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기] 홍콩-6회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다양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또 홀로여행까지…. 작년엔 휴양지 위주로 다녔으니 올해 첫 여행은 관광지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작년부터 계획한 올해 첫 여행의 목적지는 홍콩이다.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 쇼핑의 메카, 밤이 아름다운 나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 금요일 새벽에 도착, 약 5일을 머물고 화요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4박 6일의 여정, 그 마지막 이야기다.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부지런히 일어나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짐을 쌌다. 이날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밤에 공항을 가서 밤을 샌 뒤 아침 비행기를 타야했다. 정오가 됐다. 로비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이날 역시 침사추이를 돌기로 했다.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던 음식을 다시 먹으러 갔다. 바로 성림거 쌀국수다. 내 맘대로 토핑과 맛을 정할 수 있는 곳. 저번엔 신맛이 너무 강해 살짝 실패했지만 이번엔 맛있게 만들어 먹으리라. 이젠 익숙해진 지하철. 현지인 마냥 자연스레 탔다. 딱히 일정이 없어 침사추이역이 아닌 한 정거장 전인 조던역에 내렸다.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사람이 많은 편이다. 세 번째 걷는 거리가 낯설지 않다. 지도 없이 걸으며 시야를 넓혀본다. 높은 건물들, 시끄러운 횡단보도(홍콩 신호등은 항상 “따르릉” 소리가 난다), 많은 국적의 사람들. 항상 여행 마지막 날에 그 나라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떠나기 아쉬워진다.

 

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쌀국수집에 도착했다. 역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꽤 보인다. 다들 토핑 선정에 당황하지 않고 블로그를 참고하며 체크하는 모습. 우리는 이전에 먹었던 경험을 토대로 신맛을 빼고, 원하는 토핑만 간단히 얹어서 조금 매운맛을 도전했다. 전날 먹은 음식들이 꽤나 느끼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보통 매운맛을 선택했는데 친구는 한 단계 더 높이 선택한다. 분명 후회할거라는 필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금방 쌀국수가 나왔다. 역시 불친절한 직원. 국물도 그릇이 젖을 정도로 흘리며 갖다 준다. 그래, 이제 그러려니 한다. 쌀국수나 맛있게 먹자. 국물을 먹자마자 매운 향에 기침이 난다. 친구는 먹는 내내 기침만 했다. “너 말을 들을 걸”이라며 후회하는 친구. 큰 코 다쳤다. 그래도 싹 비워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소화시킬 겸 하버시티를 가기로 했다. 오션 터미널, 오션 센터,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 아케이드, 게이트웨이까지 이어지는 홍콩 최대의 복합 쇼핑몰이다. 쇼핑도 안 할 계획이지만 소화시킬 겸, 홍콩의 대표 관광지(?) 한 곳은 가보자는 것이다. 역시나 하버시티 안에선 딱히 본 게 없다. 많은 사람들과 광고에서만 보던 비싼 명품 매장들 뿐. 차마 들어가지도 못했다. 정신없어서 속이 좋지 않았다. 소화시키려고 들어갔지만 오히려 더 더부룩해져서 나왔다.

 

하버시티 바로 앞에 페리터미널과 전날 걸었던 해안산책로가 있었다.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으니 상쾌하다. 벌써 소화를 시킨 듯 우린 페리터미널로 향했다. 어딜 갈 계획은 아니었다. 바로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다. 타이청베이커리라는 곳이다. 원랜 홍콩섬이 원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빵을 하나 먹기 위해 1시간도 넘는 줄을 기다리기 싫었던 우리는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 페리터미널에 지점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다행히 한가해 보인다. 에그타르트를 한 개씩 사먹었다. 유명한 이유를 알겠다. 계란의 비린 향도 없고, 부드러웠다. 타르트는 굉장히 바삭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줄서서 먹었으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금세 에그타르트를 해치우고 며칠 전부터 눈여겨본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향했다. 시계탑 앞에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었다. 홍콩섬에도 있었는데 그곳 역시 줄이 길었다. 대부분 현지인 이었는데 인증 사진을 찍는 걸 보니 꽤 유명해 보였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짧은 줄을 기다리고 하나를 사먹었다. 그냥 평범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안산책로를 걸었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저녁에 짐을 찾으러 숙소를 가기 전에 야시장에서 기념품만 사기로 했다. 슬슬 다리가 아파서 카페를 찾아갔다. 다리도 풀며 시간을 때우다가 이동하기로 했다. 쌀국수가 매웠는지 친구와 번갈아가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카페에서 쉬길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며 침사추이 골목을 돌아다녔다. 무난하게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메뉴판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가장 무난한 치킨 햄버거를 시켰다. 아뿔싸, 치킨에서 짙은 홍콩의 향이 난다. 홍콩음식에서 나는 향은 상관없지만 햄버거에서도 홍콩의 향이 나니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돈을 많이들고 온 것도 아니라 남길 수 없다. 꾸역꾸역 배를 채우자는 심정으로 먹었다.

