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마 탄두리
[신간] 마마 탄두리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3.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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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비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여기 흥정의 달인이 있다. 옷, 가구, 침구는 물론 집값마저 깎아버리는 어머니. 그리고 옆에 서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아버지 뒤에 한 아이가 숨어 있다. 억척스러운 어머니가 못내 부끄러운 아이,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탄두리 화덕처럼 불같은 성격에 할인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어머니, 돈 못 벌어온다고 매일같이 구박받는 아버지, 지적장애를 가진 큰형, 무슬림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작은형. 그리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작가를 하겠다는 집안의 막내 에른스트… 리얼 가족드라마 '마마 탄두리'가 출간됐다.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은 그동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동정과 연민이 아닌 유머와 해학으로 가족을 이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어느 고급 주택가. 마음만 먹으면 집 한 채라도 가격을 깎아버리는 아주머니가 있다. 비결은 목소리 키우기, 남편과 세 아들 동원해 맞장구치게 하기, 그래도 안 되면 어디선가 커다란 밀방망이를 꺼내들어 위협하기. 인도에서 온, 탄두리 화덕 같은 불같은 성격의 ‘마마 탄두리’이다. 에른스트는 오늘도 흥정이 한창인 어머니 옆에 서서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 이야기를 소설로 확 써버리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제목은 ‘마마 탄두리’로.

'마마 탄두리'는 출간 즉시 유럽에서 화제가 되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도이칠란트에서만 10만 부 이상 팔렸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는 출간 후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돈을 줄 테니 후속작은 쓰지 말라고 하기에 돈을 더 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밀방망이를 꺼내들겠다고 협박했다”며 후일담을 밝혔다. 그런데도 2012년 '마마 탄두리'가 연극으로 제작되자 어머니는 예의 그 밀방망이를 들고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

2016년에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디오라프테 젊은 작가상’을 받은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소설을 써볼까 생각 중이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동정과 연민보다는 유머와 해학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마마 탄두리'는 가족을 이해하는 또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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