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라고 보나.

▲ 위험소통의 세계에서는 정보전달과 정보소통을 하려는 사람들이 준비된 자료를 통해 언론 또는 시민과의 소통장소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 답변도 즉흥적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책임자는 브리핑이나 대화 전에 철저한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즉흥적이고 조급한 답변과 아이디어 과시는 자칫하면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 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결과를 낳는다.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고독한 마라톤과 같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단기전이 아니라 1차, 2차 세계대전처럼 장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골인지점까지 한참 남았는데 주위에서 늦었으니 어서 뛰라고 부추기면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 하루아침에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발 미세먼지도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가능한 부문이 바로 위험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세먼지와 관련해 제대로 된 위험소통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미세먼지 문제가 곧 해결될 것처럼 왜곡했다. 시민불안이 커진 것도 위험소통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아니 잘 몰랐다고 해야 맞다. 위험소통은 인공강우나 도심 미세먼지 제거탑처럼 가시적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대통령, 총리, 장관, 정부기관장, 미세먼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모른다. 이제라도 깊이 깨달아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정책면에서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 ‘미세먼지소통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효과적인 위험소통 전략을 짜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복합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해결이 어렵듯이 미세먼지 소통전략도 어렵다. 주먹구구식 소통전략은 반드시 실패한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미세먼지 소통에는 전문적인 전담조직, 예를 들면 ‘미세먼지소통센터(가칭)’를 세워 여기에 위험소통 경험과 이론이 풍부한 사람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미세먼지 소통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고도의 전략을 짜야 한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부부처 장차관과 고위관료, 미세먼지 관련기관,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위험소통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미세먼지 정보를 수집하고, 일반시민들이 정보를 쉽게 찾도록 만드는 단순작업만으로 미세먼지 해결은 요원하다. 가짜뉴스와 왜곡보도를 포함한 언론보도, 언론인에 대한 대응, 교육과 토론, 소통도 매우 시급하다. ‘미세먼지소통센터’가 그 역할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

 

- 한국은 에너지 과소비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 우리가 지금 당면한 최대과제는 미세먼지 해결이다. 국민 숙원사업이 된 이 문제를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 때문이라고 말한다. 석탄 탓, 원전 탓, 경유차 탓, 정부 탓, 대통령 탓 모두 ‘탓 타령’만 하고 있다. 사실 ‘탓 타령’의 대상은 우리들 자신이다. 엄밀하게 보면 남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를 너무 과도하게 쓴다. 전기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자동차도 소형차보다 ‘기름하마’인 대형차를 선호한다. 얼마 전 일본의 소도시 미나마타시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다. 시내구경을 하면서 음식점과 주택, 사무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을 유심히 봤는데, 10대중 8대가 1000cc 미만 소형차였다. 자동차도 문제지만 각종 대형 가전제품이나 대형 냉난방기 등 전기사용도 문제다. 공장도 전기를 과도하게 쓴다. 관공서와 기업에서도 전기 절약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모든 원인은 사람이다.

 

- 소비습관도 문제이지 않은가.

▲ 우리 국민들은 큰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하다. 냉장고나 텔레비전, 에어컨, 자동차 등 대부분 대형이다. 일회용 제품 소비와 플라스틱, 비닐제품 사용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다. 이런 소비행태들은 곧 바로 미세먼지 발생과 직결된다. 식당에서 반찬을 남기고 술도 남긴다. 목욕탕에서 비누칠 하는 동안 샤워기 물을 그대로 틀어놓는다. 한겨울 아파트에서 난방을 과하게 하면서 속옷차림으로 지낸다. 버스도 겨울에 난방을 너무 틀고 여름에는 추울 정도로 냉방을 가동한다. 은행과 상점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도 동절기에는 조금은 춥게, 여름에 약간 더울 정도로 지내도 되지만 승객들은 참지 못한다. 유럽의 독일 등 선진국 국민들은 에너지절약이 몸에 배어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습관을 들여야 오염도 줄이고 환경을 살릴 수 있다.

 

- 전기자동차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유럽 등 선진국은 경유차와 유연자동차 퇴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 속도를 내야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선진국과 엇비슷하게 정책기조를 잡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오히려 더 소비하게 만든다. 전기자동차용 전기를 생산할 때,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전기자동차가 대중화 되려면 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함께 전기를 아끼는 생활혁명도 병행되어야 한다.

 

- 획기적인 생활혁명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 전기를 절반만 쓰고, 2~3대인 냉장고를 하나 줄이면 어떤 변화가 올까. 난방온도를 2~3도 낮추고 냉방온도를 2~3도 높이면 어떨까. 국민과 기업, 기관, 상점, 음식점이 일제히 전기에너지 절약을 실행한다면 석탄 화력발전소 퇴출이 10년 정도 빨라진다. 전기난로나 온풍기, 에어컨 사용시간을 대폭 줄이면 미세먼지도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된다. 그러나 습관화된 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의식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수십 년간 몸에 밴 생활습관에 경종을 울릴 동기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동참자가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결집할 때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가 출범했다.

▲ 말했듯이 국민의식과 습관, 생활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미세먼지는 반복된다. 어떤 정당이나 대통령, 정부, 전문가, 언론도 미세먼지 해결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식이 바뀌면 정당과 정부도 바뀌고, 해결도 그만큼 빨라진다. 이 길밖에 방도가 없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불을 댕겨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미세먼지해결을 위해 흔쾌히 수락했다. 미세먼지범사회적기구가 그런 역할을 맡아도 좋다. 정부가 도우미가 돼서 시민단체와 협업을 하면 해결능력이 배가된다. 이제는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에 온 국민이 동참해야 할 때다. 내가 바뀌면 모두가 바뀐다. 대한민국이 바뀌어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에 나서면 중국에서도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동북아가 바뀐다.

 

- 탈 원전정책이 미세먼지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미세먼지가 탈 원전,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는 지금 중국 미세먼지와 국내 미세먼지 발생 저감대책 문제에 봉착해 있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통전략도 그렇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이 미세먼지를 정략적으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다. 탈 원전 때문에 미세먼지 해결이 어렵다고들 한다. 원전은 미세먼지가 없다. 지난번 공론화 이후에도 원전증설은 계속되고 있지만 신규 원전건설은 중단됐다. 원전은 만에 하나 안전사고 시 가공할 핵폭풍이 일어난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도 국민 불안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탈 원전 대신 건설중인 석탄 화력발전소를 제외하고 더 이상 늘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부터 단계별로 최대한 빠르게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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