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생산 맞먹는 ‘가계대출’, 여전히 ‘빨간불’
국내 총생산 맞먹는 ‘가계대출’, 여전히 ‘빨간불’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9.03.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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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증가속도 세계 2위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대출’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국내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의 가계대출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예전처럼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추세는 아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이미 가계부채 규모는 경제 규모와 맞먹을 만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까지 이상 기류가 포착되면서 부실 우려는 증가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경보음이 한창인 가계대출의 실태를 살펴봤다.

 

이대로 가면 전세자금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가장 위험해 질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에 달했다. 전분기보다 0.9% 오른 수치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름을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국가와 견줘도 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말 30개국 중 7위였다.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가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면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지만 그래도 빚은 빚이다. 과도한 부채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 감사와 성장세 둔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소비 감소’ 악순환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경제 침체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정 기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 소득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작년 3분기엔 12.5%로 역대 최고였다.

한편 가계가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에서 실제 소비에 쓴 돈을 의미하는 평균 소비성향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1.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세자금 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전월 대비 0.7%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 상황은 더 좋지 않다. 2017년 5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은 '깡통 전세'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이는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세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전세대출은 9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63조원이었다. 2016년 말 33조원과 견줘볼 때 2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더구나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2∼3년 전 분양받은 물량이 대거 입주를 앞두고 있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기업부채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제가 가벼웠다. 최근에는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시장 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 임대업 위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각각 38.0%, 37.6% 급증했다. 은행권에서도 9.6%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015년 말 33%에서 지난해 9월 말 40%로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도 가계부채와 관련 우려를 표시했다. 미션단은 "한국의 거시건전성 조치들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며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이상 징후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우려를 고려하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5%대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202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목표도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인 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가계빚은 BIS가 통계를 집계한 세계 43개국 중에 중국(1.2%포인트) 다음으로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최근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압도적 1위인 중국 다음으로 2위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은 2014년 중반 정부가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서부터다.

지난 4년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이 13.8%로, 중국 16.2%에 이어 2위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8분기 연속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상승 기간 역시 중국에 이어 2위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데다가 소득에 비교해서 부담도 빠르게 확대한다는 점이 뇌관으로 불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통 위원들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 둔화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올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집단대출·전세자금 수요가 상존해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위원은 이와 관련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대책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금융 불균형 문제가 확실히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문제는 여전히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가 장기 침체에 빠져든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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