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하노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노이 회담’은 끝내 결렬됐다. 하지만 반드시 실패는 아니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빅딜’이 언급됐다는 점에서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이 한층 커지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합의 없이 마무리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간주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제안한 '빅딜'을 받아들이지 않은 북한과의 회담이 '나쁜 협상'으로 끝나기보단 '노딜'로 끝나길 원했었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하노이 회담 이후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살펴봤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사진=YTN뉴스 갈무리)
하노이 북미회담에서(사진=YTN뉴스 갈무리)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오간 ‘빅딜’ 내용은 과연 무엇을 담고 있었을까.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했다는 점에서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보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 회담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빅딜'을 북한이 수용할지 여부였다"면서 "빅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보다 더 적은 것을 하려 했기 때문에 우린 받아들일 수 없었고 대통령은 자신의 견해를 확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담이 결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만남에서 우리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역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고, 하노이 회담도 그 역 중 하나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에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빅딜’ 제안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속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문서로 구체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의를 부각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

빅딜 내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포기해야 하는 것과 이에 상응하는 경제 보상들을 나열한 '빅딜 문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염두에 두고 회담장에 들어온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괄타결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문을 열어놨으나 그들이 걸어들어오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때에 김 위원장과 다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북미 정상간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모두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화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움직임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말 추진하다가 북미 정상회담 뒤로 미뤄졌던 서울 남북 정상회담 카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12북미정상회담 무산위기 당시, 판문점에서 비공개 5·26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시간 대화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고 특히 두 정상 사이에 연락사무소의 설치까지 논의가 이뤄진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하노이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과 미국의 내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빈손 귀국’에 따른 내부 반발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내 입지가 좁아진 만큼 속내가 복잡하다.

북미간 탁자에서 오간 ‘빅딜’ 내용과 문 대통령의 새로운 ‘역할’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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