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기] 홍콩-5회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다양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또 홀로여행까지…. 작년엔 휴양지 위주로 다녔으니 올해 첫 여행은 관광지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작년부터 계획한 올해 첫 여행의 목적지는 홍콩이다.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 쇼핑의 메카, 밤이 아름다운 나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 금요일 새벽에 도착, 약 5일을 머물고 화요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4박 6일의 여정이다. 그 다섯 번째 이야기다.

 

원래는 마카오를 가는 날이었다. 홍콩을 오기 일주일 전에 예약한 마카오행 터보젯 페리. 하지만 마카오를 가야되는 전날까지 예약이 잡히질 않았다. 결국 취소하고 침사추이를 더 돌아보기로 했다. 마침 전날 먹지 못했던 란퐁유엔 토스트집의 지점이 침사추이에도 있었다. 아침은 란퐁유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여유 있게 움직이기로 했다. 정오쯤 숙소 밖으로 나와 슬슬 걸었다. 날씨가 쾌청했다. 전철을 탔다. 빡빡한 일정이 아니기에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햇살이 눈이 부셨다. 창 앞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사람, 핸드폰을 보는 사람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전철이 빨리 달릴수록 더욱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정말 이 바람은 뭘까, 에어컨이 맞겠지? 바깥바람이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이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전철 안 시원하게 부는 바람의 정체를 놓고 토론(?)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침사추이는 홍콩 시내의 중심부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쇼핑센터와 맛집이 넘친다. 항상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다. 바로 란퐁유엔을 향해 걸었다.

 

한참을 헤맸다. 쇼핑센터 안에 있어서 지도로는 자세히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로그에서 설명해준 대로 다니다가 결국 길을 잃었다. 뭐 상관없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가게에서 물부터 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홍콩에선 물을 꼭 챙겨 다녀야 된다. 물을 구매한 뒤 쇼핑센터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란퐁유엔. 다행히 점심시간이 좀 지나서 줄이 짧았다. 회전율도 좋아서 15~20분 기다린 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소호거리에 있는 란퐁유엔은 자리도 좁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이면 침사추이 지점으로 오는 걸 추천한다. 지점이어도 맛은 똑같다고 한다. 자리도 많고, 넓고, 회전율도 좋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안내해준 자리에 앉았다. 우린 토스트가 목적이 아니었다. 란퐁유엔은 밀크티와 토스트가 유명하지만 숨겨진 메뉴 치킨누들이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군침이 흐른다. 얇은 면과 양배추를 달짝지근한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볶은 뒤 구운 닭고기를 얹어 내놓는 음식이다. 내내 홍콩 음식이 입에 안 맞았던 친구도 이건 그나마 잘 먹었다. 치킨누들 두 개에 토스트 하나를 시켰다. 치킨누들은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이 좋아할 담백한 맛이다. 다만 먹다보면 느끼해서 김치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식사를 마친 뒤 바로 근처에 있는 망고주스 가게를 찾았다. 허유산이라는 곳이다. 홍콩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말한다. ‘1일 1허유산’이라고. 매일 먹어야 될 정도로 맛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문 실패로 우린 거의 다 남기고 말았다. 이곳에 들를 일이 있다면 젤리가 없는 오리지널 망고주스를 시키기를…. 맹맹한 맛의 작은 젤리들이 계속 빨려 들어와 주스를 먹는 건지 젤리를 먹는 건지….

먹다 남은 망고주스를 들고 시계탑 쪽으로 걸었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서다. 시계탑 쪽엔 스타페리 선착장과 해안산책로가 있다. 해안산책로는 반대편 홍콩섬을 보며 걸을 수 있게 되어있다. 홍콩섬을 향해가는 페리도 보이고, 선선한 바람도 불고 산책하기 좋았다. 꽤 넓고 길어 사람이 많아도 충분히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길가엔 홍콩섬을 보며 앉아 쉴 수 있게 벤치도 놓여있다. 걷기도 하고 앉아 쉬기도 하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딱히 쇼핑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적은 돈을 들고 여행을 왔기에 쇼핑센터 투어는 빼기로 했다. 쇼핑센터 대신 몽콕 야시장에 갔다. 다음날 다시 들러 기념품들을 살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날은 구경만 하기로 한다. 야시장은 부르는 게 값이다. 꿀팁이라면 최대 50퍼센트 정도는 깎아야한다는 것.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터무니없게 비싸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깎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상인도 포기할 때가 있다. 그 가격이 최대로 깎은 가격인 것이다. 참고해서 똑똑한 쇼핑을 하길. 장난감, 손거울, 동전지갑, 피규어 등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다를 게 없다. 대충 스캔을 해두고 다음 날 쇼핑할 리스트를 적어본다.

 

구경하다 보니 배 속에서 다시 신호가 온다. 마지막 코스인 딤섬집 팀호완에 가기로 했다. 이곳 역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곳이다. 지점이 여러 군데 있는데 원래는 마카오에 가서 먹을 예정이었다. 아쉬운 대로 열심히 블로그를 뒤져 손님이 적을 것 같은 곳을 찾아냈다. 핸드폰 지도를 보며 걷기로 한다. 40분 넘게 무작정 걸어갔다. 홍콩의 높은 건물들 사이사이를 지났다. 유명한 관광지보다 오히려 홍콩냄새가 더 물씬 풍겼다. 오래된 간판과 가게들, 높고 허름한 건물들은 상상 속에 있던 홍콩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홍콩엔 정말 높은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 63빌딩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느낌이다. 상가건물 사이를 지나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팀호완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웨이팅이 없다. 불친절한 주인은 손님이 와도 돈정리가 먼저다. 돈정리를 끝낸 주인은 직원을 불러 자리를 안내했다. 미슐랭 원스타라고 해서 별 다른 건 없었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 표시종이가 있었다. 블로그에서 추천해준 메뉴들을 전부 체크했다. 6가지를 시켰다. 비싸지 않아서 5개를 시켜도 채 2만원이 되지 않았다. 딤섬만 5개, 거기에 연잎에 싸서 찐 찰밥까지 시켜먹으니 입안에 느끼함이 가득했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특별한 건 아니고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루는 흔한 맛이랄까. 미슐랭 원스타라고 해서 별 다를 건 없구나.

 

멀리 떨어진 전철역을 찾아 걸어갔다. 낯선 나라, 낯선 동네지만 마치 우리나라, 우리 동네처럼 편했다. 날이 어두워져 퇴근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높은 건물에 하나 둘 불이 켜지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전철역에 도착했다. 많이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다. 여유 있게 돌아다녀서인가. 내일 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바로 숙소로 돌아간다. 평소보다 홍콩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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