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호준의 ‘사진 이야기’-6회

디지털 사진에 관해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가 보정(editing)이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보정을 “모자란 것을 보충하고 잘못을 바로잡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진 보정의 의미를 사전에서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사진 보정은 이미지의 수정이나 편집보다는 복원에 가까운 개념이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광학적 한계 때문에 매번 촬영자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은 촬영 후에 보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사진=이호준
사진=이호준

디지털 사진 보정과 관련해 회자되는 또다른 오해가 있다. 바로 원본 이미지에 관한 것이다. 촬영 직후 카메라가 LCD 화면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원본이라고 하고, 그 사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사진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원본 사진이란 것도 알고 보면 이미 보정을 거친 사진에 불과하다. 다만 그 보정 작업을 촬영자가 아니라 카메라가 기계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모든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촬영 즉시 렌더링(rendering)을 진행하고, JPEG 파일 형태로 이미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렇게 보정은 카메라가 1차적으로 자동 수행한다.

그럼 보정이란 디지털 사진의 출현에 따라 비로서 생겨난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필름 사진 역시 보정을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인화된 사진 가운데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름 사진의 보정은 암실(dark room)에서 이루어진다. 현상은 일체의 빛을 허용하지 않고, 인화는 빨간색 암등을 켜고 진행한다. 필름 사진도 노출 조절, 특정영역 명도 조절, 화면 자르기 등 디지털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보정작업을 대부분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회사 제품명이지만, 사진 보정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룸(light room)은 디지털 보정의 특성을 보여내는 상징적인 네이밍이다. 즉,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어두운 방(dark room)이 아니라 밝은 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필름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과 인화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모두 처리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보정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보정은 후보정, 후작업, 리터칭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도 하는데, 그건 소위 ‘뽀샵’이라고 불리는 인위적인 이미지의 변형, 합성 등과 차별화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 ‘뽀샵’과 복원은 다른 개념이다. 복원은 촬영 당시의 상황에 가장 가깝게 사진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피사체의 밝기, 선명도, 색상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까지 촬영할 때 사진가의 눈에 비친 모습을 촬영자의 기억을 토대로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 보정이다. 여기엔 촬영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작가의 ‘심리적 정황’까지도 포함된다. 따라서 현장에 없던 이미지를 끼워 넣거나 색온도를 조작하거나 특정 색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 사진 보정과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행되는데, 이를 PIE(Parametric Image Editing)라고 부른다. PIE는 사진의 화질을 직접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진의 정보값인 파라미터(parameter)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미지 손상은 발생하지 않으며, 단지 사진 파일의 정보값만 수정된다. 따라서 이미지 비파괴 방식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정의 대상이 되는 사진 파일인데, 가급적 RAW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RAW 파일은 압축과 렌더링 같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사진 파일로, 이미지 센서가 캡쳐한 빛의 파장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는 원시 파일이다. 아무리 보정을 반복해도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는 사진 파일이다. 물론 일반적인 JPEG 파일로도 보정이 가능하지만, RAW 파일에 비해 파라미터 정보가 적어 보정의 범위, 즉 관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디지털 사진 보정은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만 색상, 선명도, 밝기, 화면 자르기 등과 같은 보정 방법은 촬영자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암실에서 고되게 진행되는 필름 사진 보정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진 보정 역시 부단한 반복과 미묘한 파리미터 수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 미묘한 수치 변화에 따라 사진은 부자연스럽거나 비현실적 이미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촬영자의 의도이고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면 문제 없겠지만, 단순히 쨍한 사진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지면 천박한 사진으로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보정과 조작, 복원과 왜곡은 한끝 차이로 판가름날 수 있다. 따라서 사진 보정 역시 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월간지 <SW중심사회>에 사진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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