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반 탈핵주의자들 외치는 소리에 국민 현혹되지 않아야”
“미세먼지, 반 탈핵주의자들 외치는 소리에 국민 현혹되지 않아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4.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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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1회

미세먼지는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원인이 있다. 전기와 에너지, 세제, 자동차, 쓰레기 등 모든 소비활동이 미세먼지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하루아침에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발 미세먼지 해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인공강우나 미세먼지 제거탑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의 대국민 ‘위험소통’ 부족도 한몫을 한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정부기관장, 미세먼지 전문가 모두 위험소통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지금까지 위험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 없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미세먼지만 해결하면 모든 미세먼지 문제가 끝날 것처럼 왜곡되었다. 시민불안이 커진 것도 알고 보면 정부의 위험소통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아니 잘 몰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허구적 논리가 많다고 지적하는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전문가와 당국이 이를 면밀하게 파악해 언론을 통해 적시에 정확한 전달해야 한다”면서 “특히 반 탈핵주의자들이 외치는 소리에 국민이 현혹되지 않아야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인식이 가짜뉴스와 비과학적인 사실에 함몰될 경우, 나중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그때 가서 저감정책을 써도 반대에 부딪혀 호응을 얻지 못한다”며 “탈 원전이나 에너지전환 정책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 재생에너지는 미세먼지를 해결할 효자들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고 꼬집는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을 만났다. 정치력도 해결 못하는 미세먼지는 결국 ‘국민의 몫’이라고 말하는 그로부터 국내외 미세먼지 문제와 위험소통, 탈 원전, 탈 석탄, 재생에너지, 후쿠시마 수산물 WTO분쟁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 전문은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세먼지포럼에 참석했다.

▲ 지난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대기오염 문제에 관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과 효과적 중재를 위한 세계전문가 자문회의’에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 여기서 확실히 느낀 점들이 많았다. 국민과의 위험소통, 마스크와 공기정화기 등 문제, 미세먼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환경전문가들과 말레이시아⋅에티오피아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 개발도상국 전문가들이 배석했다. 미국과 유럽도 저명한 의학자와 미세먼지 전문가,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와 지역본부 책임자,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해 전 지구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회의에서 보니 유럽 선진국들은 미세먼지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전문가는 자국의 마스크 판매액이 1년에 3억 원 정도라고 했다. 대기가 맑아 마스크 소비가 거의 없어 마스크산업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다른 유럽국도 비슷하다.

 

- 저개발국 상황은 어떤가.

구미 선진국들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대폭 개선돼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에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은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상황과 대기오염 원인이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지구촌 차원에서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아프리카 국가 등 많은 나라들은 가내 취사-난방 문화인데다 나무 등 고체연료를 때기 때문에 주부들과 가족들이 실내공기 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동국가들은 사막의 모래바람이 심해 미세먼지 홍역을 앓고 있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의 대도시도 오염도가 워낙 높아 임신부가 임신기간 동안 도시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겨 생활하는 프로젝트가 시범 운용될 정도다.

 

- 마스크가 생활의 필수품이 됐는데.

▲ 이번 회의에서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가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공기청정기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얼굴마스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중국의 한 전문가가 일련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마스크를 착용하게 한 결과 건강보호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그 결과를 놓고 단기간인데다 표본대상이 너무 적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 과학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건가.

▲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 외출과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염도가 매우 높은 날을 제외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할 것을 권장했다. 다만 오염이 너무 심한 날에는 마라톤 같은 격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에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가끔 오염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날은 운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또 미세먼지 오염이 일상화한 국가나 지역에서는 오염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운동을 기피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들이었다.

 

- 학교가 쉬는 문제에 대해선 어떤 의견들이었나.

▲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기관의 휴교가 바람직한지, 외출 자제만이 능사인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전문가들도 웬만한 미세먼지 오염 농도시 휴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아직 미흡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미세먼지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다고 보는 상황에서도 자녀를 등교시키는 학부모와 여론에 떠밀려 강제 휴교하는 상황이 있음을 지적했다. 교내 공기청정기 설치 관련해서는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발생하는데다 필터를 교체하는 문제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제기됐다.

 

- 나라마다 미세먼지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 각국에서 모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 오염을 인류가 직면한 최대위협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거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미세먼지의 위험에 대한 인식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르게 나왔다. 똑같은 정도의 미세먼지 오염이라도 위험의 크기를 인식하는 정도가 달랐다. 지식수준, 소득수준, 문화수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나라의 국민이 오염이 덜한 나라의 국민보다 위험인식이 더 낮을 수도 있다. 일례로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 대도시 사람들이 우리나라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보다 미세먼지오염에 대해 훨씬 더 위험하게 느낄 수 있다.

 

- 우리의 경우 특히 예민하게 느끼고 있잖나.

▲ 맞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인보다 미세먼지에 더 민감한 게 사실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의 국민일수록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특히 위해물질에 대한 위험인식 이 훨씬 더 높다. 고소득 국가의 국민일수록 미세먼지 등 위험요인에 자주 또는 일상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정부를 향해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진다. 해결을 바라는 요구들이 사회적 문제로 점점 커지면서 정치권 등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강력한 대기오염 규제정책을 펴도록 만든다. 한때 공업화로 대기오염이 심각해 산성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지금은 대기오염 청정지역으로 탈바꿈했다. 강력한 대기오염 저감정책을 펴온 결과다. 여기에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일상생활도 친환경 생활패턴으로 바꾸면서 ‘클린 유럽’(Clean Europe)을 만들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
2017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12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12 전국석면환경연합회 회장
2005~07 국민건강보험공단 가입자 지원이사
2004~05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 상임이사
2012 환경부장관 표창
1997 대통령 표창
1998 대한의사협회 녹십자 언론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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