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배가 말한다 “인생이란…”
100세 할배가 말한다 “인생이란…”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2.2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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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포스터

2010년 스웨덴 베스트셀러상, 2011년 독일 M-피오니어상, 덴마크 오디오북상, 2012년 독일 부흐마크트 선정 최고의 작가 1위, 프랑스 에스카파드 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만 110만 부 이상 판매,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되어 6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의 소설이다. 이 책이 영화로 나왔다. 같은 이름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년 개봉)이다.

10대 때부터 폭탄 제조의 달인으로 남다른 능력을 보유한 알란 칼슨(로버트 구스타프슨 분). 20대엔 폭탄 실험 중 실수로 이웃 식료품 가게의 주인을 죽게 해 위험인물로 분류된다.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생체실험까지 당한다. 30대엔 특기를 살려 스페인 내전 참전. 그러던 어느 날 폭탄 실험 중 우연히 지나가던 파시스트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며 그의 최측근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 40대엔 미국 원자폭탄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우연히 해결,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과학, 정치 멘토로 활동했다. 60대엔 미국 CIA요원으로 발탁되어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로 활약해 어쩌다 보니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일조하게 된다. 100세 생일을 맞아 다시 모험을 떠난 알란. 우연히 갱단의 검은 돈을 손에 넣게 되며 기괴한 여정을 떠난다.

놀랍게도 알란의 20대부터 100세까지를 로버트 구스타프슨 혼자 연기해냈다. 허옇게 샌 머리에 쭈글쭈글한 주름, 구부정한 걸음걸이의 100세 할아버지의 눈동자에서도 장난기가 가득한 20대의 알란이 비춰졌던 이유다. 스웨덴의 류승룡이라 불리는 로버트 구스타프슨. 그가 감쪽같이 할아버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그의 화려한 이력이 밑바탕이 되었다. ‘스웨덴에서 가장 웃긴 남자’,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으로 불리는 로버트 구스타프슨은 목소리의 범위와 다양한 악센트를 구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아이스에이지>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2001), <로봇>(2005) 등의 스웨덴 더빙에 참여하기도 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기력과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사람을 웃기는 매력까지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영화는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젊은이들과 마주하게 되는 알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불안해하는 청춘들에게 알란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괜히 고민해봤자 도움 안 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고, 세상은 살게 돼있어.” 알란의 엄마가 남긴 말이다. 알란의 인생을 좌우한 말이기도 하다. 알란은 그렇게 100년을 살았다. 그리고 그 세월을 젊은이들에게 전한다. 별것 아니니 너무 걱정 말라며…. 위로하는 그의 표정은 심각하지도,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덤덤하다.

알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100세인 알란이 떠난 여정.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사이마다 알란의 10대부터 현재까지가 보여진다. 그가 살아온 인생은 걱정이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 것들이 없어도 인생은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다보니 이런 인연 저런 인연을 만나게 되고, 맨해튼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우연히 해결하는가 하면,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일조하게까지 된다. 흘러가는 대로 살았더니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고 안 좋은 일은 알아서 흘러간다. 지쳐있는 청춘들을 재치 있는 할아버지가 가볍게 위로한다. 그런 영화다. 세월은 다 알아서 잘 흘러간다고, 고민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말이다. 메시지를 전달할 만큼 영화가 무겁지 않으니 지친 일상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다. 아,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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