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속, 걷다보면 그곳의 넘치는 매력이 느껴진다
따스한 햇살 속, 걷다보면 그곳의 넘치는 매력이 느껴진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3.1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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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가기] 성북동-4회

이번에 찾아간 동네는 성북동이다. 성북동은 풍광이 아름다운 서울시 자치구 중 하나로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될 한양도성과 연이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서울에 있는 한옥마을 중에서도 아름답고 뛰어난 가치가 있는 한옥들이 많이 모여 있다. 문화제, 한옥마을 뿐 아니라 맛집, 카페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성북동. 꽤 언덕진 산마을이라 할 수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 나름대로 코스를 잡고 돌아보기로 했다. 그 마지막 이야기다.

 

한옥마을 투어, 북정마을 투어를 마치고 이번엔 성북동 올라가는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성북구의 자랑인 길상사와 우리옛돌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 여러 나라의 대사관저가 있어 기대가 됐다. 제일 먼저 길상사부터 찾아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길상사까지 올라가는 셔틀버스가 있었으나 현재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길상사 바로 앞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성북02번을 타면 길상사는 물론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길상사 정류장에 내렸다.

 

길상사는 불교 사찰이다. 1997년에 세워져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최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大苑閣)이 불교 사찰로 탈바꿈한 특이한 설립 이력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원각을 ‘무소유’의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김영한(1916~1999)은 가난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만난 남편과 사별한 후 기생이 되었다. 기명은 진향(眞香)이다. 시인 백석과 사랑에 빠졌으나, 신분 때문에 백석이 부모가 결혼을 반대, 끝내 맺어지지 못했다.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자야’라는 여성이 그녀다. 그리고 해방 후 남과 북으로 분단되면서 백석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었고, 성북동 기슭에 요정인 대원각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백석과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항상 마음에 담아둔 채 홀로 지냈다. 그러던 중 승려 법정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1987년 법정 스님에게 요정 터 7000여 평과 40여 채의 건물을 시주하면서 절을 세워달라고 간청했다. 법정은 처음에 사양했으나, 결국 1995년 이를 받아들여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해 길상사를 세웠고, 이때 김영한에게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주었다.

 

길상사 입구엔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입구는 우리 전통무늬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웅장하다.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보시함. 공양미와 초를 살 수 있다. 젊은 여성이 초를 챙기고 보시함에 돈을 넣는다. 일반미, 찹쌀, 팥, 초 등이 있다. 보시함을 지나니 절을 찾아온 사람들이 몇 보인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사찰을 둘러본다. 본래 요정이었기 때문에 다른 전통적인 사찰과는 풍경이 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산책하며 마음 가라앉히기에 편할 것 같다. 이 절의 명물인 관세음보살상, 길상7층 다보탑이 우뚝 서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구석구석 샅샅이 탐방하진 못했다. 수련하는 사람들과 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서다. 사찰 안은 조용하고 자연의 소리로 가득했다.

 

길상사에서 나와 우리옛돌박물관을 향해 올라갔다. 우리옛돌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하지만 차도만 연결돼있어 걸어서 올라가긴 어려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방문해보기로 한다.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코스를 잘못 잡았다.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 우리옛돌박물관에서 시작해 걸어 내려오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차가 거의 안다니는 한적한 도로가 마음에 들었다. 숨이 차오르니 걷는 속도를 늦춰본다. 높은 담벼락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길이다. 올라가다보면 독일연방공화국 대사관저와 콜롬비아 대사관저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저택들이 몰려있다. 꿈에 그리던 저택들이다. 마치 외국소설, 영화에서나 나올법하다. 넓은 마당에 복층 구조의 큰 저택은 풍채가 남다르다. 조용하고 여유롭다.

 

저택을 구경하고 마저 올라가니 드디어 박물관이 보인다. 우리옛돌박물관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근현대회화관, 야외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옛 돌조각을 사찰의 장식이나 묘제석물로만 여기던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철학과 지혜를 현재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수집한 한국여인들의 삶의 기록이자 규방문화의 결정체인 다양한 형태의 자수와 형상 속에 담긴 심상을 보여주는 근현대 회화 등의 박물관 소장품을 누구나 가까이서 쉽게 접하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게 전시됐다.

 

로비로 들어간다. 입장권을 구매하니 직원이 지도를 펼쳐 추천 관람코스를 알려준다. 제일먼저 건물 안을 돌아보고 3층까지 올라가면 야외 전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먼저 1층 환수유물관을 둘러봤다.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전시관 가득 우뚝 우뚝 서있는 석상들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2층엔 자수관, 벅수관, 동자관, 북카페, 뮤지엄샵이 있다. 소원을 적는 카드, 소원을 빌 수 있는 감실 등이 있다. 조용했던 1층과 달리 2층에선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몇몇 사람이 보였다. 시간대를 맞춰 오면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기자는 자유롭게 구경하기로 했다. 감실도 들어가 침묵의 돌에게 소원도 빌고, 소원카드를 써서 꽂아놓기도 했다. 이제 3층으로 올라간다. 3층엔 기획전시관이 있다. 여러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돼있다. 층마다 분위기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층에서 밖으로 나간다. 옥상인 ‘돌의 정원’과 연결된다. 날씨가 산뜻해 성북동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와 또 다른 느낌이다. 슬슬 걸으며 산책을 했다. 돌탑과 석상, 비석 등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박물관 주변을 빙 둘러 내려오게끔 코스가 짜여있다. 끝자락에 와보니 박물관 로비 앞이다. 7000원으로 아주 보람찬 전시 관람을 했다. 관람시간, 관람일, 휴관일은 사이트(http://www.koreanstonemuseum.com/)에서 확인하자.

 

성북동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동네다. 공통점이라면 어딜 가도 여유로움과 한적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나는 건 북정마을이다. 걸을수록 살고 싶어지는 동네였다. 햇살 좋은날 찾아갔던 성북동은 동화 같은 마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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