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지음/ 창비

 

신동엽(申東曄, 1930~69) 시인의 50주기를 맞아 그의 ‘산문전집’이 간행되었다. 시인이 생전에 쓴 평론과 수필, 시극, 편지, 일기, 기행문, 방송대본 등을 총망라한 결과물이다. 1975년 초판과 1980년 증보판이 나왔던 '신동엽전집'(창작과비평사) 이후 새로이 출간·발굴된 글과 관련 자료 들을 반영해 더욱 충실한 신동엽 전집을 낼 필요에서 2013년 '신동엽 시전집'을 선보인 데 이어 6년 만에 '신동엽 산문전집'이 간행된 것이다. 기존의 '신동엽전집'과 미발표 산문집 '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 1989)에 수록된 산문을 한데 모으면서 오류들을 바로잡고, 새로이 발굴된 미간행 원고를 포함했다.

우선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과 오페레타 '석가탑'을 1부에 포함했다. 시 못지않게 시인의 중요한 작품으로 일컬어져온 글들이다. 2부에는 시인의 시 정신을 보여주는 평론 17편을 담았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빛을 발하는데, 집필 당시의 문단 풍경을 파악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됨은 물론 지금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3부 수필편에는 경수필이라고 불릴 만한 글들을 모으고, 간단한 단상(斷想)들을 따로 분류해 수록했다. ‘서둘고 싶지 않다’ ‘나의 이중성’ ‘어느날의 오후’ 등의 제목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시인의 또다른 면모를 흥미롭게 살필 수 있는 산문들이다. 4부에는 1951년부터 1954년까지 쓴 일기들을 모았다. 한국전쟁과 전후의 암울한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겪은 갈등과 고뇌가 엿보인다. 이어 5부는 부인 인병선 여사와 연애 시절부터 주고받은 편지를, 6부는 1964년 제주도를 여행한 기행문을, 7부는 라디오 방송대본을 묶었다.

 산문전집에는 시전집에 이어 시인의 육필원고 더미에서 발굴된 새로운 자료가 수록되었다. 먼저 언급할 자료는 1967~68년경 동양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내 마음 끝까지’라는 프로그램의 대본(22편)이다. 시인은 이 대본을 직접 쓰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데, ‘편자의 말’에 밝혀져 있듯이,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시인이 해설하는 내용들은, 독자들이 시인의 사유나 감성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두번째는 시인의 등단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와 관련해 당대 문단을 비판한 '시 정신의 위기'라는 평론이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제목과 논지를 약간 다르게 쓴 '만네리즘의 구경(究竟)'이라는 평론도 이해를 위해 함께 수록했다.

세번째는 부록으로 제시한 '석림(石林) 신동엽 실전(失傳) 연보'이다(‘석림’은 신동엽의 필명). 청년 시절 시인이 활동한 문학동인 ‘야화(野火)’의 일원이자 경찰 출신인 ‘노문(盧文)’ 씨가 1993년 남긴 증언이다. 한국전쟁 당시 시인의 행적으로 알려진 좌익 및 빨치산 활동 경력에 대한 상당히 신뢰할 만한 기록인 동시에, 청년 신동엽의 교우관계 등을 짐작하고 그의 성품과 사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귀한 자료이다.

‘부록’에서는 이와 더불어 ‘시전집’ 출간 이후 시인의 연보 중 새롭게 밝혀진 사항과 최근까지의 관련 정보를 보완해 ‘생애 연보’와 ‘사후 관련 정보’로 나누어 담았다. 시인을 기리고 우리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198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동엽문학상의 역대 수상자 명단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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