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만 관광인가?
해외여행만 관광인가?
  • 박석무
  • 승인 2019.04.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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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세상은 날로 변하고 바뀌어만 갑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통신이 발전하면서 여행이라고 하면 해외여행이고, 관광이라면 외국으로 나가야만 진짜 관광으로 여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야 교통과 통신의 어려움 때문에 삶의 다양성은 아주 작아 대체로 지역단위로 생활의 근거지가 되어 한 지역 안에서 생활이 영위되기 십상이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군현(郡縣)의 범위 안에서 혼인도 하고, 스승과 제자 관계도 대체로 그 지역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행세하는 선비들도 대개는 지역의 향교에 출입하고 시장도 지역의 시장, 사찰도 지역안의 사찰을 출입하면서 신앙생활도 하기 마련이었습니다. 구시대 조선의 생활 습속이자 활동 범위였습니다.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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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변화하자 사정은 급속히 달라져 나라 전체가 하루의 생활권으로 바뀌고 가까운 나라나 먼 외국 또한 이웃처럼 여길 수 있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자 여행을 말하면 의당 외국여행으로 바뀌고 관광이라면 해외로 나가야만 관광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타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야 많지 않지만 어떤 임무가 있어 타 도나 타 지역을 찾아가는 경우, 어쩌면 우리나라도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구경거리가 많은 나라일까라는 경탄의 마음을 지닐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공주와 부여 일대의 백마강이나 부소산성에서 백제의 옛날 혼을 느껴보는 감동, 강릉이나 경포대 일대 해변가나 오죽헌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느껴보는 즐거움, 어느 것 하나 여행으로, 관광으로 맛볼 수 있는 탁월한 경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를 가야 그런 곳보다 더 뛰어난 여행이나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요즘이야 미국이나 유럽으로 여행가는 것을 최고로 여기지만 조선시대에야 중국으로 여행가고 사신으로 가는 것을 최고로 여겼습니다.“북쪽에 나라를 세운 것을 ‘중국’이라 하고 동쪽에 세운 나라를 ‘동국(조선)’이라 한다. 동국 사람으로 중국을 유람하는 것을 감탄하고 자랑하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 둥근 지구 때문에 어디나 ‘중국’이고 중앙이지 특정한 지역이 중국이 아니다. 다만 성인의 정치와 성인의 학문이 있다면 중심적인 나라인 중국이지만, 성인의 정치와 학문이 조선으로 옮겨와 버린 이상 ‘중국’만이 중심인 나라가 아니니 중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 아니다.”(송한교리치응사연서(送韓校理致應使燕序))라고 말하여 문화와 문명이 높은 나라를 유람하는 일이야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뽐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연휴만 되면 인천 국제공항에 여행객이 가득 차고, 셀 수 없이 많은 여행객들이 해외로만 빠져나가는 현실을 보면서 여행과 관광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금수강산, 강과 산, 들과 마을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합니까. 사시사철 철 따라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고 찬란한 단풍에 하얀 눈으로 덮인 강산, 그런 아름다운 곳을 버리고 해외여행만 즐기는 여행객들에게 꼭 읽도록 하고 싶은 글이 다산의 연경 가는 친구에게 경계해 준 글입니다. 문화 수준이 높거나 역사성이 뛰어난 지역인 해외여행을 탓할 수 없지만 국내 여행 또한 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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