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기] 홍콩-3회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다양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또 홀로여행까지…. 작년엔 휴양지 위주로 다녔으니 올해 첫 여행은 관광지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작년부터 계획한 올해 첫 여행의 목적지는 홍콩이다.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 쇼핑의 메카, 밤이 아름다운 나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 금요일 새벽에 도착, 약 5일을 머물고 화요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4박 6일의 여정이다. 그 세 번째 이야기다.

 

홍콩에서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이날은 홍콩 안에 또 다른 땅 홍콩섬에 갈 예정이다. 홍콩섬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지하철이나 배 일명 스타페리를 많이 이용한다. 홍콩의 자랑거리인 스타페리는 꼭 타봐야 된다며 눈을 뜨자마자 준비를 하고 페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선착장이 두 곳이나 있다는 걸 몰랐다. 먼저 간 선착장은 홍콩섬이 아닌 마카오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었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나간다. 한참 걷다보니 홍콩 침사추이의 명소 시계탑이 보인다. 그 앞으론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로가 펼쳐지고, 바로 옆에 선착장이 있다.

 

선착장에서도 교통카드인 옥토퍼스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깜짝 놀랐다. 지하철 요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기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신호등처럼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페리가 들어오면 초록불로 바뀌고 그때 오르면 된다. 5분도 안돼서 페리가 도착했다. 가장 끝자리에 앉는다. 도심에서 배를 탄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슬슬 출발한다.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어서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홍콩섬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바람을 맞다보니 약 15∼20분 만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내려 사전조사대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다. 도로 위로 이어진 긴 다리를 통해 이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통로인 만큼 볼거리도 가득하다.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묘기도 부린다. 그렇게 구경하며 가다보니 어느새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했다. 영화 <중경상림>에 나와 유명해진 이곳. 이후로 한국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되는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장소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답게 정말 길다. 쭉 이어진 게 아니라 중간중간 끊겨져 있어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소호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맛집과 카페, 펍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더 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태원 느낌이 났다.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며 맥주도 마시는 등 한껏 자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버얼건 대낮에 말이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욕이라도 안 먹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무 계단에 앉아, 그냥 벽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소호거리의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한다.

 

우린 중간쯤 올라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토스트가게를 찾았다. 그냥 토스트가게가 아니다. 배우 주윤발의 단골가게란다. 밀크티와 토스트를 파는 곳이다. 홍콩에선 차와 음식을 함께 먹는 식당 문화가 있다. 일명 ‘차찬탱’이라고 부른다. 차찬탱은 우리나라로 치면 일반 분식집쯤 되겠다. 김밥천국, 김가네 등등. 대표 메뉴로 밀크티와 토스트가 있다. 아침식사로 즐기는 메뉴란다. 우리 역시 밀크티와 토스트로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갔다. 좁은 골목을 두고 양옆으로 줄이 이어진다. 역시 인기가 많다. 그래도 회전율이 빠르다니 기다려본다. 약 30분 정도 기다린 뒤 주문을 한다. 밀크티와 토스트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간단히 한 개씩만 주문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쥐어진 건 밀크티 뿐. 말이 통하지도 않고 퉁명스럽기 짝이 없어서 일단 토스트는 좀 걸리는 줄 알고 20분을 더 기다렸지만 주문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다음 장소로 옮겼다. 그래도 밀크티는 진하고 너무 달지 않은 게 맛이 있었다.

 

두 번째 찾아간 장소는 노점에서 먹는 토마토라면 집이다. 토마토라면? 맛이 상상이 안 되고 거부감부터 든다. 하지만 많은 방송에서 생각보다 맛있다며 추천을 많이 해서 도전정신으로 찾아갔다. 오후 4시가 됐지만 여태 먹은 거라곤 둘이서 밀크티 한잔 뿐. 이곳 역시 줄을 서야했다. 소호거리는 경사가 심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팠다. 약 30분을 넘게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힐링이 돼주었다. 바로 버스킹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은 높은 건물들로 싸여있어서 마이크가 없이 버스킹을 하는 버스커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감미로웠다. 자유로운 소호거리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렇게 노래를 감상하다보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토마토라면에 소시지, 계란을 추가해서 시켰다. 금방 나온다. 비주얼이 좋다. 국물부터 맛봤다. 맹탕이다. 그냥 토마토 끓인 물에 라면사리를 넣은 것이다. 이걸 어떻게 먹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식탁마다 놓여있는 양념으로 간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우리는 설렁탕을 소금도 안치고 맛봤던 것이다. 그들이 가장 즐겨먹는 고추기름(?) 양념장을 듬뿍 넣었다. 너무 맛있다. 칼칼하고 적당히 새콤한 게 한국인 입맛에 딱 맞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맛있다’라기 보다는 그 색다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릇을 싹 비우고 나왔다. 소화도 시킬 겸 소호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에스컬레이터의 끝이 어딜까, 끝까지 올라가보기도 하고, 다시 내려와 아기자기한 골목을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데나 앉아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했다. 전부 여유가 있다. 이렇게 건물이 빼곡하게 모이고, 사람이 많아도 자유로움,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다. 다들 급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백인 남성들은 벌써 취해 4명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동네가 떠나가라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마저 흉하지 않고 즐거워 보인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더 즐거웠다. 소호거리는 잊지 못할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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