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어떻게 보나.

▲ 오히려 전 정권과 달라진 게 없다. 정부의 정책실패가 제일 컸다. 오히려 일자리도 줄었다. 복지후퇴와 글로벌 경기침체도 한몫했다. 2200만 노동자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전체적으로 나아지지 못했다. 이들의 소득이 높아져야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만 1100만 명이다. 여전히 비정규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임금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

 

- 최저임금도 논란이 많다.

▲ 이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시대적 요구였고 지난 대선 때는 보수층마저 공약했던 사안이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요구가 급등했고 대선주자들도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 소수 자본가 집단의 독점체제를 재고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분배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켜지지 못했다. 생활수준을 높일 임금체제가 무너졌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받는다 해도 그러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인 가족 한달 평균생활비가 400만 원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 해도 한달에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3인 가족생활비도 안 된다. 이것이 왜곡되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과 갈등만 키웠다. 자영업자들은 로열티와 카드수수료 등으로 온갖 횡포를 당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 ‘노동존중사회’는 요원한 실정이다.

▲ 사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도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다. 쌍용자동차 문제만 해도 30명의 노동자 죽음이 있었고, 간신히 해결된 파인텍 문제도 시민사회가 집단으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풀린 것이다. 정부가 먼저 나선 것은 없다. 콜텍 장기투쟁 문제와 얼마 전 타결된 전주택시 고공농성 문제를 봐도 그렇다. 정부는 노동인권존중사회를 말했지만, 존중받은 것은 전혀 없다. 이번의 김용균 비정규직 청년 사망문제만 해도 정부가 제대로 한 일이 없다. 시민사회의 힘이 이뤄낸 것이다. 함께 마음을 실어주고 함께 연대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 시켜온 시민의 힘이 촛불정부가 해내지 못한 요구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아직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들이 빛을 잃지 않았다.

 

- 집권 중반기 촛불정부의 노동정책 어떻게 보나.

▲ 안타깝지만 어떤 것도 진전된 게 없다. 촛불항쟁을 지나면서 좀 더 다른 사회로 가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삶이 안정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동체문화를 꿈꿨다. 절대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들에 대한 진전된 정책적 변화요구가 있었다. 그 핵심이 비정규직 철폐다. 정부가 집권초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지만, 진전된 게 없다. 전교조 노동권보장도 안 되고 있다. 최저임금공약도 물 건너간 상태다. 몇% 올려놓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법안을 개악하면서 ‘앞에서 주고 뒤에서 빼앗는’ 상황이 돼 버렸다.

 

- 비정규직 개혁, 손을 놓은 것 아닌가.

▲ 지난번에 정부가 산은법(産銀法)도 졸속 추진했고, 김용균 법도 형식적으로 통과시켰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삶과 직결된 평범한 사람들의 핵심적인 노동정책 사안에 대해서 거의 진전된 게 없다.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대표들이 고 김용균 씨의 유언과 같이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과의 직접 만남’을 요구해왔다. 해가 바뀌었지만 만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촛불항쟁을 통해 한국사회 노동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변화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 자영업들도 몰락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삶도 최저다.

▲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최고 악법이었던 반 노동법들을 먼저 폐기해야 한다. 비정규직 법과 하청업체 파견문제 등을 없애고 정상적인 고용이 최소한 보장되는 사회로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그나마 안정되게 살아 갈 수 있다. 지금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법마저 모두 무력화 된 상태다. 노동3권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소수 독점재벌들의 탐욕과 자본축적이 무한대로 허용되는 사회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모든 게 헛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법을 적극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 현재 노동자의 집 ‘꿀잠’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데.

▲ 지금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비정규직 철폐다. 꿀잠은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작으나마 휴식을 취하고 힘을 비축하는 충전소다. 이런 공간들을 통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같이 모색하면서, 각종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장과의 연대도 필요하다. 꿀잠은 계속해서 다양한 연대와 지원 사업을 지속해 갈 것이다.

 

-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할 당시 저도 공대위에 참여했었다. 그때 최동렬 회장이 공장과 사옥을 처분한 뒤 공중분해 시키고 먹튀 했다. 그런 역경 속에서 기륭전자 투쟁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부각시키고 남은 주체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또 연대해 왔던 사람들의 향후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과거 70년대 유신체제에서 노동운동을 할 때, 1400여명 원풍모방 노조원들이 쉬던 노동자의 집이 떠올랐다. 1982년 계엄조치로 559명이 강제해고 됐을 때, 동지회를 결성해 민주노조 재건기금 48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모임 집을 마련해 현재도 활동 중이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내 집처럼 쉬고 지원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륭공대위에서 함께 논의됐고 제안이 이뤄지면서 만들어졌다.

 

- 외부 지원은 없었는지.

▲ 전국에 이런 비정규직센터가 많지만, 보통 이런 사업을 하면 당이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한다. 공적기금 등이 접근하기도 한다. ‘꿀잠’은 최대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체 15억 원 가까이 모금을 했지만, 단 한 푼도 지자체의 지원은 받지 않았다. 이런 목표에 동의하는 수많은 연대자들이 모여서 설립하게 됐다. 목동에 있는 파인텍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노동자들도 420일 동안 ‘꿀잠’을 베이스캠프처럼 사용했다. 여기서 힘을 충전하고 투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1층에 있는 주방과 식사지원도 기륭전자 전 여성조합원들이 맡고 있다. 여성조합원들께서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고생도 많았다. 쌀은 기독교 NCCK 단체로부터 후원요청이 와서 받게 되었고, 또 다른 단체로부터 노동자에게 부족한 이불도 후원받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대리정권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법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풀어갔어야 했다. 집권중반기에 들어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정성과 노력들이 안 보인다. 어떤 까닭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안 해버렸고 못 해버린 것 같다. 내년에 총선이 오고 또 이후 대선을 맞는 상태에서 정치권력을 향한 이합집산으로 사회가 어수선해질 것이고, 이런 문제들이 가려질 우려가 많다. 김주영 시인이 4.19혁명 직후에 쓴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꿔 버렸네’라는 시가 떠오른다. 요즘 이분의 시를 통해 역사적 경험을 다시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항쟁의 수많은 열망과 요구가 지금 희화화(戱畵化) 돼 버렸고, 거덜나버릴 상황에 와 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 여력이 없다. 시민들은 이제 와서 몇몇 사람 쫓아내는 그런 식의 정치적 환경이나 혁명을 바라지 않는다. 잘못된 사회시스템 개혁과 재벌개혁, 경제개혁, 정치-권력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개혁해 나갈 사회적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 역전(逆轉))를 기다리고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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