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장 던진 PK 민심, 여야 ‘총선 빨간불’
경고장 던진 PK 민심, 여야 ‘총선 빨간불’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4.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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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보궐 선거 ‘무승부’

단 두곳이었지만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았다. 4월 보궐 선거가 1대 1 무승부로 끝이 났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정의당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각각 금배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정치권 전체로 보면 보수와 진보가 1석씩 나눠가진 셈이다. 이번 선거는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의 향방을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범진보 진영에선 정의당이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 사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황교안 대표도 데뷔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와 앞으로의 정치권 향방을 살펴봤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범여권은 경남 창원성산에서 승리하며 체면치례를 했지만 민심의 이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당도 한석을 얻긴 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황 대표가 겪은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각 정당이 예상됐던 지역구에서 승리했지만 막상막하의 판세가 확인됨에 따라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504표(득표율 0.54%) 차의 진땀 승을 거뒀다. 여 의원은 “반칙정치, 편 가르기 정치, 한국당에 대해서 우리 창원 시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쳐주신 강기윤(한국당)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석패한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열악한 상황인데 근소한 차이로 졌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에선 진보 진영의 단일화 상황에서도 강 후보가 상당한 선전을 했다는 평가다.

황교안 대표는 “한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이겼고, 다른 선거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며 “국민들께서 이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강경 일변도를 유지했다. 당내에서 개혁 색깔을 가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의당의 ‘노회찬 정신’에 대해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실상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분명한 대립각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우향우’ 가속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공식적으로 민주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했고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득표율도 낮아졌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적지 않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도 노선을 표방한 바른미래당의 이재환 후보는 3.57%를 득표해 민중당 손석형 후보(3.79% 득표)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당내 반발을 무릎쓰고 공천을 강행한 손 대표의 리더십은 또 다시 흔들리게 됐다.

민주당이 공략을 시도한 통영‧고성 선거도 의미하는 바가 많다. 한국당 정점식 의원이 59.47%를 득표해 35.99%의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23.48% 격차로 따돌렸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할 만큼 이 곳에서 고전했었다. 19대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통합 후보 간 격차가 43.22%에 달했다. 격차를 좁히긴 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 후보가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결과적으론 후퇴한 셈이다.

황 대표의 측근인 정 의원은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는 염원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보궐 선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여야 대결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창원 성산에서 한국당이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 한국당의 정부·여당 비판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황 대표의 경남FC 축구 경기장 선거운동 논란과 오 전 시장의 노회찬 의원 비하 발언 시비 등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정치권에선 전국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행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황 대표의 ‘올인’에도 불구하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바람에는 못 미친 결과였다.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선 이번 보궐 선거를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유일한 승자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여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를 되찾아온데다 의석수가 6석으로 늘어나면서 민주평화당과 협의해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4월 보궐 선거가 향후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분간은 팽팽한 평행선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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