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청량리시장은 서울에서 남대문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다. 청과물시장, 수산시장, 전통시장, 종합도매시장, 농수산물시장 등으로 나눠있다. 또 옆으로 경동시장과 약령시장까지 붙어있어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청과물시장, 수산시장, 전통시장, 경동시장과 서울약력시장은 이미 소개해드린바 있다. 이번엔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갔다.

 

지난 2월 15일 청량리시장에 불이 났다. 정확히는 농수산물시장에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점포 3곳이 불에 탔다. 청량리시장에서도 유독 농수산물시장의 위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청과물시장에서 더 들어가 전통시장 다음 골목부터라고 보면 된다. 기자는 경동시장에서 청량리 방향으로 탐방해보기로 했다.

 

제기역에 내리니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약령시장 방향으로 나간다. 약령시장으로 나가는 출구, 공익요원이 서있다. 약령시장을 찾는 이들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다. 혹여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사고가 날까봐 예방차원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갔다. 바로 약령시장이 나온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빠르게 오고가는 오토바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아주머니, 배낭 가득 장을 본 아저씨 등. 저녁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상인들은 하나 둘 가게를 닫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떨이!”를 외치며 지나가는 손님들을 잡아본다. 경동시장 사거리를 건넌다. 차도를 따라 제기사거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축산물, 수산물, 방앗간 등이 대부분이다. 경동시장 사거리에서부터 세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청량리역쪽에서 찾아오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입구로 들어서니 싱싱한 야채들과 수산물들이 반긴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낙지와 주꾸미, 문어다. ‘기절 생물’이란 글귀가 웃음을 짓게 한다. 뒤로는 전복, 해삼, 멍게 그리고 다양한 조개들이 보인다. 건어물 가게엔 북어, 황태 등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그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 자칫 파리가 꼬일 수도 있지만 포장이 잘 돼있어 깔끔하다.

 

옆 가게에선 쪽파와 대파를 판다. 깨끗하게 잘 손질돼있다. 요즘엔 마트뿐만 아니라 전통시장도 이렇게 깔끔하게 다듬어 포장해서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장의 청결을 유지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마늘을 파는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마늘 까기에 한창이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중간 중간 손님 받는 일도 잊지 않는다. 향긋한 내음 물씬 풍기는 버섯들도 있다. 느타리, 새송이, 팽이, 표고버섯 등 종류도 다양하다. 코가 즐겁다. 초록빛 나물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제철을 맞은 나물들이 가득하다. 취나물, 방풍나물, 냉이, 두릅, 돌나물 등. 보기만 해도 싱그럽다. 봄나물은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을 뚫고 나와 생리활성성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비타민, 칼륨, 철, 섬유질, 미네랄이 풍부하다니 한마디로 보약이다.

 

대량으로 나가는 제품들은 손수레에 쌓여 트럭으로 옮겨진다. 상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거듭해서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는 꼼꼼함. 이래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다. 시장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이곳만큼 싸고 품질 좋은 곳은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신뢰 덕분에 상인들은 더욱 힘을 내 시장을 일궈간다. 끊임없이 물건을 다듬고 골라내고, 가게 안팎을 정리한다. 상인과 손님들 모두가 배려하며 기분 좋은 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장에선 계절 과일, 채소들도 사시사철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농사법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도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원산지에 가서 사먹는 것보다 청량리시장에서 파는 생선이 훨씬 싸고 신선하다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농수산물시장에서 향긋한 봄나물과 제철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어 오감이 즐거웠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지갑과 장바구니를 끊임없이 열게 만든다. 이제 시장에서 손수레는 핫한 아이템이다. 청량리시장은 워낙 넓고 찾는 사람이 많아 카트까지 구비해놓진 못하고 있지만 손수레 하나만 끌고 다닌다면 힘들지 않게 저렴하고 싱싱한 물건들을 가득 담아갈 수 있다. 계절이 한눈에 보이는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꼭 한 번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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