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신설종합시장

 

종로구 숭인동에는 동묘벼룩시장 외에도 항상 바쁜 시장이 또 하나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관련 업종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바로 신설종합시장이다. 시장에 이름이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숭인동의 원단, 의류 부자재 파는 시장’ 쯤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설종합시장은 이름은 하나지만, 그 일대에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규모가 엄청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달 오토바이, 트럭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고, 많은 디자이너와 소상공인, 외국 바이어들까지 끊임없이 찾아온다.

 

신설종합시장은 1971년에 설립됐다. 비닐 및 원단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시장이다. 약 15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대형시장이다. 오전 7시에 개점, 오후 6시에 폐점한다. 주차가 가능하고 차량 방문도 용이하고,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신설동역과 동묘역 사이의 뒷골목 일대, 원단, 의류부자재, 가죽 가게, 공장을 찾는 이들로 항상 붐빈다. 오토바이, 차량도 좁은 골목사이를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사람과 차, 오토바이들이 뒤섞인 거리는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걱정은 노우! 우려와는 달리 좁은 거리를 이리저리 잘도 피해 다닌다. 때문에 시장이 열릴 때부터 닫힐 때까지 조용할 시간이 없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엔 점포들이 문을 닫는다. 그렇다고 골목이 한산해지는 건 아니다. 일대에 들어선 벼룩시장이 이 골목골목들에서도 펼쳐지기 때문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음을 옮겨본다.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그나마 다닐만하다. 그래도 오토바이들은 여전히 굉음을 울리며 위협적으로 달린다.

신설종합시장 중심 골목을 빠져나오니 오토바이의 수가 더 많아진다. 오토바이 뒤에는 원단 등이 가득 실려 있다. 대부분 퀵 오토바이였던 것이다. 운전솜씨가 서커스단 저리 가라다. 오토바이 크기의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짐을 싣고 묘기 부리듯 지나간다. 이렇게 급히 다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디자이너가 이곳 원단가게에서 원단을 사면 옷을 만드는 공장으로 재빠르게 배달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최종 완성된 옷이 판매자에게 갈 때까지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늦게 되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시간은 생명이다.

 

동묘벼룩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양옆으로 원단, 가죽, 의류부자재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돌돌돌 말린 커다란 원단들이 가게 앞에 나와 있는가하면, 샘플들만 잘라서 진열해놓은 모습도 보인다. 피어나는 봄꽃 마냥 알록달록 고운 원단들에 눈이 즐겁다. 화려한 무늬의 원단들이 지천이다. 이 꽃무늬 원단은 살랑살랑 봄나들이용 원피스로 만들어지면 예쁠 것 같다. 마치 디자이너라도 된 듯 원단들의 재탄생 모습을 상상해본다.

원단을 구매할 사람들은 샘플들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상인과 상의를 한다. 디자인 도안에 최대한 어울리는 원단을 찾는 것이다. 이때 상인의 센스와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추천도 해주고 그에 걸맞는 원단을 찾아주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한 곳에서 원하는 원단을 찾기 어려워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보는 게 일상이다. 원하는 원단을 찾았으면 그 가게와 지속적인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상인들은 원단을 잘라 포장하기에 바쁘다. 돌돌 말린 원단들은 비닐에 감싸 트럭 또는 오토바이에 오른다. 부자재들도 마찬가지다. 비닐봉지에 가득 담겨 손수레로 옮겨지거나 오토바이 뒤에 오른다. 많이 쌓는 만큼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한다. 높게 쌓인 원단을 단단한 밴드로 칭칭 감고 거침없이 출발한다. 배달을 보낸 상인은 한숨 돌리며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다음 배달 보낼 준비를 한다.

그렇게 골목골목을 걷다보니 어느새 신설종합시장 앞에 도착했다. 신식 간판이 아니어서 마치 공장 입구를 연상케 한다. 시장 안은 컴컴하다. 별다른 조명이 없기 때문이다. 지붕이 있지만 통로 쪽 천장은 뻥 뚫려있다. 자연광이 조명이 된다. 이 시장의 가게들은 전부 앞뒤로 문이 나있어 시장 어느 곳에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곳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조용하다. 몇몇 원단을 고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부분 상인들도 가게 안팎에서만 분주할 뿐 시장 쪽으로는 잘 나오질 않는다. 원단창고처럼 쓰이는 모양이다. 조명은 따로 없는데 알록달록한 원단들이 그 자체로 조명이 된다.

 

원단, 가죽, 의류 부자재 가게 외에도 가죽공방, 의상을 만드는 공장도 종종 볼 수 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와 기계 소리가 정겹다. 시장 안팎, 주변까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인다. 원단이 다양한 만큼 가게의 모습도 다양하고, 상인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하다못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러하다. 뭐 볼게 있나 싶었지만 그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느라 혼이 쏙 빠진 것 같다. 신설종합시장에서 물건을 산 다음 근처 동묘벼룩시장까지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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