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기] 홍콩-4회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다양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또 홀로여행까지…. 작년엔 휴양지 위주로 다녔으니 올해 첫 여행은 관광지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작년부터 계획한 올해 첫 여행의 목적지는 홍콩이다.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 쇼핑의 메카, 밤이 아름다운 나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 금요일 새벽에 도착, 약 5일을 머물고 화요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4박 6일의 여정, 그 네 번째 이야기다.

 

소호거리 마지막 코스로 미슐랭 1스타인 가게를 찾아갔다. 홍콩 대표음식 중 하나인 완탕면을 판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걸로 생각했지만 테이블 회전율이 좋아서인지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인, 현지인, 외국인들이 비슷한 비율로 가게 안을 채우고 있었다. 합석은 기본. 우리 옆에 앉은 사람들은 한국인이었다. 그들이 시킨 이 가게의 제일 기본 메뉴인 새우 완탕면을 두 개 주문했다. 토마토라면을 오후 3∼4시 쯤 먹었는데 약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5분도 안 걸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비주얼이 훌륭했다. 탱글탱글한 새우딤섬과 얇고 꼬들꼬들해 보이는 면발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라고 해서 먹기도 좋은 건 아니었다.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분명 면은 계란을 이용해 만들었다는데 너무 비렸다. 면을 먹고 숨을 한 번 훅 쉬면 비린향이 입 안에 가득했다. 웬만큼 비린 해산물들은 다 잘 먹는 편인데 이 면은 너무 비렸다. 생선이란 생선은 전부 갈아서 반죽을 한 것 같았다. 일단 테이블에 있는 고추기름 양념을 첨가했다.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면을 먹을 때마다 비릿한 향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다행히 새우딤섬은 맛있었다. 새우딤섬만 해치우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남겨졌다. 미슐랭 1스타라 해서 기대가 컸던 탓일까, 매우 실망스러웠다. 남은 음식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버스터미널에 갔다. 이번에 들를 곳은 빅토리아피크다. 홍콩하면 야경, 야경하면 홍콩이라 했다. 홍콩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빅토리아피크다. 우리나라의 남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높은 산에 올라가 야경을 보는 것이다. 빅토리아피크를 올라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유명한 건 피크트램이다. 45도가 넘는 급경사로를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스릴을 맛보게 해주는 홍콩의 명물이다. 빅토리아피크에 올라가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약 7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총 4개의 정류장이 있어 지역 시민들도 이용한다. 트램은 도르래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두 대로 운행하는데, 한쪽 트램이 정지하면 다른 쪽 트램이 함께 정지된다. 인기가 많은 만큼 언제나 긴 줄을 서야 탈 수 있는 피크트램은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오른쪽 자리가 인기다. 하지만 우린 버스를 택했다. 블로그를 보니 예약을 하고 가도 기본 1시간 이상은 줄을 서야 되기 때문이다. 버스를 이용해도 피크트램처럼 야경을 감상하며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었다. 약 20∼30분을 기다려서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좌석은 2층 오른쪽. 피크트램처럼 버스도 오른쪽에 앉으면 올라가는 동안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약 40분을 올라갔다. 정류장 수도 많고, 길도 험하고 산을 빙빙 돌아가는 코스였다. 그래도 밖으로 보이는 야경만은 훌륭했다. 지친 다리를 풀면서 가기 좋았다.

빅토리아피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산 위라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다. 그런데 저 긴 줄은 뭐지? 설마 야경을 감상하려고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인가. 다행히도 그건 아니다. 어쩌면 다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도시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줄이다. 족히 2시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았다. 일단 걱정은 붙들어 매고 야경부터 보러간다.

핫 플레이스라 사람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으나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포토존 명당에서 사진도 찍고 이곳저곳 홍콩의 밤 풍경을 구경했다. 야경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배경이다. 저 수많은 화려한 불빛들.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제 아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다행히 버스는 이층이라 사람이 많이 탈 수 있어 나은 편이지만 피크트램 줄은 훨씬 더 길었다. 약 1시간 반은 걸린다고 적혀있다. 다리가 아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기다리는데 40여분이 지나도 줄이 쉽게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다들 앉아 가기 위해 텅텅 빈 버스를 그냥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서서 갈 사람들은 중간에 줄에서 빠져나와 버스에 오르는 게 보였다. 그래, 여기서 몇 시간 더 기다릴 바엔 선 채로 가자.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2층에 좌석 한자리가 비어있다. 중간 쯤 가니 금세 자리가 또 생긴다.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뿌듯했다.

 

다시 소호거리에 도착했다. 우린 밤 문화를 즐기기로 했다. 홍콩에서 밤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란콰이퐁에 가면 된다.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비슷하다. 이태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 모든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고작 한 골목일 뿐인데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거리를 걸어 다니며 병맥주를 먹는 사람들, 아무데나 걸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이곳은 펍(PUB)이 많다.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가게 앞에 멋있게 차려입은 건장한 흑인들이 나와 호객행위를 한다. 대부분 펍은 반은 실내, 반은 테라스로 이뤄져있다. 날씨가 선선해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씩을 즐기기로 했다. 안주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맥주 한 병만 시킨 뒤 앉아, 또는 춤을 추며 놀 수 있다. 펍에선 신나는 음악이 나온다. 거리에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다. 그렇게 홍콩에서의 두 번째 날을 신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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