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 시계, 다시 안개 속으로... ‘문 열릴까’
한반도의 평화 시계, 다시 안개 속으로... ‘문 열릴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3.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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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후폭풍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후폭풍이 거세다.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재개에 대한 여지를 열어놓고 있지만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별 쓸모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사실상 전면 제재해제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를 반박했지만 '비핵화 회의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시계를 점검해 봤다.

 

북미 관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수용하는 듯 했지만 막판 다시 일괄타결 카드를 내놓았다. 기존의 ‘선 비핵화 후 보상' 해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내부의 엇박자도 엿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심에 있다. 북핵협상은 그 동안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주축으로 진행돼 왔다.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서로 요구하는 가격이 안 맞아서 문제일 뿐 흥정을 통해 얼마든지 조율할 여지가 있지만 일괄타결은 전혀 다른 성격이다. 북한 입장에선 완전 무장해제를 한 뒤 미국의 선처를 기다리라는 논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중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아직 남아있는 협상의 불씨를 살려야 하지만 교착 상태를 깨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절박함에도 미국 내 강경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제재 면제 검토 의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동창리발’ 논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며 변화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트럼프 정부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장기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추가적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당장 합의가 깨지지는 않겠지만 어느 쪽도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제자리 걸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면 북핵 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움직임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단계적·동시적·병행적 로드맵' 같은 것을 만들어서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초강경파인 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그 당시 한 일은 논의의 장으로부터 우호적인 태도로 걸어 나온 것이었다. 그는 김정은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아직 날짜 같은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지만 북한이 돌아가 그들의 입장에 대해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볼턴 보조관의 발언은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빅딜 수용이 필요하다는 압박 성격을 갖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나는 진짜로 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북한은 부분적인 딜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동향 등은 또 하나의 논란 소지다. 볼턴 보좌관은 이에 대해 “눈 한번 깜박임 없이 보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곧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특정 상업 위성사진이 보여주는 것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면서 "그와 관련해 세부사항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동창리발 논란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 일단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이 위성이나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꽤 실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미국 언론과 북한전문매체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구된 것으로 보이며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미사일 및 우주로켓 발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급변하는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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