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우리시대 최후의 척탄병’ 김영곤-김동애 시간강사 부부-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영곤-김동애 시간강사 부부
김영곤-김동애 시간강사 부부

- 개정안과 관련 대학측 관계자들도 참여했었나. 참여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지난해 18차례 회의했고 4년제 대표, 2년제 대표, 강사노조, 한교조, 전공노 등이 참여했었다. 그리고 국회가 추천한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대학 측에선 원론적으로 대학에서 연구 제대로 하려면 강사들의 지위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이들은 돈 문제로 난색을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강사법에 합의했다. 돌아서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다.

 

- 개정안을 두고 강사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 강사들은 학문 연구나 교직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잘했다고 한다. 교원지위 회복 이외에도 나머지 부족한 부분들은 싸워서 법을 개정해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실제 어떤 대학에 강사노조가 있다면, 학생이 싸우거나 대학원생이 교원지위 쟁취를 피력하기 위해 함께 투쟁한다. 물론 대학원생은 노골적으로나 공개적으로 못싸우지만 교수조차 반발하는 학교에서는 대학원생들도 싸우고 강의 자리도 유지할 수 있다. 대학원을 유지해야할 경우 대학원생이 졸업하면 강의를 줘야하는데, 대학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겠다는 곳에서는 강사들이 많이들 해고당한다. 그런 대학의 강사 분들도 대학에 맞서 싸우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싸우기 힘들다. 싸울 의지도 없고 싸울 경우 학회에 알려지고 교수임용에 결정적으로 하자가 되니 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그건 교육부에서 1조원에 해당하는 대학혁신예산을 활용하면 될 것인데,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앞으로 대학 평가할 때 강의수도 관련이 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의 강사들은 그나마 강의를 유지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해고될 소지가 다분하다.

 

- 현재 전국 대학들이 강의수를 줄이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 강사가 교원이 되면 신분이 보장되고 교육과 연구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이 강사를 노예처럼 부리는 게 불가능해진다. 이 상황에서 대학은 교과목수, 강의수를 줄여 강사를 자르려고 한다. 강사를 흔들어 강사법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대학들은 강의수 때문에 재정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급제다. 방학중 임금을 주는데 4개월 중 1년에 1개월치만 주고(2019년은 2학기 보름치) 현재는 그나마 70%를 정부가 부담한다. 강사들의 연구와 교육 생산물에 비하면 사실상 공짜에 가깝다. 대학은 강사법 시행이 안정되면 다시 강사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학생의 학습권은 강사법의 시행과 학생수업 절대평가 그리고 교수-강사수를 유지 확대할 때 보장된다. 강의수-강사수가 많아야 강의가 다양해지고 학생이 원하는 강의를 듣게 된다. 또 그래야 강의실에 학생수가 적어져 교수-강사와 학생 사이에 상호 소통하는 토론수업이 가능해진다. 우리 사회 대학교육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됐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아는 학생들이 강의수를 실사해 강의수 축소를 막는 노력은 정당하다.

 

- 대학들의 강의수 줄이기가 학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다.

▲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이겠는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창의적으로 연구해본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 때는 자본, 기술, 인력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국내에서는 저임 노동을 공급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국제 사회에서 견뎌 낼 수 없다.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해 사람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다른 나라는 엔진자동차,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에 대한 토론이 끝났다. 한국은 아직도 이에 관한 토론이 끝나지 않았다. 엔진자동차 중 휘발유차와 디젤차에 대한 토론은 수십년 전에 결론이 났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자유스러운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다. 강사들은 강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하고 일부 성과가 있지만 한계도 있다. 워낙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습권 차원에서 강의수를 유지하려 대학에게 요구하고, 전임교수가 법정 주9시간 이상의 강의를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 시간강사라는 개념,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 지금의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닌 시급제 비정규 교수이다. 시간강사는 1960년대 생겼는데, 1977년에 교원지위를 박탈당했다.

 

- 강사들의 궁핍한 상황, 박정희 정권 시절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 그렇다. 박정희는 유신독재에 이어 종신집권을 노렸다. 박정희는 대학생들이 독재를 반대하는 원인을 젊은 강사들로 봤다. 대학생들이 젊은 강사들에게 비판하는 법을 배워서 자신을 반대하는 줄로 여겼다. 그래서 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교원지위와 보수는 전임교수에게 몰아주고, 강사는 시급제 비교원이 되었다. 이렇게 교수와 강사를 분리 지배하면서 우민정책을 완성했다. 이 정책이 40여년 계속되다가 강사법 시행으로 반전됐다. 언론, 공무원, 교사 등 여러 부문에서 분리지배정책을 시행했으나 87년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분리지배정책이 무너졌다.

 

- 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 강사가 비정규 교원이라 해도 교원인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강사는 교원이 아니다. 개발독재 시기에 이 세 나라에서 강사가 공통적으로 교원 지위를 잃었다. 산업화되고 농민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 노동자가 되면 사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인식이 높아진 노동자는 근로조건 개선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다. 개발독재는 이것이 두려워서인지 대학에서 비판을 막는 장치로 강사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이런 정책이 세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는데, 어떻게 이런 정책이 나왔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강사가 교원지위를 회복한 것, 이들 나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 일각에서는 이번 강사법을 재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뭐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안 수정은 가능한지.

▲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대학 측에서 나온 말이다. 강사의 입장에서는 3월 학기에 강사수를 줄이는 것이 걱정거리다. 지금까지는 교수 등이 인간관계에 따라 강사를 추천했다. 그러나 2학기인 올해 9월부터는 공개 채용한다. 강사 임용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리게 된다. 연구와 교육에서 좀 더 유능한 강사가 채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부분 강사들이 일제히 논문을 쓰면서 공개채용에 대비하고 있다. 강사법이 통과된 것은 많은 강사가 죽음으로 저항하고 오랜 시간 농성한 노력도 있었지만 사회적 요인도 컸다. 촛불혁명이 일어나면서 강사법 시행을 더 이상 유예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대학이 국회와 정부에 압력을 넣었는데 이것이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다. 또 지식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지식의 창출과 교육의 일대 변화가 필요했다. 이런 점들이 작용해 강사법이 시행되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강사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거짓 뉴스를 믿어선 안 된다. 대학도 진지하게 연구와 교육의 질로 승부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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