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후폭풍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를 쥔 4번째 교섭단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4월 보궐 선거 결과 정의당이 6석이 되면서 14석의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를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원내 교섭단체는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에 당 소속 의원을 배정할 수 있고 국회의 운영 등을 협상할 수 있는데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보조금의 50%를 나눠 가질 수 있어 그만큼 얻는 이득이 크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보궐 선거 여파로 정치권이 들썩이는 가운데 양당의 움직임을 전망해 봤다.

 

“이제 곧바로 평화당을 만나 이야기를 진행할 생각이다.”

보궐 선거 이후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제4교섭단체 구성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인 평화당은 이전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전언이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교섭단체 구성에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다. 내년 총선을 불과 1년여 남긴 상황에서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변수가 많아지는데 교섭단체로 묶이면 그만큼 활동반경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평화당은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의석수 20석을 자체적으로 채우지 못해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정의)을 구성한 바 있다. ‘평화와정의’는 3개월가량 활동했지만, 지난해 7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구성요건인 20석을 채우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해체된 바 있다.

정의당은 여 후보의 당선으로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조건이 된 만큼 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편 등 개혁법안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평화당 내에서는 공동교섭단체 보다는 '호남 개혁 세력'이라는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3 보궐선거의 참패에서 보듯 바른미래당 발 정계개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다. 오히려 호남 중심의 대안 정당 구성에 더 집중함으로써 차기 총선에서 실리를 얻는게 낫다는 분석이다.

한편에선 바른미래당의 불협화음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재결합할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정계개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차기 총선까지 1년

정치권 인사는 총선이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이슈보다는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대결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원내 교섭단체가 돼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음을 지적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일단 공동교섭단체 찬성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대표는 홀로 여영국 후보의 지원유세를 다녀왔을 정도로 공동교섭단체에 의지가 강하다.

정 대표는 “선거제 개혁을 마무리 짓고 개혁노선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공동 교섭단체 복원이 필요하다"며 ”일부 반대가 있지만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바른미래당 발 정계개편이 지금 당장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터라 다음 정기국회까지라도 공동교섭단체를 우선 구성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교섭단체구성을 통해 개혁정당으로의 존재감을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공동교섭단체 복원이 결정되면, 국회의 협상 구도에도 변화가 불어올 조짐이다. 노 전 의원의 서거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3당의 협상으로 이뤄지던 안건 협상에 진보적 목소리가 더 실릴 수 있다.

반면 패스트트랙 등 개혁입법 처리에 별다른 추동력이 붙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있다. 교섭단체가 하나 늘었지만, 실제로 입법에 필요한 의원 수는 한 명 늘었을 뿐이어서 패스트트랙에 필요한 상임위 3/5이상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에는 실질적인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보궐 선거 전에도 “정의당의 목표는 20대 국회에서 가장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만들어 무너진 20대 국회의 균형추를 바로 세우고, 민생법안을 처리해나갈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정의당을 6석으로 만들어준다면 곧바로 평화당과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빠르게 이야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민주평화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멈춰버린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성산에서 당선된 여영국 의원도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민생·정치 개혁을 주도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1대1 무승부였지만 실질적으로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축구장 유세 논란이 없었다면 한곳의 승리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민심의 경고장을 받았다는게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 성향의 교섭단체 탄생은 분위기 전환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과 평화당이 제4의 교섭단체 깃발을 세울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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