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정섭의 ‘내 집짓기 해법’-8회

현대인들이 도심에서 전원으로 삶의 터를 옮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주거문화의 변화에 동참하여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더구나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마련한다는 것은 일생동안 단 한번 있을까한 가슴 벅찬 기쁨이고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연습 삼아 한번 집을 지어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은 늘 착각이나 오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집짓기의 첫걸음부터 시행착오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도처에서 이와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아마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볼려고 하며 그 테두리 안에서 매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본다. 또한 해당분야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건축주가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고 전문가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인정하는 데는 더더욱 인색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짐작된다.

누구든 돈 없애고 속 편한 사람 없듯이 내 집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의 지나간 시행착오에 대해 “얼마짜리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버리고 넘기기엔 그로 인한 비용 낭비는 너무나 큰 액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다가오는 전원주택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찌든 도시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원생활의 정취와 여유로움을 설계하는 분들에게 터 고르기부터 준공ㆍ입주해서 터다지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상 겪기 쉬운 시행착오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 요령에 대해 여섯가지 주제로 나누어 실무지침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글 싣는 순서 】

Ⅰ. 택지를 살 때 기본적으로 「체크」해야할 사항

Ⅱ. 설계의 중요성 인지는 예산절감의 지름길

Ⅲ. 공법의 선택에 따라 쾌적성이 달라진다

Ⅳ. 시공업체 선정시 이런 점을 유념하라

Ⅴ. 무조건 저렴한 「평당공사비」선택은 부실주택으로 돌아온다

Ⅵ. 건축주와 설계ㆍ시공자가 지켜야할 점이 있다

 

17평형-모던
17평형-모던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면서 인ㆍ허가 또는 설계 및 시공에 대한 고객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담과정에서 건축주는 우선적으로 싼 평당 공사비에 많이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설계도면이나 마감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당 공사비단가는 절대 계산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주택 평수와 무관한 토목공사, 정화조공사, 옥외 데크 공사 등의 시공비까지 포함한 총공사비를 주택의 평수로 나누고서 “평당 단가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얘기하는 건축주도 종종 본다. 당연히 타당치 않은 계산법이다.

단, 시공업체에서 기준으로 정해놓은 기본 내외장 마감자재로 적용할 경우의 순수건축공사에 한하여 기본건축비 평단가는 건축주에게 참고가 되도록 제시할 수가 있겠다.

이렇듯 건축주 대부분이 업체들로부터 제시받은 주먹구구식 평당 단가 중에서 가장 저렴한 업체를 먼저 점찍어 놓은 후 그 업체와 공사비 흥정을 하다 보니 업체는 역으로 끼워 맞추기식 개략견적밖에 되질 않고, 공사계약서에 상세한 견적서도 첨부시키지 않으며, 공사범위를 대략 말로써 구두계약 하는 꼴이 된다.

결국, 시공업체에서는 이윤 때문에 저급 자재를 사용하거나 인건비가 싼 초보자를 투입시키게 되고 공사기간도 차질이 생기며 공사 결과만 부실해진다.

뒤늦게야 건축주는 “그 금액에 다 포함해서 잘 지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항의하게 되고, 시공자는 “그 금액으로 지을 수 있는 수준은 이 정도 범위였다. 이 것 저 것 더 반영하려면 추가공사비를 더 달라”라는 식의 건축주와 시공업체간의 논쟁이 이어지게 된다.

당초부터 공사계약서에 공사범위가 명확히 기재된 견적서가 첨부되어야 나중에 서로간의 논쟁이나 부당한 추가공사비 발생을 건축주는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불명확한 견적과 계약으로 진행시 공사 중도에 추가공사비는 발생되고 이미 부실하게 지어진 부분은 고스란히 건축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싼 게 비지떡”이란 말처럼 건축주는 공사비가 싼 업체라고 무조건 선호하지 말고 총예산에 맞춰서 집의 규모와 마감을 설계하는 탄력적 결정이 필요하다.

시공업체 역시 부실공사를 빚게 했던 지난 원인들을 다시 상기해 보고 아직도 잔존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건설기술인들의 새로운 각오도 절실히 요구되며, 부실시공을 막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몇 가지 요점사항을 알아본다.
 

