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야외 민속박물관 스칸센을 아십니까?
세계 최초의 야외 민속박물관 스칸센을 아십니까?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2.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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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처음 간 것은 고2 때. 가장 친한 친구와 모험 삼아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3번쯤 갈아타고 그곳에 가봤다. TV 사극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들떴고, 주막집에서 파는 파전이 맛있었다. 고2라고는 절대 믿어지지 않는 성숙한 외모 탓에 막걸리도 한 주전자 마시고 주막집 평상에 한참을 쭉 뻗어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두 번째는 그로부터 15년 쯤 지난 후 신문사 기자 생활 몇 년차 쯤 됐을 때다. 모 사진 전문 월간지 편집장인 ‘자의반 타의반 존경하는’ 선배가 아주 이른 아침 일찍 민속촌으로 오라는 ‘사실상 지시’를 했다. 아직 민속촌이 문도 열지 않은 시간인데.

 

영하의 날씨가 아직인 2월의 스칸센. 날이 맑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노년의 부부 등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영하의 날씨가 아직인 2월의 스칸센. 날이 맑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노년의 부부 등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알고 보니 그 잡지사에서 주최하는 누드 사진 대회였다. ‘누드 출사’라고 부르던데, 모델 15명 정도가 민속촌 여기저기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참가자 120여 명이 조선시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누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문을 열기도 전 이른 시간에 두 시간 정도 ‘출사’가 진행됐다. 편집장 선배는 내게 취재를 요청했던 것이다. ‘사실상 지시’로.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용인의 한국민속촌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다. 나처럼 한 두 번 쯤 가본 사람도 많지 않고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강원도나 전라도 경상도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해외에서 교포로 사는 사람들 중에서는 민속촌을 가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유르고덴(Djurgården). 과거에는 국왕의 사냥터였고, 지금은 일명 ‘박물관의 섬’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스칸센(Skansen)’이라는 세계 최초의 야외 민속박물관이 있다. 1891년에 스웨덴의 민속학자이며 교육자인 아르투르 하셀리우스(Artur Hazelius)이 만든 곳이다. 스웨덴판 민속촌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스웨덴 각지에서 옮겨온 17∼20세기의 건물과 농장 등 150여 개의 스웨덴 전통 시설이 있다. 하셀리우스는 각 지방의 특색이 잘 드러나 있는 실제 건물을 매입한 후 이를 그대로 다시 조립했다. 교회와 풍차, 일반 농가와 스투가(Stuga)라고 불리는 작은 움막, 제법 큰 저택 등 다양한 건축물을 통해 각기 다른 신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거주했는가를 보여준다. 한국 민속촌과 마찬가지로 견학과 체험 학습이 가능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1729년에 건축되고 1916년에 스칸센으로 옮겨온 세그롤라 교회, 17세기의 영주저택 등이 유명하다. 스웨덴에 사는 2년 동안 8번인가 가보았다.

 

휴일의 스칸센에는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빠들을 보기가 쉽다. 시내 중심가에 인접해 편안한 산책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사진 = 이석원)
휴일의 스칸센에는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빠들을 보기가 쉽다. 시내 중심가에 인접해 편안한 산책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사진 = 이석원)

몇 년 전 자료이기는 한데, 스톡홀름 시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스톡홀름 시민 중 스칸센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 89%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 중 또 80% 이상은 10회 이상 가봤다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 중 62%는 스칸센의 연중 회원권을 소유해본 적이 있다고 했고, 매년 10회 이상 갔다는 사람도 50%가 넘었다고 한다.

2016년 스웨덴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가 스톡홀름 시민에게 “스톡홀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이라고 한 질문에 55% 정도가 스칸센을 꼽기도 했다. 날이 맑은 날이면 스칸센에서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유였다고.

이쯤 되면 스칸센은 스톡홀름의 유명 관광명소가 아니라 스톡홀름 시민들의 앞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칸센을 찾는 스톡홀름 시민 중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중 회원권을 끊고 집 앞 산책하듯 가족과 함께 일상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스칸센에서는 스톡홀름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명절 행사나 무료 콘서트 등이 많이 열린다. 입장료에 관람료가 포함된 클래식 콘서트나 오페라, 재즈와 팝 등의 음악공연은 물론, 민속무용과 민속음악 등의 공연도 다양하게 열린다.

특히 스웨덴의 중요한 명절인 4월 30일의 ‘발보리(Valborg)’ 때는 스칸센 마당에서 커다란 모닥불이 타오른다. 또 국경일인 6월 6일에도 대규모 경축행사도 개최되는데, 전통 복장을 한 스웨덴 국왕 가족이 왕궁에서부터 마차를 타고 시내를 행진한 후 스칸센까지 온다. 6월 말 하지 축제(미드솜마르 Missommar)도 스칸센에서 열리고, 크리스마스 행사와 12월 31일 밤의 새해맞이 행사도 스칸센이 무대다.

 

아이들을 이끌고 가족들이 소풍을 나오는 것도 흔한 모습이다. 소시지 등을 가져와서 곳곳에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구워먹는 모습이 정겹다. (사진 = 이석원)
아이들을 이끌고 가족들이 소풍을 나오는 것도 흔한 모습이다. 소시지 등을 가져와서 곳곳에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구워먹는 모습이 정겹다. (사진 = 이석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은 가족과 오는 것과는 별도로 학교에서 종종 체험 학습으로 스칸센을 찾는다. 자기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 만들어온 전통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엄마 아빠와 함께 현장 학습 차원에서 오는 어린이도 많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러,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러 오기도 한다.

또 스칸센에는 북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동물원도 있다. 말, 소, 닭, 오리 등의 전통적인 가축은 물론 갈색곰, 엘크, 순록, 늑대, 스라소니, 바다표범 등 북유럽 고유종 동물과 북유럽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스웨덴, 특히 80만 명이 사는 스톡홀름인데, 스칸센을 찾는 사람은 매년 150만 명이 넘는다.

서울보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톡홀름이지만, 스칸센의 입장료는 성인 140크로나(약 1만 6800원), 학생 120크로나(1만 4500원), 어린이(4~15세) 60크로나(7200원)이다. 한국 민속촌의 경우 현재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 7000원, 아동(36개월~13세) 1만 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서울보다 훨씬 물가가 비싼 스톡홀름을 감안하면 스칸센은 ‘착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스칸센의 연중 회원권은 295크로나, 약 3만 5500원이다.

시내 한 복판에서 걸어 갈 수 있는 접근성, 다른 유명 박물관 등과 걷는 거리로 인접한 연관성, 그리고 연중 회원권으로 1년 내내 입장할 수 있는 경제성으로 스톡홀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칸센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 학습 효과까지 여러 방면에서 시민들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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