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종로꽃시장

 

지금 종로 6가 일대는 싱그러운 봄 향기로 가득하다. 바로 종로꽃시장 덕분이다. 여느 꽃시장과 달리 노점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이다. 길거리에 내놓고 팔기 때문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문을 닫을 때도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노점이 일렬로 쭉 이어지는데 차도 쪽으로 화분을 내놓는다. 꽃과 화분은 물론 묘목과 모종 등도 판매한다. 다른 꽃가게에서 보기 힘든 품종들도 이곳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봄과 함께 활짝 핀 종로꽃시장을 찾았다.

 

동대문에서 종로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시장. 동대문은 항상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오토바이가 짐을 싣고 위태롭게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도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오토바이와 사람이 뒤엉킨 느낌이다. 시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앞사람들이 걷는 흐름에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시장 앞에 다다랐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수막. ‘상인 130명이 만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도심 속 정원 종로꽃시장’이라고 적혀있다. 그 뒤로는 ‘상인 130명이 만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도심 속 정원 종로 꽃나무시장’이 이어진다. 차도엔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과 지나가는 차량이 위태롭게 엉켜있다. 입구가 가장 붐빈다. 근처 다른 시장을 가던 사람들도 활짝 핀 꽃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춘다. 이름 모를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각양각색이다. 크고 화려한 꽃이 있는가 하면 작고 수수한 꽃도 보인다. 길쭉한 수선화는 노오란 꽃을 피워냈고, 사계국화는 작지만 강렬한 보랏빛을 낸다. 반대로 수국은 잔잔한 수채화빛으로 물들었다. 이 외에도 매발톱, 로벨리아, 데모르, 마가렛 등 처음 보는 꽃들이 많다. 야생화는 물론 서울의 여느 꽃집에서 구하기 어려운 종도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봄철에 특히 잘나가는 것은 텃밭용 모종이다. 어디서나 키우기 쉬운 쌈 채소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적상추, 청상추, 치커리, 루꼴라, 청겨자, 비트 등. 넓은 밭이 아니어도 햇빛 잘 받는 어디서든 잘 자라기 때문에 직접 길러먹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농약 걱정 안해도 되고, 또 직접 키워 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집 옥상이나 베란다, 길거리 작은 유휴공간에 나만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쌈채소 외에 토마토, 고추, 오이, 호박, 딸기 등도 기르는 맛이 쏠쏠하다.

 

식물 인테리어 일명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가 꾸준한 인기다. 딱딱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구와 그림, 장식품 대신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이용, 내부를 장식하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공기 정화식물 스투키, 산세베리아 등은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긴 초록잎을 가진 세련되고 이국적인 극락조도 요즘 떠오르는 대세 식물이다. 야자화분인 테이블야자, 아레카야자, 대나무야자도 화학물질 크실렌, 톨루엔과 실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독소인 포름알데히드를 없애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효자 상품이다. 안스리움과 스파티필름은 암모니아 흡수력, 휘발성 화학물질 제거가 뛰어나 주방, 화장실, 욕실 등에 많이 놓는다.

 

아기자기한 다육식물(다육이)도 인기가 많다.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대부분 햇빛을 굉장히 좋아하므로 실내에 별로 햇빛이 들지 않는다면 구매하지 않는 게 좋다. 그나마 선인장류가 비교적 적은 햇빛으로도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 줄기의 작은 부분만 잎꽂이해도 쉽게 뿌리를 내린다. 기후만 잘 맞으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다. 햇빛을 좋아하나, 한국 여름의 강한 햇빛은 또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햇빛 차광도 신경 써줘야 하며, 한국의 장마철을 버티지 못 하고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돌나물이나 기린초, 꿩의비름, 바위솔(와송)같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다육식물을 먼저 키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무위키 참조)

 

작은 화분과 화사한 꽃들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묘목들이 ‘나도 있소이다’ 하며 행인을 붙든다. 사과, 살구, 매실, 배, 감 등 과실나무뿐만 아니라 벚꽃, 철쭉, 목련 등 꽃나무도 많다. 아직 싹이 나지 않은 묘목들도 있지만, 연두색으로 싹이 올라오고 꽃이 활짝 피어있는 작은 묘목도 보인다. 이런 작은 묘목은 화분에서 키우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분갈이를 해주거나 밭에 옮겨 뿌리를 내리게 한다.

 

꽃시장하면 양재동 꽃시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종로에도 양재 꽃시장 버금가는 꽃시장이 있다. 가격도 비슷하고 종류도 다양하니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봄나들이 삼아 구경나가 보시길. 아참, 구매 시 카드는 되지 않으니 꼭 현금을 지참해가자. 딱딱한 도심 속에서 잠깐이나마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도심 속 아름다운 정원’이란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시장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