▲책임감 있는 양심시공이 부실공사 막아

집을 짓는데 대충·대략이란 있을 수 없다.

세상만물이 스스로의 원리에 따라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듯이 건축물 또한 모든 구조체가 역학적으로 해석되어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든 시공이든 자칫 소홀히 하거나 방심한 결과 붕괴되어 버리는 사고소식을 가끔 접하게 된다. 성냥개비 탑을 대충 쌓으면 어느새 무너지고 말듯이 거주할 내 집을 짓는데 대충 · 대략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사현장에서의 만연한 안전 불감증도 지적되어야할 문제점이지만 그 이전에 설계작업이든 시공현장에서든 건축적인 끼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과 장인정신이 더욱 절실한 현실이다.

“꾀 중의 꾀는 정직 뿐”이라고 했건만, 남의 집도 내 집처럼 지어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에 양심을 매도해버리는 타산적이고 조급한 마음가짐이 늘 문제를 일으킨다.

쉴 새 없이 급변하는 순간순간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지속적인 것, 오래토록 정통한 것만이 진정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라 본다. 구리에 낀 녹이 형언할 수 없는 무게와 색감이 있듯이 100년 주택은 정통성을 지닌 장인정신과 정직한 기술력에 의해서만 창출될 수 있다.

누구나 자기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지만 이제는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에서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건설인들의 마음자세가 부실공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필수 자세이다.
 

45평형-클래식
45평형-클래식

▲제값 주고받는 풍토가 부실 막아

건축주의 공사비에 대한 판단착오는 집을 짓는 과정상 가장 큰 시행착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직한 기술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평당 공사비 단가, 즉 시공업체가 제값에 턱 없이 미달되는 금액을 제시한다면 이것은 곧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업체가 공사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터무니없는 저가전략으로 건축주를 유혹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있지만 남는 이익 없이 자선공사를 하려는 시공업체는 없다.

현실적으로 가격경쟁 때문에 업계에 나도는 평당 공사비 단가는 동일공법을 전제로 비교해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무조건 싼 평당 단가 선택은 결코 건축주의 예산절감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결과적으로 추가공사비 등 예산초과를 가져오고 중도에 시공업체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부실주택으로 돌아와 건축주는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 부동산 재산가치의 손해까지 입을 수 있다.

자동차의 수많은 부품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제 기능을 못하면 그것이 아무리 비싼 고급 승용차라도 무용지물이 되듯이 주택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일손이 가야할 곳에 규격자재를 빠짐없이 시공해야만 좋은 집이 되는 법이다. 더구나 자동차 생산은 기계화, 자동화되어 대수에 관계없이 로봇이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지만 집은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짓는 일이라 기술자의 숙련도에 의해 각각의 집마다 품질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좋은 집에 걸맞는 제값을 받고 숙련공이 집을 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싼 공사비 견적가에만 관심이 치우치는 건축주를 볼때면 안타까운 심정이다.

시공업체가 설계도면 작성 단계도 없이 대충대충 싼 평당 금액 제시만으로 “일단 공사계약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이라면 품질미달 및 규격미달 자재를 사용하거나 자재의 누락, 기술인력 미숙련공 투입 등으로 부실공사가 초래되는 지름길임을, 건축주는 두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야 한다.

"집 지을 예산이 부족하니 싸게 잘 지어 달라."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대부분의 건축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만약 적정치 못한 싼 금액으로 그 일을 맡게 된 시공업체라면 "싸게 잘"이 아니라 "싸게 대충"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직한 시공업체를 선택해서 건축주의 총예산에 맞게 설계하고 처음부터 제값을 지불하여 집을 지은 현명한 그릇을 가진 건축주라면 두고두고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만족"이 가득찬 그릇으로 그 주택의 진가에 대한 대가를 보상받을 것이다.

건축주가 프로페셔널한 전문업체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바로 진정한 전문가에게서 느끼는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박정섭
박정섭

 

- Hi-housing 대표
- 박정섭 목조건축디자인연구소 소장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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