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위험 수위 ‘눈덩이를 잡아라’
가계부채 위험 수위 ‘눈덩이를 잡아라’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9.04.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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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부끄러운 자화상’

빚세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과 증가속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림자는 더욱 분명해 졌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7.9%로 국제금융협회가 조사한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 경제의 어두운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부채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제는 빚만 없어도 살림살이가 괜찮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제금융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지난해 말 97.9%로 국제금융협회가 조사한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2017년 말까지 94.8%를 보였지만 1년 만에 3.1%나 올랐다. 이 역시 조사대상 34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세계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 평균은 59.6%고 평균 상승폭은 0.2%였다. 한국은 가계부채뿐 아니라 기업부채도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비금융기업 부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102.2%에 이르렀다. 1년 만에 3.9%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대상 34개국 가운데 4번째로 빠른 속도다.

한편 지난해 세계 부채 증가속도는 2017년보다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부채는 243조 2천억 달러(22경 7642조원)로 1년 전보다 3조 3천억 달러(3751조 원) 늘었다. 2017년 세계 부채가 21조 달러(2경 3898조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채 증가세가 둔화된 셈이다.

한편 한국이 포함된 신흥시장의 부채는 지난해 1조 1천억 달러(1252조원) 늘어나 2001년 이후 성장세가 가장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부채는 둔화”

결국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한국 경제 부채는 늘어난 셈이다. IIF는 “작년 전 세계 부채 증가속도의 급격한 둔화는 주로 유럽과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중국과 유럽의 부채 증가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진국의 부채는 2.2% 증가했으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90%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부채는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으나 GDP 강세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26%로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신흥국 부채는 작년에만 1조 달러 가량 증가했다. 이는 2013∼2017년 연평균 증가액의 15%보다 적은 수준이다.

신흥국 부채 증가액은 200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신흥국의 작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12%로 집계됐다.

IIF는 신흥국의 정부 부채와 관련 GDP의 50%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며 낮은 차입비용을 언급했다. 특히 브라질, 레바논, 이집트 등은 높은 이자 지출이 공공재원의 생산적 배분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IF는 이어 가계부채와 관련 중국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50%를 웃돌며 신흥국 평균인 37%를 넘어섰다며 가계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 차입이 지속중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을 비롯 칠레, 인도, 이스라엘,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등의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쉽지는 않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행정지도 정비 작업에 들어갔지만 각종 폐지와 법규화가 산 넘어 산이다. 무엇보다 당국이 가계부채 행정지도를 폐지하기 위해선 부채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동안 행정지도는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를 법규화할 경우 정책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가계부채 관련 행정지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은행·보험·상호금융의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호금융의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중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이다.

이런 행정지도들은 2014∼2015년 도입된 후 1년 단위로 연장됐다.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 관련 행정지도는 2020년 4월, 상호금융의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중 가계대출 LTV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금융당국은 그림자 규제로 지목된 행정지도를 폐지하거나 아예 법규화하기 위해 일괄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행정지도가 금융회사에 부담을 줘 금융산업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풍선 효과’ 단속 강화

가계부채 행정지도도 연장 횟수가 1번으로 제한된다. 법제화 과정을 밟고 있는 행정지도만 해당 법률이 시행될 때까지 1번 이상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 행정지도는 폐지와 법규화의 기로에 서 있다.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행정지도를 폐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출 조건을 강화한 '9·13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됐지만 그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말 가계신용 잔액은 1534조 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 1450조 8000억원보다 83조 8000억원(5.8%) 늘어났다. 연간 증가폭은 4년만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금융당국은 해당 행정지도를 없애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계부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관계자는 “가계부채 개선이 필요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이뤄지면 행정지도를 폐지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판단을 한 상태가 아니”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행정지도를 법규화하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제재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사가 어떤 규제를 합리적으로 여기는지 협의 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도입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올해 2분기 2금융권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은행의 가계대출에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가계대출 금액의 13%를 자본으로 쌓는데, 부동산 경기 부침에 대비해 2.5%를 더 쌓게 하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관련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업권별 대출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증가율을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대출이 지나치게 쏠린 금융회사를 파악해 연간·신규대출 한도를 설정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사업자 대출에는 사업을 위한 대출이 있고, 가계대출도 있다”며 “다루기 가장 조심스럽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5%대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까지 연평균 증가 목표율도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 예측치인 5%다.

제도권 대출을 억누르면 사금융이 성행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방안도 진행중이다.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초과하는 대출의 모든 이자에 대해 '반환청구권' 도입이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는 최고금리 초과 이자만 무효지만, 이 같은 불법대출의 이자는 전액 무효로 하겠다는 것이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봄기운을 맞아 ‘가계부채’ 문제가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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