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유리천장(Glass-ceiling).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뜻이다. 197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기업과 관련된 경제용어지만 지금은 정치와 관료집단 등 사회 전 분야에 있어서 여성의 사회적 신분 차별에 쓰인다.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스웨덴은 세계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고 양성평등이 잘 실현되는 나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남성과 여성은 일에 있어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은 세계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고 양성평등이 잘 실현되는 나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남성과 여성은 일에 있어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사진 = 이석원)

자연히 유리천장은 그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유리천장이 강고한 사회일수록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강한 사회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성의 날을 즈음해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OECD와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통계처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다.

이 조사는 여성들의 고등교육 성취도와 노동 참가, 관리직 진출과 이사 기용, 의회 진출, GMAT 응시율, 그리고 성별 임금 격차와 남녀의 출산 휴가, 임금에서의 보육비 비율 등 모두 10개 분야에서 이뤄진다.

지난 8일 발표된 ‘유리천장 지수 2019’에서 스웨덴은 지난해에 이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 중 양성평등이 가장 잘된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들의 포괄적인 사회 진출은 물론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가장 합리적임을 뜻한다.

분야별로 보면, 먼저 고등교육 성취도(Higher education) 부문에서 스웨덴은 여성들의 고등교육 성취도가 남성보다 13.1포인트 높아 아이슬란드(15.9포인트), 핀란드(15.5포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캐나다(12.6포인트)와 덴마크(10.9포인트)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노동참가율(Labour-force participation rate)은 스웨덴이 1위다. 남성보다 3.6포인트 낮다. 그 뒤를 핀란드(3.8포인트), 노르웨이(4.2포인트), 아이슬란드(5.1포인트), 덴마크(5.4포인트)가 차지했다. 북유럽 노르딕 국가가 5위까지 섭렵한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정 지수’. 위 사진은 2019년 자료이고, 아래 사진은 금년 발표된 자료다. 스웨덴은 2년 연속 1위고, 한국은 2년 연속 꼴찌다. (사진 = 이코노미스트 화면 캡처)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 위 사진은 2019년 자료이고, 아래 사진은 금년 발표된 자료다. 스웨덴은 2년 연속 1위고, 한국은 2년 연속 꼴찌다. (사진 = 이코노미스트 화면 캡처)

성별 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는 스웨덴 여성들이 남성보다 13.4% 적게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위로 다소 순위가 낮다. 벨기에가 3.7% 차이로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고, 그리스가 4.5%, 이탈리아가 5.6%, 덴마크가 5.7%, 터키가 6.9%의 임금 격차를 나타냈다.

관리직 여성의 기용(Women in managerial positions)은 폴란드(41.3%), 미국(40.5%), 헝가리(39.4%)에 이어 스웨덴이 39%로 4위를 차지했다. 38.4%의 노르웨이가 5위다. 기업의 관리직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것이다.

기업 이사 중 여성의 비율(Women on company boards)도 스웨덴은 4위를 차지했다. 관리직 기용과 큰 차이가 없는 36.9%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45.2%의 아이슬란드가 1위고, 그 뒤를 프랑스(41.2%)와 노르웨이(40.2%)가 차지했으며 이탈리아(36.4%)가 5위를 차지했다.

GMAT에 응시하는 여성(GMAT exams taken by women)의 비율에서도 스웨덴은 4위다. 41%의 여성들이 응시하고 있다. 슬로바키아(45.5%)가 OECD 국가에서 가장 높고, 핀란드(44.5%)와 터키(42%)가 그 뒤를 이었으며, 캐나다(40.8%)가 5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의회 진출(Women in parliament)은 스웨덴이 단연 1위. 거의 절반에 이르는 46.1%가 여성이다. 역시 노르딕 국가들의 여성 의원 비율이 높아서 핀란드(42%)가 2위, 노르웨이(41.4%)가 3위를 차지했다. 4위 프랑스(39.6)와 5위 스페인(39.1%)도 높은 편이다.

임금에서 보육비가 차지하는 비율(Net child-care costs)은 한국이 매우 낮다. 체코는 보육비가 전혀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1위를 차지했고, 3%에 불과한 한국이 2위, 3.3%의 오스트리아가 3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은 5%인 독일과 이탈리아에 이어 5.2%로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보육비는 공교육에 국한된 것이라 사교육비가 높은 한국의 경우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웨덴-젊은이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젊은이들 (사진 = 이석원)

여성 출산휴가(Paid leave for mothers)는 스웨덴이 34.7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받아서 의외로 순위가 높지 않다. 헝가리(71.8주), 슬로바키아(53.7주), 체코(53.1주), 오스트리아(51.2주), 노르웨이(45주)가 5위권을 형성하고 스웨덴은 10위다.

남성 출산휴가(Paid leave for fathers)는 일본(30.4주)과 한국(17.2주)이 OECD 1, 2위이고 스웨덴은 10.9주로 12.5주인 포르투갈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9.8주)가 5위다.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정 지수 2019’에서 한국은 종합 꼴찌를 기록했다. 28위는 일본. 한국은 성별 간 임금 격차가 34.6%나 되고(29위), 관리직 여성 기용은 12.5%에 불과했으며(29위), 기업의 이사는 2.3%에 그쳤다(29위).

고등교육 성취도도 남성보다 6.6포인트 낮아서 28위였고, 여성의 노동참가율도 남성보다 20.3포인트 낮아 28위에 머물렀으며, 여성의 의회 진출은 17%로 29개국 중 27위였다.

굳이 이 자료가 아니더라도 스웨덴 사회는 여성에 대한 구분된 인식이 거의 없다. 남성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구분도 없다. 모든 일이나 사회 구성에서 남성과 여성은 그저 생물학적 성별의 구분일 뿐이지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나눠서 고려하고 판단하는 일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남성과 여성은 체격이나 체력 등의 차이가 있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스웨덴 사람들은 “190cm, 100kg의 남성과 170cm, 70kg의 남성도 그런 차이는 있고, 레슬링 선수인 남성과 첼리스트인 남성도 그런 차이는 있다”고 얘기한다.

유리천장이라는 것이 지양돼야 하는, 용어 탄생 이후 50년 안에 소멸돼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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