 

해도 졌고 슬슬 야시장으로 출발했다. 야시장을 가기 전에 또 다른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들렸다. 아까 들렸던 해안산책로 근처에 야경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반대 홍콩섬의 야경을 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사진에 다 담기엔 한정적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야시장으로 향했다.

 

야시장엔 역시나 사람이 많다. 사람을 피해 구경을 해야하고, 원하는 물건은 50프로 이상은 깎아야 하기에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야시장은 약 10시 반부터 서서히 문을 닫는다. 9시에 도착한 우린 전날에 스캔하고 리스트를 짜놔 그 품목들만 집중적으로 보기로 했다. 일단 가격을 물어본다. 상인이 가격을 말하거나 원하는 가격을 말해보라는 사람도 있다. 일단 가격을 들어보고 망설이면 알아서 깎아준다. 그렇다고 해서 첫 번째 가게에서 덜컥 산다면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되는 것이다. 가격을 깎을 대로 깎은 뒤 다음 가게에서 그 가격을 얘기하고 조금 더 깎아서 사면 딱 좋다. 단,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 상인도 팔지 않으니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자. 약 2시간가량 상인과의 실랑이 끝에 성공적인 쇼핑을 끝낸 우린 금세 배가 고파졌다. 야시장 끝에 있는 길거리 음식을 먹기로 했다. 떡볶이 같은 라이스롤과 이전에 먹었던 계란빵이다. 라이스롤은 방송에서 연예인 이상민이 추천해줘서 사먹은 것이지만 맛이 없었다. 이제 짐을 찾으러 숙소로 돌아간다. 짐을 찾아 막차를 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었다.

숙소가 있는 역에 도착했다. 이따 막차를 타려면 짐도 있고 불편할 테니 미리 표를 끊기로 했다. 미리 빼놓은 교통비를 꺼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핸드폰 어플로 쳐본 금액보다 훨씬 비싸게 찍히는 것이다. 공항역에 가기 위해선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공항철도를 타야 되는데 공항철도 비는 어플에 찍히지 않았던 것이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을까 대비해서 따로 돈을 빼놓은 것인데 그마저도 부족해졌다. 다행히 해외승인 카드를 챙겨가서 역무원에게 부탁을 했다. 역무원은 우리의 사정이 딱했는지 친절하게 가는 코스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또 카드결제는 안되니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야 된다며 현금인출기까지 알려줬다. “땡큐”를 몇 번이고 외치며 현금인출기로 뛰어갔다. 하지만 웬만한 영어가 된다고 해도 현금인출기 앞에선 우리는 영어를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했다.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마침 뒤에 선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줄을 서 계셨다. 우리의 사정을 듣고 최대한 예의를 지켜주시며 현금 뽑는 것을 도와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할 때마다 자리도 피해주는 센스까지. “땡큐, 쎼쎄”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여행 내내 홍콩 사람들은 불친절하다며 투덜대다가 마지막에 구세주들을 만나나 셈이다. 무사히 표를 끊고 짐을 찾았다. 다시 역으로 돌아와 수월하게, 하지만 긴장은 풀지 않은 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철도로 갈아탈 때는 표를 다시 끊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미리미리 여유 있게 움직인 덕분에 막차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공항 안 벤치에서 쓰러지듯 누워있었다. 새벽에 공항 안 풍경은 대개 그렇다.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야 되는 사람들은 숙소에서 머물지 않고 밤늦게 공항으로 와 공항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비행기를 탄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했다. 아침 7시,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다이내믹했던 홍콩과 이별했다.홍콩은 정신없고 시끄럽기만 했던 곳이지만, 덕분에 보고 듣고 느낀 것도 많았다. 세계의 여러 다양한 문화들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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