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에 2만5000원…왜 비싼 게 아니냐고?
점심 한 끼에 2만5000원…왜 비싼 게 아니냐고?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3.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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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살인적인 북유럽의 물가‘라는 말은 북유럽을 여행해본 사람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유로(Euro)화를 사용하면서부터 급격히 상승한 유럽의 물가지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은 그보다 훨씬 높은 물가를 자랑한다. (북유럽 국가 중 EU국은 스웨덴과 덴마크, 핀란드, 비EU국은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다. 그러나 이들 중 핀란드만 유로를 사용한다.)

그래서 북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물가에 기겁하기 일쑤다. 햄버거 하나로 점심을 해결하겠다고 들어간 맥도널드 매장에서 꽤나 충격을 받게 된다.

 

스톡홀름 NK 백화점. 스웨덴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에 속한다.(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 NK 백화점. 스웨덴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에 속한다.(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외식비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비싸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먹게 되는 보통 점심 한 끼가 200크로나(약 2만 5000원) 선이다. 맥도널드나 스웨덴 고유 햄버거 브랜드인 막스(Max)에서 먹는 햄버거 세트 메뉴도 거의 100크로나(약 1만 3000원)에 이른다.

그래서 스웨덴에는 평일 점심에 다겐스랫(Dagensrätt)이라는 메뉴가 있다.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면 ‘오늘의 메뉴’ 정도인데, 선택의 폭이 좁은 대신 가격이 80크로나(약 1만원)에서 150크로나(약 1만 8000원) 수준이다. 그러나 평일 저녁 식사나 주말 식사비용은 최소 250크로나(약 3만원)를 훌쩍 넘긴다.

문구용품 등의 공산품 가격은 더 비싸다. 한국에서의 연필이나 볼펜, 공책 등의 가격을 생각하면 뒷목잡고 뒤로 넘어질 지경이다. 스웨덴의 물가가 이렇게 비싼 것은 인건비 때문이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 스웨덴은 법정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없다. 스웨덴 뿐 아니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는 하나 같이 최저임금제가 없다. 최저임금이 법으로 규정돼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스웨덴의 경우 가장 단순한 노동을 할 때 받는 최저 임금이 시간당 200크로나(약 2만 5000원)다. 한국의 거의 3배 수준이다. 옆 나라 노르웨이는 더 하다. 280노르웨이 크로네(약 3만 7000원) 수준이다. 사실상 최저 임금이 이 정도니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제품, 서비스 등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제적인 데이터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EIU  세계 도시 물가지수 홈페이지 화면(EIU 홈페이지 화면 캡처)
EIU 세계 도시 물가지수 홈페이지 화면(EIU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산하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이 2년에 한 번 씩 발표하는 ’전 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라는 보고서의 2019년 발표는 스톡홀름의 물가가 전 세계에서 중간 수준이라고 이야기 한다. (www.eiu.com 참조)

EIU의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30개 이상의 도시 생활비를 160개의 제품과 서비스에 걸쳐 400개 이상의 개별 가격을 조사해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음식, 의류, 가정용품 및 개인 관리용품, 주택 임대료, 교통비, 공공요금, 사립학교, 사교육비, 가정 도우미 및 문화비용 등이 포함된다.

미국 뉴욕의 생활 물가지수 100을 기준으로 하고 작성되는데, 이 보고서에서 스톡홀름은 56위에 올랐다. 뉴욕 대비 물가지수는 73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활 물가 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였다. 공동 1위를 기록한 이 세 도시의 지수는 107. 그 뒤를 스위스 취리히(4위 106)와 스위스 제네바와 일본 오사카(공동 5위, 106)가 이었고, 우리나라 서울과 미국 뉴욕, 덴마크 코펜하겐이 공동 7위, 지수 100을 기록했다.

그러니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파리는 물론 서울이나 뉴욕과 비교해도 스톡홀름은 생활 물가지수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스톡홀름이 서울에 비해 그렇게 싼 물가라면 도대체 왜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라는 말이 나온 것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톡홀름은 외식비와 공산품의 가격이 매우 높다. 주택의 임대료도 서울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스톡홀름 근교의 경우 80㎡ 아파트의 경우 한 달 임대료가 1만 8000크로나(약 220만원)에서 2만 크로나(약 250만원)에 이른다.

 

EIU의 2019년 보고서에서 서울은 7위, 스톡홀름은 56위를 기록했다.
EIU의 2019년 보고서에서 서울은 7위, 스톡홀름은 5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주택의 가격이 정해지는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의 경우 스톡홀름이라고 해도 3억원대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또 교육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학원 등 보충학습 기능을 가진 사교육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가가치세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도 한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부가가치세는 25%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부가가치세는 한국(10%)처럼 획일적이지 않다.

상당히 많은 공산품들이나 고가 사치품들은 25%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생활필수품들은 12%로 한국과 비슷하다. 게다가 교통비나 영화 연극 공연 등의 문화비용은 6%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대체로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특히 스웨덴 생활이 오래되지 않은 이민자들은 이 같은 보고서를 실감하지 못한다. 스톡홀름이 서울보다 물가가 싸다니? 하며 동의하지 못한다.

그런데 스톡홀름과 서울의 물가를 비교 이런 말이 있다.

‘서울은 여행자에게는 저렴하고 시민에게는 높은 물가지만, 스톡홀름은 여행자에게는 살인적이고, 시민에게는 합리적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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