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수장이 쏘아올린 ‘개헌의 공’ 어디로?
국회 수장이 쏘아올린 ‘개헌의 공’ 어디로?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4.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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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타결식 ‘개헌 로드맵’

정치권의 영원한 화두인 ‘개헌론’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더구나 진원지가 문희상 국회의장이어서 후폭풍이 한층 거셀 전망이다. 문 의장은 최근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복수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추천후보 중에서 총리를 임명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 역대 대통령들마다 불거졌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자는게 가장 큰 이유다. 문 의장은 “새로운 100년의 대장정을 개헌으로 출발해야겠다"며 "국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 입법의 첫 번째도 개헌"이라고 밝혔다. 뜨거워지고 있는 개헌론의 향방을 살펴봤다.

 

여권 발 개헌론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 출신의 문 의장이 개헌론의 불쏘시개를 다시 붙였다. 그는 “촛불 민심의 명령을 제도화로 마무리하는 게 국회의 책무"라며 "역사적으로도 모든 혁명적 대사건은 개헌이라는 큰 틀의 제도화, 시스템의 대전환으로 마무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대표적인 사례도 언급됐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그 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돼 왔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로 성사는 쉽지 않았다.

문 의장은 한국 정치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승자독식 구조"를 언급하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인 사고, 대결적인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도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의장은 “중산층이 감소할수록 극단의 정치가 활개치고 선동가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민통합은 외면하고 반목과 갈등을 이용하는 나쁜 정치를 배제해야 한다는게 문 의장의 주장이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며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으로서 개헌은 소명이며 책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어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일괄타결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책임총리제’ 실현

문 의장의 '국무총리 복수 추천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야가 합의해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 한 때 실행됐던 책임총리제의 실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합의는 매번 실패했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핵심으로 한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결정족수가 미달돼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문 위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제헌절 경축사에서도 개헌론을 ‘국민 명령’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엔 국회의 국무총리 복수추천제, 내년 4·15 총선에서의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언급된 만큼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정치권에서 개헌 필요성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도 그동안 꾸준히 개헌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 당위성에 공감하고, 의장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한국당도 올 초 선거제 개혁 논의가 정치권을 달구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월 “4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짓고, 가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해 내년 총선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문 의장의 개헌 제안은 실현 가능성 큰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도 총리 추천제에 지지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마다 ‘동상이몽’이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시간만 보낼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초 민주당은 총리추천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데 반해 한국당은 국회의 총리선출제와 함께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내치를 나눠 맡는 혼합정부제를 요구했다. 토지공개념 도입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경제민주화 등의 이슈들도 색깔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 지도부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홍 원내대표는 “경제 활성화 입법마저도 안 될 만큼 국회 상황이 너무 어렵다”며 개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내비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내각제적인 요소가 들어간 개헌안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차기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문 의장이 제안한 개헌 논의가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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