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굽는 호떡, 기다려주는 버스기사, 모두 정겹다
느릿느릿 굽는 호떡, 기다려주는 버스기사, 모두 정겹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4.1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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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연서시장

 

연신내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 연서시장. 은평구에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전통시장 중 가장 활발한 시장이다. 미로처럼 재미난 구조를 갖고 있어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인근 주민들과 북한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사람들로 항시 북적인다. 싱싱한 청과물, 수산물, 축산물뿐만 아니라 이름난 족발집부터 국수, 순댓국 등 맛집까지 촘촘하게 모여 있다.

 

여러 독특한 형태의 시장은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처럼 정말 정신을 쏙 빼놓는 곳은 없을 것이다. 연신내역 3번 출구로 나가니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신내역 바로 앞에 있지만 일부 구역이 공사를 하는 탓에 조금 우회해서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시장은 내부와 외부로 나눠져 있는데 건물과 건물주변까지 노점들이 모여 시장을 일군 것이다. 일단 맛있는 냄새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50년 전통 족발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연서시장의 자랑거리다. 족발뿐만 아니라 순대도 판다. 수제순대 1인분 5500원, 미니족 1만원, 참족 2만원, 머리고기 1만원이다. 이외에도 순댓국, 소머리국밥 등도 판다.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 주인아주머니는 저녁시간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잘 삶아진 족발을 자르고 포장한다. 때깔이 예술이다.

 

맛집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1945년에 개업한 원조 빈대떡집이 있는가 하면, 시장의 단골메뉴 통닭도 보인다. 그렇게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핫플레이스가 등장한다. 연서시장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던 터라 이런 곳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바로 실내포차다. 시장 건물 내부에 포장마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학교를 마친 여고생들, 회사원들, 어르신들, 장을 보러온 아주머니, 아저씨들 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그만큼 메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칼국수, 콩국수, 냉면, 잔치국수 등 국수 전문 포장마차가 있는가하면, 싱싱한 해산물 전문, 각종 안주 전문집도 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약주를 한잔 하고 계시고, 학생과 아주머니들은 이른 저녁식사를 하는 듯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주민들에게 특히 인기다.

 

건물 밖으로 나가본다. 단순히 시장골목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동통로이기도 하기에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좁은 통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것도 곤욕이다. 그 와중에도 발목을 잡는 맛집은 이어진다. 바로바로 튀겨주는 옛날통닭과 꽈배기, 도넛은 맛있는 기름 냄새로 자연스레 침샘이 열리게 한다. 만두집은 외관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니 화로에서 직접구운 장어를 판다. 참소라와 문어는 한 접시에 만원으로 저렴하다.

 

반찬가게가 있다. 어느 시장을 가나 반찬가게는 항상 가장 인기 품목이다. 각종 전과 김치, 잡채 외에도 게장, 나물, 멸치볶음, 조림 등.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반찬 해먹을 시간이 없는 요즘 사회에서 이보다 효자 품목은 없을 것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손이 많이 가서 해먹기 번거로운 반찬들은 주부들에게도 인기다.

 

계속해서 작은 노점들이 이어진다. 싱싱한 수산물을 파는 가게는 상인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고등어, 조기, 오징어, 대하, 꼬막, 전복, 주꾸미 등은 오늘 저녁 밥상에 어떻게 요리돼서 올라갈까. 가게 앞은 저녁 재료를 고르는 아주머니들로 가득하다. 고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믿고 먹는 시장 아니겠나. 상인의 추천으로 고른 저녁감을 들고 뿌듯한 표정으로 귀가를 한다. 그 옆에 있는 야채가게 역시 정신이 없다. 알배추, 당근, 돌미나리, 콜라비, 미나리, 고추, 감자 등 대부분 1000원~2000원 밖에 하지 않는 가격이지만 싱싱하다. 대형마트처럼 흙을 잘 털고 다듬어 깔끔하게 포장돼있다. 이 가게의 인기 비법이겠다. 조금 더 손이 가지만 그 노고를 알기에 손님들이 더 믿고 찾는 것이다.

 

옆에선 호떡을 판다. 달랑 작은 철판 하나만 두고 옛날 방식 그대로 호떡을 만든다. 느릿느릿 만들어나가는 할머니. 하지만 왜 이렇게 정감이 갈까. 시장을 찾은 사람들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 한 개씩 사가는 모습이다. 어설프게 탄 호떡이 철판 모서리에 놓여 있다. 그마저도 정감이 간다.

 

연서시장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 정류장에 멈추는 버스는 대부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기다린다. 버스기사의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덕분에 놓칠 뻔한 버스를 기자도 탈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자리에 전부 앉자 출발한다. 요즘 서울에서 참 보기 드문 광경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작지만 재미있는 구조로 탐방 내내 재밌었다. 맛있는 음식과 신선한 특산물들이 넘쳐나는 시장, 오감이 즐거웠다. 또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까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주민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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