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썰렁하고 노점상들만 분주하네
시장은 썰렁하고 노점상들만 분주하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3.06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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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금호동 금남시장

 

성동구 금호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50년 전통의 금남시장. 전형적인 골목형 시장으로 옛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친서민적인 시장이다. 성동구 독서당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상인회를 중심으로 아케이드 설치, 조명등 교체와 같은 시설현대화사업을 실시해 찾는 이들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남시장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바로 앞에 시장이 있다. 시장 앞은 노점상들로 왁자지껄하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4군데다. 4개의 골목이 따로따로 떨어져있다. 중간 중간 옆 골목과 연결된 샛길이 있긴 하다. 상인들이 자주 이용한다.

 

1번 입구로 먼저 들어간다. 1번 입구 간판에 ‘왕칼국수’라고 쓰여 있다. 1번 골목의 대표 가게인 모양이다. 북적한 바깥 분위기와 다르게 매우 한적하다. 한적하다 못해 고요하다. 이곳은 맛집 골목이다. 장어, 조개찜, 칼국수, 백반집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지만 일부는 비어있거나 문을 열지 않았다. 골목 끝으로 향한다. 출구가 나온다. 바로 옆 골목으로 연결된다. 입구 쪽엔 배달전문 백반집이 있다. 가게 밖에 배달가방이 탑처럼 쌓여있다. 주로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나보다. 백숙, 삼계탕, 갈비찜, 닭볶음탕, 생선조림 등을 판다. 요즘 보기 힘든 작은 구멍가게도 보인다. 가게 앞엔 과자와 추억의 불량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겨운 구멍가게다.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옷과 이불, 수선가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역시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다. 한 가게 안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손님은 아니고 주인아주머니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모인 모양이다. 차 한 잔 하며 수다도 떨고, 고스톱도 한판 벌인다. 한 곳만 그런 게 아니다. 이 골목 대부분 가게엔 마치 날이라도 잡은 듯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나같이 고스톱 등을 치며 수다를 떨고 있다. 손님이 없는 시장골목은 적적했지만 정작 상인들은 즐거운 표정들이다. 시장골목 입구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어두운 골목을 밝혀준다.

 

다음 골목으로 향한다. 가게들 사이로 두 번째 골목과 세 번째 골목을 넘나드는 좁은 통로가 있었지만 제대로 탐방하기 위해 입구로 향한다. 그래도 이전 두 골목보다는 문 연 가게가 많다. 아구탕과 아구찜, 해물탕 등을 파는 맛집, 혼수이불, 한복, 수제화 가게가 보인다. 이 골목 역시 손님을 보긴 힘들다. 가게 안 상인들은 팔리지 않는 상품을 몇 번이고 다시 정리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그들의 낯빛이 어둡게만 느껴진다.

 

세 번째 골목과 마지막 골목은 뒤쪽으로 연결돼 있다. 골목 구석엔 작은 피아노학원도 보인다. 이런 곳에 피아노 학원이 있다니 엉뚱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어릴 적엔 동네 시장골목에 피아노학원, 속셈학원 등이 많았는데 요즘엔 거의 없어지는 추세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지막 골목은 가장 활발하다. 손님도 꽤 보이고 상인들도 활기에 넘친다. 건어물을 파는 곳이 많다. 오징어와 말린 생선들이 깔끔하게 진열돼있다. 가게를 찾은 손님은 이것저것 고르며 시식도 해본다. 장바구니에 말린 오징어를 잔뜩 담는다. 상인의 얼굴에 꽃이 핀다. 질세라 건너편 상인도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야 시장 분위기가 난다.

 

시장 입구에서는 직접 굽는 김과 호떡을 팔고 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반대쪽 정육점에선 돈까스도 판매한다. 직접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낸다. 싱싱한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인기 만점이다.

 

금남시장은 시장 안보다 바깥쪽 분위기가 더 활발하다. 골목 앞 대로변 쪽 길가엔 노점상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한다. 버스를 타러가는 사람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발길이 붙잡힌다. 시장과 오히려 반대되는 분위기에 조금은 당황스럽다. 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시장의 구조가 특이해서 특성을 살리기에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다소 어둡고 침체된 분위기지만 비어있는 가게들이 채워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시장이 됐으면 하고 바라본다. 넓은 시장을 놔두고 좁은 골목에 앉아 장사하는 노점들이 오히려 더 잘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들에게 시장 안에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시장 분위기가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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