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물씬∼신명나는 놀이판 한번 펼쳐볼까
봄내음이 물씬∼신명나는 놀이판 한번 펼쳐볼까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9.03.08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초록 여행스케치] 안성의 봄빛을 찾아서

계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시나브로 새 옷으로 갈아입는 산과 들에서 풋풋한 봄내음이 전해오고 사람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매화, 동백이 앞 다투어 피어나더니 이즈음엔 산수유, 개나리도 꽃봉오리 내밀 채비에 분주하다. 바야흐로 꽃철이 다가오고 있다. 봄마중을 어디로 가면 좋을까, 망설이다 화사한 봄내음 물씬 풍기고 신명나는 놀이판 펼쳐지는 안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남사당 놀이판이 펼쳐지는 남사당공연장
남사당 놀이판이 펼쳐지는 남사당공연장

흥이 절로 나는 남사당놀이와 화려하고 우아한 태평무

안성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안성맞춤랜드 내 남사당공연장. 남사당 놀이판이 벌어지는 곳이다.

“어흠 어흠, 아따 밤중 가운데 사람이 많이 모였구나.”

“아닌 밤중 사람이야 많건 적건 웬 영감이 남의 놀음처에 난가히 떠드시오.”

매주 토(16시-18시) · 일요일(14시-16시), 남사당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남사당놀이는 흥겨운 잔치마당이다. 공연에는 안성시립 바우덕이 풍물단원과 학생 명예단원, 객원단원 등 수십 명이 참여해 신명을 돋우는데 풍물놀이(농악대),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 재주 놀이),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여섯 마당이 차례대로 이어진다. 각 마당마다 배경음악이 깔리고 재담과 해학, 익살이 흥미진진하게 어우러진다.

 

농악 단원들이 풍물놀이를 시연하고 있다(남사당 놀이)
농악 단원들이 풍물놀이를 시연하고 있다(남사당 놀이)

 

모든 마당이 다 볼만하고 의미 있지만 3m 높이의 줄 위에서 묘기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아슬아슬한 공연을 펼치는 ‘어름’은 남사당놀이의 백미다. 어름은 ‘줄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외줄을 타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줄타기 묘기는 짜릿한 즐거움과 스릴을 선사한다. 둥글고 넓적하게 만든 가죽접시를 담뱃대나 기다란 나무로 돌리는 ‘버나놀이’와 남녀노소 모든 단원이 함께 출연해 악기(꽹과리, 장구, 북, 징, 소고, 태평소)를 갖고 노는 ‘풍물놀이’는 보는 이들의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한다.

 

청룡사 근처에 잠들어 있는 바우덕이 묘소
청룡사 근처에 잠들어 있는 바우덕이 묘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우덕이는 안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우덕이는 안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남사당놀이는 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 2년(1865)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각지의 농악대를 동원해 노래와 춤, 풍물 연주 등 갖가지 재주 부리기로 인부들의 흥을 돋웠다. 그 때 유독 대원군의 눈에 띈 인물이 있었으니 신기의 기예를 뽐낸 바우덕이였다. 동원된 50여 명의 단원 중 여자 단원은 안성에서 온 바우덕이 김암덕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 열다섯 살 때였다.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당상관)의 벼슬을 하사받은 그는 경복궁 중건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갈고 닦은 여러 가지 놀이로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러나 총명함을 타고난 천재 예인 바우덕이는 2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안성 남사당놀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공연 문의 031-678-2518

 

화려하고 우아한 부채춤(태평무)
화려하고 우아한 부채춤(태평무)

남사당놀이가 경쾌하고 활달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면 태평무전수관에서 펼쳐지는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공연은 우아하고 화려한 멋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태평무 기능 보유자인 강선영 선생에 의해 계승 발전된 이 전통춤은 태평무, 검무, 장구춤, 처녀총각춤, 향발무, 공작과 학춤, 키춤, 부채춤, 무당춤, 물동이춤, 한량무, 북춤, 바라춤, 즉흥무 등 저마다 독특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작 하나 하나에 깃든 섬세, 절제, 엄숙, 장중함은 서민적인 소박함과 귀족적인 정서가 혼합된 형태로 흥을 돋운다. 매주 토요일 태평무전수관에 가면 태평무를 비롯한 전통무용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봄이 찾아온 청룡저수지
봄이 찾아온 청룡저수지

