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이게 시장이야, 박물관이야?
세상에∼이게 시장이야, 박물관이야?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3.14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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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동묘벼룩시장

 

중장년층의 ‘애정장소’였던 동묘벼룩시장.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 됐다.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모델, 가수, 배우들이 구제 옷을 사러 줄줄이 찾아오며 젊은 상인들도 늘어났다.

동묘벼룩시장은 서울 동대문 인근 동묘 앞에 약 600여 개의 좌판이 모여 이뤄진 시장이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옛 장터 자리로 단종의 비 정순왕후(定順王后)가 궁궐에서 쫓겨나 생활이 곤궁해지자 여인들이 채소를 파는 시장을 만들어 정순왕후를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문에 한때는 이곳에서 행상과 노점을 하는 여인네들이 많아 여인시장이라고도 불렸고, 장거리(場巨里)라고도 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인들이 모이며 상권이 형성됐다. 1983년 6월 장한평에 고미술품 집단 상가가 조성되면서 많은 점포가 그곳으로 옮겨가자, 이 자리에 중고품 만물상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골동품을 비롯해 중고 가구, 가전제품, 시계, 보석, 피아노, 카메라 및 각종 기계, 고서(古書), 레코드 판, 공구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2003년~2005년 추진된 청계천 복원 공사로 장사할 터를 잃은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이 몰리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미세먼지에 가려있던 하늘이 오랜만에 갰다. 한껏 풀린 날씨를 즐길 수 있겠다. 어디를 돌아볼까. 이왕이면 꽤 따뜻해진 날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 좋겠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동묘벼룩시장으로 정했다. 벼룩시장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서 골목골목 잘 찾아 돌아다녀야한다. 가죽, 원단가게 골목을 통해 시장으로 진입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다. 구제옷가게가 이어진다. 구제옷들은 특히나 젊은 층에게 인기다. 가게 상인들도 대부분 젊다. 구제 옷이라고 해서 정말 오래된 옷, 누가 입던 옷이란 편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부분 새 옷처럼 깔끔하다. 요즘 구하기 힘든 브랜드, 독특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때문에 구제옷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멋쟁이들이 많다. 일명 패피(패션피플)들의 애정장소다. 지드래곤, 정려원, 손담비 등 옷 잘 입는다는 스타들도 많이 들른단다.

 

가게들은 대부분 활짝 열려있다. 옷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셔츠가 한 장에 5000원, 두 장에 8000원인가 하면 청바지는 한 벌에 1만5000원이다. 대부분 브랜드 옷들이다. 일반 옷가게를 가면 한참 유행하는 옷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작 원하는 스타일의 옷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동묘에서는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건질(?) 수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적은 용돈을 들고 와서 큰 봉투 가득 옷을 사간다. 구제옷가게도 인기지만 동묘 정문 앞, 바닥에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판매하는 곳이 이곳 시장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옷더미 사이에선 한창 전쟁이 벌어진다. 좋은 옷을 건지기 위해 열심히 옷더미를 뒤진다. 마음에 들면 바로 봉투에 담으면 된다. 가격도 똑같기 때문에 좋은 옷을 고른다면 땡잡은 것이다.

 

시장의 묘미는 또 있다. 바로 골동품이다. 중장년층에게 인기다. 그들의 놀이터와 다름없다. 근처에서 식사나 반주를 걸치고 소화도 시키고 눈요기도 할 겸 시장을 구경한다. 없는 게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레코드판부터 기계, 동상, 낚싯대, 그릇, 장식품 등까지 말 그대로 만물상이다. 추억의 물건들을 보며 회상에 잠겨보기도 하고, 전혀 보지 못한 생소한 물건에서 한참 시선을 떼질 못한다. 싸고 희귀한 물건들이 많아 지갑 열리기 십상이다. 마치 박물관에 온 느낌이랄까. 고대 유물이나 될 법한 같은 것들이 잔뜩 진열돼있으니 가게 분위기도 묘하다. 그 분위기에 홀린 듯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골동품 수집가들에겐 성지와 다름없다.

 

한창 구경하다보니 허기가 진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토스트다.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길거리 토스트다. 바로 구운 토스트를 종이컵에 담아주니 시장을 구경하며 배를 채우기 좋다. 가격도 지극히 착하다. 1000원짜리 한 장이면 오케이다. 토스트뿐이랴. 좀 더 걸어가니 각종 따뜻한 차와 커피를 파는 노점상도 보인다. 또 중장년층에게 사랑받는 잔술로 파는 막걸리 노점도 보인다. 1000원 한 장이면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들이켤 수 있다. 눈앞에 지글거리는 철판에서 부쳐낸 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 두말하면 입 아프다. 노점상도 사랑받지만 시장 구석구석 숨은 맛 집도 찾아보자. 저렴한 중국집, 분식집, 백반집 등이 골목골목마다 깃들어있다.

 

 

한국인만큼 외국인도 많다. 이제 외국인들에게 동대문과 함께 최고의 인기 관광지가 됐다. 서울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벼룩시장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큰 배낭을 멘 외국인들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사진 찍느라 바쁘다. 가게마다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는 외국인도 보인다. 그의 커다란 가방은 더 이상 물건이 들어갈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국적불문 남녀노소 사랑받는 동묘벼룩시장. 볼거리도 많고, 살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한 번 올 땐 단단히 마음먹고 오는 게 좋겠다. 시장에 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고 지갑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구석구석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구제옷가게와 박물관들에 넋을 놓게 되더라도 책임은 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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