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숫자 유지, 가장 큰 병폐인 주입식 교육 벗어나는 계기 될 것”
“강사 숫자 유지, 가장 큰 병폐인 주입식 교육 벗어나는 계기 될 것”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9.03.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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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우리시대 최후의 척탄병’ 김영곤-김동애 시간강사 부부-1회

“서구는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에만 5세기가 걸렸다. 저는 우리 세대에 당장 무엇인가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산다. 투쟁의 존재이지만, 제 존재 자체는 역사의 한 과정일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기자가 수년 전 김영곤(71) 선생에게 들은 말이다. 스스로 역사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순교론적이다. 고려대 경제학 시간강사에서 ‘잘린’ 그는 12년간 국회 앞과 고려대에서 노숙 투쟁을 벌여왔다. 얼마 전, 완벽은 아니어도 적정선에서 시간강사들의 입장을 충족시키는 ‘대학시간강사법’이 통과되었다. 우리시대 선비 부부가 늙은 ‘척탄병’이 되어 이룩한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김영곤-김동애 선생 부부는 파르티잔(유격대)적 감수성으로 부조리한 대학 시간강사법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행동했다.

 

우리시대 최후의 척탄병’ 김영곤-김동애 시간강사 부부
우리시대 최후의 척탄병’ 김영곤 시간강사

흔히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김영곤 선생은 모든 것을 내려두고 이름을 지운 채 행동에만 초점을 맞췄다. 유신독재를 반대하다가 제적돼 사회주의를 신봉한다는 그가 젊은 시절, 펜을 놓고 책을 집어 던지고 공장 노동을 택한 이유다. 그는 70년대 유신반대 시위를 하다 공장에 취직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글보다는 행동의 결과론이랄까, 신영복 선생에 대해서도 “서울대가 만들어낸 신화”라고까지 과감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닮은꼴 부인 김동애(73) 선생도 서울의 모 대학 연구교수직을 뿌리치고 투쟁을 시작했다. ‘강사 투쟁 하지 말라’는 조건에, 자리를 포기하고 연구실 열쇠를 반납한 뒤 대학을 나왔다. 이런 와중 강사들이 강사의 현실을 비판하며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그렇게 시간강사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시간강사법의 핵심은 ‘교원지위 회복’이다. 40년 동안 시간강사는 실체가 교원이면서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니었다. 해고되어도 수긍하지 못했지만 교원심사를 소청할 수 없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해도 계약관계, 고용-피고용 관계로만 해석되었다. 아르바이트보다도 못한 직업군이었다는 얘기다. 이제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생각될 경우 교원심사소청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다. 이런 장치를 통해 신분을 보장할 때 연구와 교육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아예 교과목수, 강사수, 강의수를 줄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강사가 교원이 되면 신분이 보장되고 교육과 연구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학이 강사를 노예처럼 부리는 게 불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학이 교과목수와 강의수를 줄여 강사를 자르려고 한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소문이 사실이 아닐 경우라면, 학생의 학습권은 강사법의 시행과 학생수업 절대평가 그리고 교수-강사수를 유지 확대할 때 보장된다. 강의수-강사수가 많아야 강의가 다양해지고 학생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요지는 강의실에 학생 수가 적어져 교수-강사와 학생 사이에 상호 소통하는 토론수업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 나아가 우리사회 대학교육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됐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김영곤-김동애 부부 강사의 분석이다.

김영곤 선생은 “시간강사가 정상적으로 교원 지위를 얻게 되면 주입식 교육을 그만두고 토론수업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도 개성을 갖게 된다”며 “서울에 있는 큰 대학들이 연구의 모든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누리던 상태는 불가능하게 된다. 흔히 다른 나라는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도 질이 좋다고 하는데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과된 대학 시간강사법의 과실이 달지 쓸지 모를 과도기. 기나긴 투쟁 중에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김영곤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재 몇 년째 투쟁중인가. 투쟁을 시작한 계기는.

▲ 12년째다. 농성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소속으로 2007년 9월 7일부터 했다. 근본적인 계기는 대학에서 비판의 자유가 없으니 교원지위를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직접적인 것은 2005~2006년 국회에서의 시간강사법 발의와 관련됐다. 때마침 2007년 12월에 대선이 있고 4월에 총선이 있었다. 그때쯤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대선 정국,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교조 집행부가 석달만에 농성을 이탈했다. 당시 김동애 선생이 한교조 대학강사교원법적지위 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투쟁을 계속했고 고려대, 영남대, 대구대 분회에서도 관련 농성을 이어갔다. 영남대와 대구대는 2009년에 그만뒀고, 고려대 분회만 농성을 계속했다. 이후 고려대는 학생 학부모, 교수들과 함께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를 만들어 농성을 계속해왔다.

 

아내 김동애 선생
아내 김동애 선생

- 두 부부 모두 고희가 지났다. 현재 건강은 어떤가.

▲ 안 좋았었는데, 병원도 다니고 해서 견디고 있다. 시골집이 구들장이어서 불을 때면 몸이 많이 좋아진다. 일반 가정과 달리 해소가 잘 된다(웃음).

 

- 지난해 11월 대학 시간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 강사법은 2011년에 통과가 됐다. 그것을 7년 동안 시행을 유예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개정안이 나왔고 11월 29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를 했다. 이 법은 올해 8월 1일에 시행된다. 법 자체는 근본적으로 큰 하자는 없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문제가 있다. 일단 2018년 개정법의 핵심은 강사가 교원이라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연구하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교원심사 소청할 수 있어 비판적 연구와 강의가 가능하다. 계약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하되 2회 계약갱신절차를 받을 수 있다. 공채이며 상황이 좋으면 3년까지 강의할 수 있다. 방학중 임금, 퇴직금과 4대보험도 보장된다. 그런 점에선 진전이 있다.

 

- 강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다. 지난 40년 동안 강사는 실체가 교원이면서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니었다. 저도 해고돼 수긍하지 못했지만 교원심사를 소청할 수 없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갔더니 문제를 단지 계약관계, 고용-피고용 관계로만 봤다. 연구하고 교육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생각될 경우 교원심사소청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다. 이런 장치를 통해 신분을 보장할 때 연구와 교육이 안정될 수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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