과 설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입니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이고, 자주 만날 수 없는 부모형제들이 함께 모여 가족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혈육의 애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절이 바로 명절날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슬프고 애처로운 일도 명절에 부모형제들이 함께 모이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은 없습니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왕유(王維)가 읊은 “타향에서 외로운 나그네로 홀로 지내다 보니 즐거운 명절을 만날 때마다 어버이 생각 갑절로 나네(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라는 시에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 생각, 부모형제 생각 간절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이번 설날에도 수천만의 국민들이 명절을 맞아 고향에도 가고 성묘도 하면서 인구의 대이동이 있었습니다. 교통이 그렇게 불편하고 고속도로가 대형 주차장이 되는 고통을 당하면서 꾸역꾸역 고향을 찾고 부모형제를 찾아가는 어려움을 감내할 줄 아는 국민이 바로 우리 민족입니다. 

“이 늙은 아비가 세상살이를 오래 경험하였고 또 어렵고 험난한 일을 고루 겪어보아서 사람들의 심리를 두루 알게 되었는데, 무릇 천륜(天倫:부모형제에 대한 애정의 윤리)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믿을 수도 없다. 비록 충성스럽고 인정 있고 부지런하고 민첩하며 온 정성을 다하여 나를 섬겨주더라도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 대개 온 세상에서 깊은 은혜와 두터운 의리는 부모형제보다 더 한 것이 없는데 부모형제를 그처럼 가볍게 버리는 사람이 벗들에게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이치다. 너희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도록 해라. 무릇 불효자는 가까이하지 말고, 형제끼리 우애가 깊지 못한 사람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示學淵家誡)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자기의 부모형제들에게는 가볍고 소홀하게 지내면서 친구들에게 온 정성을 바치는 경우, 그들을 절대로 믿어서도 안 되고 가까이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친구를 사귈 때도 불효자나 형제끼리 우애가 옅은 경우는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다산이 큰 아들 학연에게 내려준 교훈적인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천지가 개벽되고 온 세상의 윤리와 도덕이 깡그리 무너졌어도 명절만 되면 죽을 고생을 무릅쓰고 부모형제를 찾고 고향을 방문하는 우리의 민족성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새삼스럽게 다산의 말씀들을 거론하고 싶었습니다.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니고 강요하거나 벌을 받을 일도 아닌데, 인간의 본성과 천성은 부모형제를 그리워하고 또 깊이 생각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본성과 천성을 살려내어 더 적극적이고 강고하게 부모형제들에 대한 정의와 애정을 살려내야만 합니다. 

가족끼리 저지르는 흉측한 죄악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재산 싸움으로 부모형제간의 패악한 행위가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오늘, 명절을 맞이하면 그리워지는 그 짙은 애정을 생각해서라도 다산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효제(孝弟)의 의리(義理)가 온 세상에 가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 가난해도 권력에서 소외되었더라도 화목한 가정에 효제의 윤리가 굳게 자리하고 있다면 얼마나 따뜻한 세상이 될까요. 명절을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라도 지녀본다면 세상이 얼마나 훈훈해지겠는가요. 모두가 노력할 일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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