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28일까지 전남 나주 스마트미디어스테이션에서

<위클리서울> ‘이호준의 사진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사진작가 이호준이 4월 5일(금)부터 28일(일)까지 ‘전라 남도걷기 예찬’이란 주제로 개인 전시회를 연다. 전남 나주시청이 주최하고 지원하는 이번 전시회는 서울 토박이인 이호준 작가가 인사발령에 따라 지난해 1월 초 나주로 부임한 뒤 15개월 동안 남도의 이곳저곳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을 공개하는 자리다. 이 작가는 개인사진전 ‘서울을 걷다’(2017), 공동사진전 ‘시선을 그리다’ ‘공감 & 공감’(2018) 등을 열었다. 다음은 이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열며 소회를 적어 보낸 글 전문이다.

정확히 작년 1월 2일에 호남선 KTX 열차를 타고 나주로 내려왔다. 서울토박이로 나이 50이 되도록 서울에서만 살다가, 인사발령에 따라 새로운 임지로 부임한 것이다. 그때 나는 기차 안에서 ‘호남선’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인사발령 받아 새로운 임지인 전남 나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긴장과 설렘의 교차. 하지만 새로 마주할 좋은 인연을 기대합니다. 남도의 푸근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합니다. 이제부터 남도살이 시작합니다.”

그러곤 어느덧 1년하고도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주말에 가끔 광주 신가동과 나주 성북동 숙소에 머물며 남도 나들이에 나섰다. 오로지 대중교통만을 이용한, 말 그대로 뚜벅이 여행이었다. 유스퀘어 광천터미널과 나주버스터미널이 훌륭한 여행 플랫폼이 되어 주었다. 남도에 머물면 딱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새벽 첫 버스 타고 남도 각지로 달려가는 걸 일상으로 삼았다. 그때마다 가방 속의 낡은 DSLR 카메라가 발동무로 동행해주었다. 그렇게 스치듯 유람하며 만난 남도 풍경이 카메라 센서에 차곡히 쌓였다. 나는 이 사진들을 관광사진으로 여긴다. 철학적 사고와 꼼꼼한 관찰이 부족한 그저 다닌 흔적을 남기기 위한 여행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진을 모아 개인전을 하려니 겸연쩍다.

나는 남도를 걸으며 우리 농촌과 어촌의 실상을 눈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사진으로 담으려 노력하진 않았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여행객 신분에 충실하고자 했다. 다큐네 아트네 하며 사진으로 호기를 부릴 생각도 없었다. 관심은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남도풍경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남도를 사진으로 더듬어 나갔다. 땅끝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마주한 고즈넉한 어촌 풍경, 천년 세월을 간직한 남도 사찰의 미학은 나의 황량한 감성을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걷기야 말로 최고의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남도걷기를 통해 확인했다. “혼자 걸어서 여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많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열심히 살아본 적도 없으며, 스스로 존재한 적도, 나 자신을 넘어선 무엇이 되어본 적도 없다. 나의 머리는 발과 함께 움직이고,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루소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나는 남도를 걸으며 나를 깨닫고 만났다. 축복 그 자체가 되어준 남도걷기에 감사한다. 그런 나의 남도걷기를 응원해준 회사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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