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국내 2위 항공사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비행을 준비중에 있다. 채권단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수정 자구계획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누가 아시아나 항공을 품에 품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천억원의 자금수혈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이 계획을 거부했고 이후 수정작업이 진행돼 왔다.

매각이 확정되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을 팔게 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그룹의 핵심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업계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계 60위권으로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추락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정했다”며 “임직원에게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6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전날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금호산업 이사회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번 회계 사태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이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면서 “이 결정이 지금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의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과정을 소개하면서 “임직원과 31년간 무에서 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신생 항공사로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경쟁사와의 치열한 노선경쟁을 펼치며 고생했던 수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심경도 표현했다.

박 전 회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며 “마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처럼 아시아나인 모두가 자기 파트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아시아나만의 고유한 하모니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할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애정을 가져왔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며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통매각 방식’ 관심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항공사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에선 최소한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조원에 육박하거나 아니면 수천억원만 투입해도 인수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7조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연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1조 3천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변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9%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팔기로 했다.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서는 이 지분의 매입이 필수적이아른 얘기다.

시장에서 아시아나 매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몸값이 치솟는 것은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33.49%의 가치는 이미 6천억원선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는 채권단에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에서 인수자 요청이 있을 경우 별도로 협의하겠지만, 자회사를 함께 매각하는 '통매각'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도 함께 묶어서 매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4.17%, 에어서울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76.22%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는 여전히 중요 변수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7조 979억원, 부채비율은 649%에 이른다. 총 차입금은 3조원에 달하고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 3200억원이다. 매년 2조원이 넘는 항공기 리스 비용 등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일각에선 이런 추산이 부풀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의 실제 부채가 약 3조 7000억원 가량이며 실제 인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부채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모든 부채를 다 갚아야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부채를 인수해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자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창출 능력이 연간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5천억원 이상의 증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 자금이 1조원에서 2조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실사 과정과 협상을 거치며 가격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매각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매각으로 재무 상황이 안정적인 곳에 인수되면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는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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