임꺽정의 자취를 찾아가다

안성 시내에서 진천 방향 17번 국도를 따라가면 임꺽정의 자취가 서린 칠장사가 나온다. 칠장사는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벽초 홍명희의 역사소설 ‘임꺽정’에서 정암 조광조가 병해대사(갖바치)를 찾아가 세사(世事)를 논했던 곳이다. 또한 드라마 ‘왕건’ 촬영지로 한때 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절 뒤편 나한전은 어사 박문수가 과거 길에 들렀다가 꿈에서 시험 문제를 봤던 곳이라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적이었던 임꺽정은 백정의 신분이었지만 수탈과 억압에 신음하는 민초들을 규합해 경기도, 황해도 일대에서 의적 활동을 전개했으며 칠장사는 그의 스승 갖바치 스님이 머물던 곳이어서 자주 이곳에 찾아왔다고 한다. 경내에는 혜소국사비(보물 488호), 인목대비친필족자(지방 유형문화재 34호), 오불회 괘불(국보 296호) 등 여러 문화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절과 이어지는 칠장산 산행도 해볼 만하다. 왕복 4.5km에 2시간 30분쯤 걸린다. 칠장사 종무소 031-673-0776.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던 청룡사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던 청룡사

서운산 자락의 청룡사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고려 원종 때 명본국사가 창건한 절로 당시의 이름은 대장암이었다. 1364년 나옹화상이 중창할 때 청룡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이름을 청룡사로 바꾸었다. 경내에는 대웅전(보물 제824호)을 비롯해 삼층석탑, 명부전, 관음전, 조선 현종 때 주조한 무게 5톤의 동종 등이 남아 있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칠장사 대웅전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칠장사 대웅전

청룡사는 남사당패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이들은 청룡사에서 겨울을 지낸 뒤 봄부터 가을까지 안성장터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절 아래의 청룡저수지는 물이 마르지 않아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을 즐기기 좋고 서운산(547미터)은 높이가 낮아 가족 산행지로 괜찮다. 5월에는 철쭉이 활짝 꽃을 피운다. 청룡사에서 시작해 좌성사-정상-은적암-청룡사로 하산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청룡저수지 들머리 야산에는 남사당패의 여자 꼭두쇠(우두머리)로 활약했던 바우덕이 묘가 있다.

 

 

돌로 쌓은 죽주산성
돌로 쌓은 죽주산성

안성 관내에 흩어진 볼거리

칠장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죽주산성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 왜군과 맞서 싸웠던 격전지로 본성, 외성, 내성 세 겹으로 만들어진 돌성이다. 돌을 겹겹이 쌓아 올려 견고하면서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남과 서울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였거니와 고려시대에는 몽고군이 여러 차례 이곳을 공격했다. 인근에 조선시대에 세워진 죽산향교와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끌려와 처형됐던 죽산성지(이진터)가 있다.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이 숨어 살던 미리내성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미리내’는 밤이면 달빛 아래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쌍령산과 시궁산이 아늑하게 감싼 3만여 평의 성지는 아늑하고 포근하다. 김대건 신부를 모신 경당, 모자이크가 아름다운 성모성심당, 103위 순교성인 기념관, 무명 순교자의 묘소, 십자가의 길 등이 있는 성지를 다 둘러보는데 1시간쯤 걸린다. 시간에 맞춰 가면 미사를 드릴 수 있다.

 

양성면 난실리에 마련된 조병화문학관
양성면 난실리에 마련된 조병화문학관

미리내 성지 입구인 난실리 마을에는 편운 조병화 선생의 저작물과 그림, 휘호, 육필 등 유품들이 전시된 조병화문학관이 있다. 생전 시인은 이곳 고향마을 편운재에 머물며 많은 작품을 썼다. 그 중 고향마을 사람들을 찬미하는 <우리 난실리>는 기교와 가식이 섞이지 않은 소박한 시로 잔잔한 울림을 준다. 문학관 뒤편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서일농원 앞마당에 늘어서 있는 장독대
서일농원 앞마당에 늘어서 있는 장독대

안성은 저수지가 많기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고삼, 금광, 마둔, 이동 등의 저수지는 낚시뿐만 아니라 쉼터로도 좋다. 이 중 고삼저수지는 은비늘 호수와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절묘한 풍경이 일상의 시름을 달래준다. 10만㎡ 가까운 드넓은 공간에 고추장, 된장 등 장류가 익어가는 서일농원(일죽면 금일로)에 가면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황토발효 숙성실과 저온 보관시설에서 최적의 장맛을 만들어내는 이곳은 입소문을 타면서 드라마 ‘식객’ 등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안성팜랜드(공도읍 대신두길 28)는 일종의 가족 놀이터다. 낙농체험관, 전통생활전시관, 가축체험교실, 전통놀이장, 승마체험, 활쏘기(국궁), 연날리기 등의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반려견과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가족형 애견 시설도 있다. 이밖에 갖가지 허브들을 만날 수 있는 허브마을도 안성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안성팜랜드 031-8053-7979. <여행작가,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