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대로 해야 100년 간다
정석대로 해야 100년 간다
  • 박정섭
  • 승인 2019.03.1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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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박정섭의 ‘내 집짓기 해법’-9회

현대인들이 도심에서 전원으로 삶의 터를 옮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주거문화의 변화에 동참하여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더구나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마련한다는 것은 일생동안 단 한번 있을까한 가슴 벅찬 기쁨이고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연습 삼아 한번 집을 지어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은 늘 착각이나 오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집짓기의 첫걸음부터 시행착오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도처에서 이와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아마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볼려고 하며 그 테두리 안에서 매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본다. 또한 해당분야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건축주가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고 전문가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인정하는 데는 더더욱 인색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짐작된다.

누구든 돈 없애고 속 편한 사람 없듯이 내 집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의 지나간 시행착오에 대해 “얼마짜리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버리고 넘기기엔 그로 인한 비용 낭비는 너무나 큰 액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다가오는 전원주택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찌든 도시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원생활의 정취와 여유로움을 설계하는 분들에게 터 고르기부터 준공ㆍ입주해서 터다지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상 겪기 쉬운 시행착오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 요령에 대해 여섯가지 주제로 나누어 실무지침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글 싣는 순서 】

Ⅰ. 택지를 살 때 기본적으로 「체크」해야할 사항

Ⅱ. 설계의 중요성 인지는 예산절감의 지름길

Ⅲ. 공법의 선택에 따라 쾌적성이 달라진다

Ⅳ. 시공업체 선정시 이런 점을 유념하라

Ⅴ. 무조건 저렴한 「평당공사비」선택은 부실주택으로 돌아온다

Ⅵ. 건축주와 설계ㆍ시공자가 지켜야할 점이 있다

 

14평형-모던
14평형-모던

수주계약한 공사금액에서 시공업체가 이윤을 챙기기 위해 공사원가를 줄일 수 있는 편법시공은 건축주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이로 인해 하자발생율이 높은 사례를 간단히 들자면,

첫째, 단열재를 정석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 실내가 쾌적하지 못할 뿐 아니라 100% 결로현상으로 벽지나 천정, 바닥재가 썩고 곰팡이가 서식하게 될 것이다.

둘째, 설비배관 자재를 비규격품으로 시공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배관의 수명이 짧고 누수 등의 발생으로 몇 년 안에 모두 다시 뜯고 재시공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게 된다.

셋째, 미숙련공의 골조시공이나 방수 및 지붕마감재 시공으로 인한 변형 또는 빗물 누수이다.

이와 같은 경우 만약 시공업체의 하자보수이행보증기간이 이미 만료된 상황이라면 건축주는 누구한테 하소연할 곳도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당장에 싼 공사비 대신 추후에 하자보수 비용으로 더 큰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실공사의 악순환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체의 기술력도 원인이 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조건이기 때문에 시공업체가 정석에 맞도록 시공에 임할 수 있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써, 정상적이고 적정한 공사비를 건축주와 시공자 쌍방이 인정하고 집행하는 신뢰의 자세가 필요하다.

합당한 시장가격으로 공사계약 관행이 형성된다면 시공업체도 부실 공사를 자행하여 그에 따른 향후 무거운 하자책임을 스스로 자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장기술자 역시 잘못된 공사의 하자보수에 매달려 있기를 원할 리가 없다.

따라서 건축주의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배경으로 정직한 기술력과 정석 시공이 조화된다면 우리나라도 100년 주택문화의 보편화가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총예산에 맞춰 설계·시공해야

건축주가 주택을 짓고자 할 때는 누구나 한정된 예산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각해서 전원행 대열에 동참하거나, 여유자금으로 주말주택 혹은 별장주택을 장만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떠한 경우든 계획된 예산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건축주는 짓고자 하는 주택의 평수를 대략 정해놓고 예산을 염두에 두고서 시공업체의 문을 두드리며 가장 먼저 평당 공사비를 묻게 된다.

만약 평당 공사비에 평수를 곱해서 예산을 초과하게 되면 건축주는 보다 더 저렴한 평당 공사비를 제시하는 업체를 여기저기 찾아 나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결국 부실공사를 향해서 가는 지름길이다.

강조해 둘 점은 건축주의 예산에 맞춰 반드시 상세 설계가 이루어져야하고, 건축주는 예산이 부족하면 평당 공사비를 낮추려 할 것이 아니라 주택의 규모 즉, 평수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함이 현명할 것이다.

가족 구성원의 숫자나 다른 여건상 평수를 줄이기 어려우면 설계상에서 마감재의 수준을 하향 조정하거나, 필수가 아닌 옵션품목을 일단 포기하는 방법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 하겠다.

전원주택은 살아가면서 여기저기 새로 꾸미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고급마감이나 옵션품목은 예산이 확보된 후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에서 교체하거나 추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40평형-모던
40평형-모던

▲집 지을 때도 주도(宙道)는 있어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와 설계ㆍ시공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공사기간 동안 사소한 것에서 서로 부딪히게 되어 심지어 공사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건축주와 설계ㆍ시공자 각자가 지켜야할 의무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인데, 시간과 제반 경비를 최소화하면서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서로 어떤 규범들을 지켜야 하는지 알아본다.

① 전원주택과 어울리는 건축주가 되어야

멋진 전원생활을 영위하고자 주택을 짓지만 그 중에는 시공과정에서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의견이나 지적이기 보다는 다소 트집에 가까운 지적을 하는 건축주도 솔직히 간혹 있다.

공사내용에 무리한 트집 잡기 식 요구를 하며 공사비 대금결제를 지연시키는가 하면 시공자를 곤욕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시공업체는 대부분 감수하고 공사를 진행하지만 이런 경우 쌍방에게 좋을 리 없고 시공자가 소신껏 좋은 집을 창출해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쌍방이 합의하에 공사계약서상에서 확정한 내용대로 공사범위를 인정하거나 대금결제조건 등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건축주의 자세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② 설계비, 공사비에 대한 인식변화 필요

건축주는 완벽한 집을 바라면서도 합당한 금액이 투입되어야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상식을 무시한 채, 계약시 공사비를 무리하게 깎거나 서비스공사들을 요구하는 경우도 접하게 된다.

남의 집도 아닌 본인의 집을 지으면서 건축주의 그러한 요구는 기술자의 한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설계비나 공사비가 주택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니 만큼 금액을 깎는 것이 대수가 아니고 금액 인정을 현명하게 해야할 일이다.

공사계약시 최종금액에 대한 쌍방의 견해 차이와 함께 건축주가 혹시 비싸다거나 손해보는 듯한 느낌이 있더라도, 일단 양심적인 시공업체를 선택했다면 추후 시공과정과 품질을 지켜보면서 그 느낌은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수주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덤핑 견적가를 건축주가 인정하고 채택한다면 불량업체를 키우고 우량업체는 가격경쟁에서 도태되고 마는 바람직하지 못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며, 그래서 불량주택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건축주 스스로 만드는 행태가 된다.

싸구려 가격에 좋은 집을 짓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저가로 건축주에게 다가오는 업체를 배척해야만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집에 살기 위해서는 건축주 스스로가 공사비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겠다.

 

박정섭
박정섭

 

- Hi-housing 대표
- 박정섭 목조건축디자인연구소 소장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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