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3월에 잡아야 할 것은 과연?
교사가 3월에 잡아야 할 것은 과연?
  • 안상태
  • 승인 2019.03.12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 그리고] 교실에서 / 안상태

2019년의 새해가 밝고, 달력의 1월을 맞이함과 동시에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각오를 다지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이와 다른 1년의 주기를 갖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학생 또는 교사일 것이다. 2월의 졸업식을 끝으로 직전 학년도를 마무리하고, 짧은 기간 동안 다음 학년도를 준비한다. 교사들에게는 인사 발령으로 인해 새로운 학교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새로운 업무와 학급을 배정받기도 한다. 떠나보내고 난 뒤의 정리와 새로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연속되며, 그렇게 2월은 지나간다.

 

나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맞이한 학교에서의 3월은 전쟁과도 같다. 가장 바쁘고,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임과 동시에 3월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그 학교의 새 학년도의 분위기를 결정짓기도 한다. 경력이 짧은 교사들에게 3월은 더욱 바쁘고, 정신없고,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일쑤다. 특히 경험이 적은 새내기 교사에게 던져주는 선배 교사의 진심어린 조언의 한 마디는 약간의 고민을 더해주기도 한다.

“3월에 잡아야 나중이 편하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 첫 해부터 나 역시도 선배 교사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이야기이다. 물론 제대로 실천해본 적은 없었지만, 얼마 전 한 후배가 SNS에 고민처럼 털어놓은 글을 읽으면서 나도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교직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교사들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교사상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자신의 학창 시절에서의 기억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구체화하고는 한다. 학생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딱딱하고, 숨 막히는 수업과 학급 분위기를 절대 답습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먹음과 동시에 친근하고, 편한 분위기를 풍기는 교사의 모습을 자신의 미래로 설정한다. 또한 학생들의 관심사에도 척척 대답해주기도 하면서, 학생들 속에서 함께 어울려 웃고 즐길 줄 아는 교사라면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는 최고의 모습이라고 뿌듯해한다.

나 또한 친구나 형 같으면서도 유쾌하고 즐거운 수업을 하고, 합리적인 학급 운영으로 구성원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길 꿈꾸며 교직에 들어섰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적은 것보다 생각의 차이가 덜해야하고, 학생들 사이에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언제나 중요했다. 그런 나에게 던지는 선배 교사들의 조언들은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고, 크게 공감가지 않았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그저 거부하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때 당시 생각이 학급을 운영에 있어서 큰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니며, 크게 실패했다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기 초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데는 꽤나 성공적이었으며, 엄격하고, 딱딱한 교실보다 학생들은 행복해보이고, 학급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모두 결속력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급 운영 중 가끔씩 터지는 사소한 문제의 순간에는 1명의 교사와 35명의 학생이 아닌 그저 36명의 학생들끼리 아등바등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으며, 옳고 그름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싫은 소리를 하는 교사의 모습은 그저 낯선 옷을 입어 어색한 반만 어른인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런 내면의 고민들이 커질 때면 선배 교사들의 조언이 떠오르곤 했다. 그렇다면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처음 한 달 동안은 웃지도 말고, 위압감 있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윽박지르며 대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우락부락한 체격, 카리스마 있는 눈빛, 거친 목소리 등과는 거리가 멀기에 내 모습이 아빠 흉내 내는 어린 아이 같이 보일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편안하고,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학생들과의 래포(Rapport)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치관과 연관이 깊다.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안함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이에 3월 초는 래포 형성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으며, 많은 고민을 한다. 수차례 학급 회의를 하고, 상담카드를 만들어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에 3월 개인 시간은 학생을 위해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험한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나의 가치관이 크게 잘못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선배 교사들의 조언에서 크게 놓친 것이 있다. 바로 교사가 3월에 잡아야 할 것은 무엇이었나? 지금까지 나는 잡아야할 대상을 학생으로 놓고, 잡기 위해서는 엄격함과 위압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대상이 학생이 아니다.

3월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낯설고 적응이 필요한 시작의 시기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고, 표현해야 한다. 모르면 실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교사는 잡아주어야 한다. 빨리 잡아줄수록 좋다.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이때의 교사의 친근함과 엄격함은 개개인의 성향과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공동으로 추구하고자하는 목적은 “바람직한 학급 운영”,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 등으로 같다. 앞으로 위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의도는 어찌되었건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싶다.

“3월에 학생들이 앞으로 지켜야할 규칙(약속)과 행동의 범위를 설정해주어야 한다.”

“담당 교사(담임교사)가 추구하는 교육관에 대해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면, 좀 더 이해하기 좋을 것 같다.

“3월에 학생들이 학교생활(교사)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학교 전체의 1년이 편하다.”

<안상태 님은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