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코엔 지음/ 박나리 옮김/ 글항아리

 

이 책은 성장을 향한 무한한 욕망의 세계사를 다룬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구석기에서 시작해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성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하나의 서사로 구축해낸다. 역사학, 지리학, 사회학, 정치학, 철학적 시각이 녹아 있으며, 경제적 흐름과 맞물린 지적 논쟁들이 등장·반박되는 가운데 논의는 깊이를 더해간다. "경제적 욕망"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인류 역사가 이 책의 주제이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개인주의에서 "동성애는 범죄인가"라는 주제로 옮겨가는 등 이야기의 흐름은 독자의 예상을 넘어선다.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성장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큰데 사회는 저성장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인류는 자기 욕망을 누르고 "저성장"을 견뎌낼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해 시기심을 품지 않고 지나친 경쟁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데 성장세가 강할 때 사람들은 사회를 향한 믿음을 갖는 반면, 성장세가 약할 때는 비관론에 빠진다. 성장이 강하거나 약함에 따라 개인은 자신을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등 긴장감은 날로 더해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인류는 계몽주의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물론 전 지구적 차원의 집단행동은 이끌어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발적 움직임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성장이 닫힌 사회라는 난제에 부딪힌 인류가 계몽적 사고를 하길 포기한다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유한성"이라는 새로운 시련에 전례없이 맞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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