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비결? 분위기 좋지, 열정 넘쳐나지∼
인기비결? 분위기 좋지, 열정 넘쳐나지∼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2.2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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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우림시장

 

우림시장은 1970년 초부터 복개한 도로 위에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196개의 점포가 밀집되어 있는 전형적인 골목형 재래시장이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림시장은 그저 평범한 재래시장이었다. 좌판 등이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물론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극히 불량한 주변 환경상태였다. 또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생기면서 상인들의 매출이 감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0년 2월부터 중랑구청 공무원들이 협조한 결과 전국에서 재래시장으로는 가장 돋보이는 변화를 가져왔다. 다른 시장에서는 매출이 감소하는 데도 오히려 우림시장은 20~30%씩 증가했다. 150대에 이르는 카트기 설치, 배달 서비스를 위한 택배차량 운행, 6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 등 상인들이 합심해 끊임없이 새로운 마케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망우역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망우역사거리를 지나 망우사거리 가기 전이다. 버스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니 바로 우림시장이 보인다. 입구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늦은 오후. 해가 길어져 아직은 밝지만 골목형 시장들은 대부분 자연광이 들어오기 어렵다. 시장 전체 조명도 아케이드에 설치돼있지만, 그보다는 가게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모여 시장을 밝힌다. 북문으로 들어간다. 떡하니 ‘우림시장’이라고 적힌 간판엔 시장의 마스코트 소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족발, 순대집이다. 저녁 메뉴 겸 술안주로 좋은 음식이다. 인기가 많은 가게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아저씨는 족발을 사가고 아주머니는 순대를 사간다. 상인은 족발 꺼내 썰랴, 순대 꺼내 썰랴 분주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사람들이 꽤 몰려있는 가게가 보인다. 바로 시장 카페다. 시장 안에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가 있는 것이다. 가격도 저렴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시장을 들어가는 사람들, 굳이 시장을 보지 않더라도 일부러 들러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카페라고 생각하는데, 시장 안에 있는 카페가 이렇게 성업 중인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 아닐까. 꽤 젊어 보이는 카페 사장은 바빠도 한결같은 미소를 유지한다.

 

 

좀 더 들어가니 또 다른 우림시장의 간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 골목이 이어진다. 우림시장은 골목형 구조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시장이 아닐까. 양 옆으로 늘어선 상점들, 그 한 가운데로 노점상이 주욱 이어진다. 여느 시장들에 비해 노점상도 활발한 분위기다. 노점상들은 대부분 길거리 음식을 파는데, 양옆에 있는 상점들이 물건을 진열해 놓는 공간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꺼내놓은 물건들을 본 손님들이 자연스레 가게로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다.

 

입구 쪽엔 시장을 대표하는 맛집들이 있다.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로 넘쳐나는 곱창집부터 순대국집, 족발집, 떡볶이집 등. 맛집도 물론이거니와 앞서 소개한 길거리 음식들은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장을 보러 온 건지 먹으러 온 건지 지나가는 사람들 손엔 저마다 음식봉투가 들려 있다. 겨울의 별미 호떡, 붕어빵에 닭꼬치, 꽈배기 등. 특히 수제어묵집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튀김어묵도 인기지만 뭐니뭐니해도 국물어묵이 최고. 시장을 보다 차가워진 몸을 데워주는 따끈한 어묵국물.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 가게를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 듯.

 

 

맛집 외에도 시장에선 싱싱한 수산물과 채소, 과일들도 다양하게 판다. 의류가게도 있다. 남성복, 여성복 모두 아주머니들에게 인기다. 옷가게들은 흡사 동대문 옷시장 느낌도 풍긴다. 얼마나 많은 옷이 주렁주렁 걸려있으면 가게 출입문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한 인테리어가게 문 앞엔 벗어놓은 신발들이 빼곡하다. 무슨 모임이라도 갖는 건지 아주머니들이 가게 안에 모여 있다. ‘계모임’ 포스가 느껴진다. 가게 앞에 벗어 놓은 신발들이 퍽 정겹게 느껴진다. 시장 대부분이 그렇다. 한가한 상인들은 모여 수다도 떨고 이것저것 공유도 한다. 그런 소소함이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참 훈훈한 풍경이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많아져도 우림시장을 찾는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주차장도 완비돼 있고 카트도 마련돼 있는 등 대형마트에 밀리지 않는 서비스로 무장하고 있다. 거기다 대형마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훈훈한 분위기와 신선한 상품들, 또 그만큼 부지런히 노력하는 상인들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손님들이 꾸준히 오가는 바쁜 와중에도 작은 쓰레기 하나까지 신경 써서 청소를 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우림시장의 인기비결을 알 수 있다. 훈훈한 분위기만큼 넘치는 상인들의 열정이 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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