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임론 VS 김정은 책임론…스웨덴은 토론 중
트럼프 책임론 VS 김정은 책임론…스웨덴은 토론 중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3.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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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귀결된 북미정상회담 막전막후 중재했던 스웨덴 분위기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도, 공동선언문도 없어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일반적으로 ‘실패’로 수식되고 있다. 결정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의 당사자인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의기소침한 분위기가 역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황과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나 금강산 관광을 주도하는 현대그룹도 실망의 기운이 팽배하고, 한국의 보수진영에서는 어쩐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의 짙은 인상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회담이 정녕 ‘실패’한 회담이라면 김정은과 트럼프 누구의 책임이 클까?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두 사람의 회담을 현장에서 지켜본 제3자가 아니라면. 당사자들은 누구의 탓이라고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결국 당사국이나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책임 소재를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 모두와 꽤 좋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또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막전막후에서 중재 역할을 담당했던 스웨덴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스웨덴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 여 전인 1월 19일~21일 스톡홀름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북한특별대표를 불러들였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까지. 그리고 스웨덴이 조율하고 주관한 이 2박 3일의 회동은 하노이 회담의 핵심 실무 접촉이었다.

그래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사실상’ 당사자인 한국, 회담 개최국인 베트남 등 4개국을 제외하고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나라는 스웨덴이다. 그런 스웨덴에서도 이번 회담이 ‘실패’한 책임 소재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다.

우선 계량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책임론’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 최대 일간지이며 진보 성향을 대변하는 다겐스뉘헤테르(Dagensvyheter. DN)는 지난 달 28일 회담이 끝난 직후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이번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한 주된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스웨덴 최대 일간지이며 진보 성향을 대변하는 다겐스뉘헤테르(Dagensvyheter. DN)
스웨덴 최대 일간지이며 진보 성향을 대변하는 다겐스뉘헤테르(Dagensvyheter. DN)

DN은 ‘트럼프가 하노이의 실패에 대해 비난 받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협상의 대가라고 자처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벌어진 엄청난 실책에 대해 지금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보도했다.

DN은 이번 회담을 위해 김정은이 기대 이상의 양보를 했고, 또 최소한의 요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지 못해서 회담이 결렬됐다는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DN의 대척점에서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SvD)는 “트럼프의 결정타를 맞은 김정은이 회담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SvD는 “영변 이외의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보력과 이를 무기로 급소를 치고 들어온 트럼프의 공격에 김정은은 당황했고, 결국 회담을 성공으로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김정은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보수 진영 대표하는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SvD)
보수 진영 대표하는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SvD)

양대 일간지의 논조는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이어졌다.

스웨덴 사민당의 외교 전문가인 뵨 페르스트룀 박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바보가 됐다”며 “트럼프는 김정은과 회담 중에 자기 나라 의회에서 들려온 ‘코언 폭로’를 들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협상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의 개인적인 문제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고 분석한 것.

그러나 뵨 페르스트룀 박사는 “트럼프는 조만간 김정은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이제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막다른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 내 북한 관련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스웨덴 안보개발정책 연구소(ISDP) 상임위원 겸 코리아센터 센터장인 이상수 박사는 “지금 상태에서는 판이 깨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기회를 엿보면서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입지를 굳혔다고도 볼 수 있다”며 “그래서 이제는 북한이 다급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박사는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부의 정치적 요인으로 북미 협상에서 반드시 성과를 원한다는 판단 하에 ‘모든 제재 완화’라는 요구를 고집했던 김정은에 공이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제재 해제로 인한 북한 경제 개발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게 될 경우 김 위원장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북한은 한국이나 중국 측에 대북 경제협력 압박을 가하는 한편 미국에도 추가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시민들도 트럼프 책임론과 김정은 책임론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취하고 있는 서방 세계의 일원인 스웨덴이 의외로 트럼프 책임론을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김정은 책임론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과도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에서는 앞서 이상수 박사 등의 전문가들과 같이 한반도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놓고 북미정상회담이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에는 거의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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