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 핵폐기물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가 많다.

▲ 미국도 오바마 정권 당시에 50여 명의 인디언이 사는 사막 한가운데에 세우려 했다가 문제가 되자 취소했다. 대만이 ‘원전제로’를 선언한 것도 사실은 땅 문제가 아니라 핵폐기물 문제 때문이다. 타이페이시 바로 옆에 원전이 2개나 있다. 핵폐기물이 한국처럼 꽉 찬 상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지방정부에서 난리가 났다. 수명연장도 어렵다. 프랑스도 재처리한다고 했다가 포기한 상태다. 영국도 아이들 치아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되면서 사회적으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중국은 시작한지 얼마 안 돼 핵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중국은 땅 면적이 넓기 때문에 어느 한 장소를 물색해 강제적으로 지을 수 있겠지만, 아직 핵폐기물 처리문제는 없다.

 

- 한국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 우리보다 먼저 원전을 시작한 나라들은 핵폐기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만, 이렇다 할 부지를 못 찾고 있다. 그런 상황에 우리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땅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웬만한 곳에는 사람이 다 산다. 미국의 네바다 사막 같은 비거주 지역이 없다. 우리는 땅 밑에서 지하수가 나온다. 그만큼 오염가능성도 높다. 지하 활성단층 지도조차 없다. 경주지진이 발생하고 나서야 알았다. 지질학자들은 이제야 전국의 단층연구 25년 프로젝트 작업에 나섰다. 땅 속 지질구조도 모르고 주민들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에 폐기장을 지을 수 있겠나. 그런데도 5개 원전을 짓고 있다. 여기서 나올 핵폐기물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지금까지 나온 핵폐기물만 1만 5000톤이다. 이것조차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는 공론화만 내세울 뿐 대책이 없다.

 

-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까지 대안 없는 논쟁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인데.

▲ 공론화(公論化)는 우리사회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다. 공론화의 핵심논쟁은 핵폐기물이 포화됐으니 발전소 부지 내에 건식저장소를 하나 더 짓자는 거다. 원전이 서울 등 수도권에 있었다면 수도권 주민들이 반발해 당장에 공론화가 이뤄졌겠지만, 지역발전소 문제다 보니 주민문제로 약화돼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더 많이 이슈화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결국 시민들의 책임이다.

 

- 3월 11일이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 8주년이었다. 후쿠시마, 현재 상황은 어떤가.

▲ 아직도 수습중이다. 여전히 하루에 18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발전소 부지를 꽉 채운 수만 톤에 달하는 방사능오염물질을 처리조차 못하고 있다. 바다에 버리는 게 가장 싸다는 논란이 있지만, 방호벽을 만들었음에도 바다로 새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흘러나간 오염수를 회수해서 정화를 했어도 완벽한 제거는 어렵다. 방사능은 완전제거가 안 된다. 저농도로 오염된 물이라 바다로 버리자는 입장이지만 그 양이 워낙에 많아서 문제다. 그대로 바다로 방출하자는 방안도 있다. 또 하나는 오염수를 123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농도가 줄어들면 방출하자는 방안까지 나왔다.

 

- 결국 해양방출로 간다는 얘기인데.

▲ 지금은 처리비용이 덜 드는 바다방출이 우세하다. 123년간 보관하려면 수 백조 원의 예산이 든다. 논란이 뜨겁다. 폭발 당시 원전내부에 녹아 흘러내린 핵연료 방사성 잔여물이 밑바닥에 잔뜩 깔려 있다. 지금도 고농도 방사능이 계속 나오고 있고 엄청나게 뜨거운 열을 내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서든 떼어내 해체를 해야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접근조차 못한다. 높은 열과 방사선이 문제다. 작업용 로봇을 투입했지만 높은 방사성 에너지로 인해 계기 등이 망가지면서 로봇이 작동을 멈춰버렸다. 원격제어 등 기술적 문제들을 풀지 못하고 있다.

