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제1야당 전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준비가 한창이지만 흥행은 ‘기대밖’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의 우경화가 노골화되면서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후보들과 태극기부대의 막말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여론이 연일 악화되면서 당 지도부와 각 후보들이 과격 행동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대 분위기가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면서 ‘소탐대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어수선한 한국당 분위기를 살펴봤다.

 

태극기 부대와 ‘막말’ 쓰나미가 멈칫하고 있다.

‘김진태 후보 윤리위 제소’를 이유로 욕설과 야유를 받아 발언까지 중단했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밖에서 국민들이 한국당 전당대회가 엉망이 돼가고 있다고, 야유가 넘치고 과도한 발언들이 넘치고 있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야유가 나올 때마다 박수 소리로 그 야유를 덮어 달라”고 요청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분위기 자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각 후보 지지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라도 한 듯 야유 대신 환호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까지 경험한 우리가 욕하거나 비판할 말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때와 장소가 있다”며 “진정한 우리 당원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자”며 분위기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대통령’이라고 막말해 논란이 됐던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그동안 사려 깊지 못한 언행으로 전당대회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싸늘한 여론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태극기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을 조사한 결과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은 57.9%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답변이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6.1%였다. 대구·경북(단절 36.9%·포용 43.8%)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과 연령에서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와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포용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멈추지 않는 ‘색깔론’

하지만 5.18 망언에 이어 당의 극우화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서울대 트루스포럼’과 함께 ‘탄핵질의서 국회 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의 부당성을 공론화하는 등 한동안 ‘자기 색깔 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전대는 미래 비전 제시와 당 일치 보다는 ‘내부 분열’과 ‘우경화’로 요약되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선명한 주장을 앞다퉈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집중포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로 쏟아지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을 향해 “우리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 아우성인데 북한에 돈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팎의 비판에 김진태 의원은 이전보다 수위를 조금 낮추는 분위기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싸우러 나온 것이지 우리 당 후보들과 내부 싸움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며 “정권과 함께 싸울 사람이라면 힘을 합쳐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등에 있어 다른 입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무능한 정권”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저들을 심판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준교 후보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분배 정책을 한다며 민간 자산을 국유화하고 제멋대로 나눠 국가 기관 산업이 무너졌다”며 “우리도 이렇게 될까봐 정말 걱정스럽다. 베네수엘라에 마두로가 있다면 ‘문두로’가 있다”고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당 전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회전이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이 좌경화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야 되겠느냐”며 “좌경화 이념편향 정부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기존의 색깔논쟁에 불을 지폈다.

태극기 부대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김진태 의원은 “전당대회는 흥겨운 뜨거운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다른 후보께도 뜨거운 박수 보내주길 부탁드린다”며 자제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이전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강성 후보들도 수위만 낮췄지 기조는 비슷하다.

전대 의장인 한선교 의원은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문제 될 거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의 우경화가 현재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가오는 총선과 차기 대선을 생각하면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발목잡기가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우경화와 막말 논란으로 어수선한 한국당 전대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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