 

- 복구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 처음엔 200조, 300조 원을 계산했지만, 향후 수십 년 동안 처리할 비용만 800조원에 달한다는 새로운 계산도 나왔다. 8년이 지났지만 고향인 후쿠시마로 돌아오지 못하는 주민이 4만 명이 넘는다. 이런 사태에서 절감해야 하는 건 현 정부가 원전을 계속 지으려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원전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원전안전대책, 정말 형편없다. 세계적으로도 열악한 수준이다. 러시아보다도 못하다. 전반적으로 안전수준이 낮은데도 값싼 원전수출을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전 수주시장이 많지 않은데도 더 짓겠다는 거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 우리 원전에 사용되는 가압경수로와 일본이 많이 사용하는 비등경수로의 장단점은.

▲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안전하고 불안하다 말하기 어렵다. 일본이 비등경수로가 많은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비등경수로는 수증기를 이용한다. 증기발생기 안에는 특수합금으로 만든 가는 파이프처럼 생긴 관들이 있다. 관은 고온고압의 물과 온도를 견뎌야 한다. 보통 원전 1기가와트에 8000개가 넘는 관이 있다. 이것이 2∼3대씩 배치된다. 단점이 있다면 지진에 약하다. 그래서 관 대신 일체형으로 만든 것이 비등경수로다. 지진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한국은 처음부터 지진 안전지대라는 생각으로 증기발생이 많고 관이 많은 가압경수로를 만들었다. 안전보다 경제성만 따졌다. 그런데 경주지진으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진의 빈도도 잦아졌다. 따라서 가압경수로가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없게 됐다.

 

- 원전이 안전하다는 논리도 핵 공학자들의 주장 아닌가.

▲ 일본처럼 일체형이 되면 지진이 나도 바로 바깥으로 방출이 가능하고, 일체형이 아닌 한국의 원전은 원자로에 문제가 생기면 증기발생기를 거쳐서 나가니까 그나마 한 단계 안전한 것으로 알지만 증기발생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핵 공학자들은 원전 가동 년 수를 놓고 핵연료가 녹아내릴 확률이나 격납고로 전체를 둘러싼 발전소가 훼손될 확률을 놓고 안전성을 평가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은 한 기당 1억년에 한 번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3기가 동시에 폭발했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100만년에 한 번으로 잡고 있다. 그런 확률자체가 말도 안 된다. 이것은 원전산업계와 핵 공학자들끼리 통용되는 확률론적 평가를 봐서도 우리가 후쿠시마 원전보다 안전성이 훨씬 떨어지는 원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일본지진으로 한반도의 지각에 변동이 생겼다는데.

▲ 1억년에 한 번인 후쿠시마 원전도 사고가 났는데, 100만 년에 한 번이라 주장하는 한국의 원전은 불안 그 자체다. 우리나라 동남부를 GPS로 측정했을 때, 지각에 받는 힘의 방향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바뀌었다. 지각 내에 스트레스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주지진이 터졌다. 한꺼번에 스트레스가 터졌다면 지진이 다시 오지 않았을 텐데 일시에 터지지 않아 포항지진 등이 연속해서 터진 것이다. 지금도 터지고 있다. 이 땅에 받는 힘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또 터지고 반복한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지각으로 변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 정부가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두려워하는지 답답하다. 1000만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면 시민들의 합리성과 생각을 믿어야 한다. 정부는 과단성 있게 솔직하게 가야 한다. 과거 정부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모든 숙제를 떠안았으니 이 문제에 대해 국민동의를 받아서 ‘함께 해봅시다’ 하면 누가 반대하겠나. 이것을 하지 않고 공연히 선심만 쓰는 척하다보니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소심한 대책으로 어떻게 1000만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 할 수 있나.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국민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르는지 공개도 안하고 있고, 오르는지 안 오르는지도 국민은 모르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