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5개월만에 최대 위기

파국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이 ‘미래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미래당 내부에선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선언 1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내년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양대 계파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지각 변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힘겨루기까지 이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어두운 현재를 살펴봤다.

 

바른미래당 내 불협화음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1월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는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당시 안 대표는 “낡은 지역주의를 극복해 동서가 화합하고 통합된 나라를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대표도 “기득권 보수와 수구적 진보를 물리치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올 4·3 보궐선거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고 당내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은 당장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옛 국민의당 출신 호남의원들은 민주평화당과의 재결합을 고민 중에 있다. 박주선 전 미래당 대표는 “빅텐트 안에 민주평화당을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친문 세력 중에서도 중도 실용 민생정치에 동의한 분들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 전 대표는 최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해서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 한다”며 “민평당하고 합쳐서 호남에서의 선거만 생각하면 당시 살아날 수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법안을 놓고서도 당내에선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저마다 당의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극심한 내홍과 저조한 당 지지율 속에서 손학규 대표는 추석을 마지노선으로 정하는 초강수까지 던졌다. 손 대표는 “그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저는 그만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원외 인사들과 일부 안철수계 인사들마저 지도부 교체론을 주장하며 손 대표의 입지는 날로 약화되고 있다.
 

“추석이 마지노선”

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최고위원회으 파행도 장기화되고 있다. 손 대표는 조만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통해 이를 타파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바른정당 출신의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지난 4·3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손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이를 해당행위로 규정하며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최고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대표의 참석 요청에도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현 지도부 지속은 죽어가는 환자가 산소호흡기만 꽂고 있는 격"이라며 "당의 파격적인 변화가 없다면 국민들은 우리당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숨을 죽이고 있던 안 전 대표측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부 안 전 대표측 인사들은 손 대표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철수계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최근 손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면서 ‘안철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조기 복귀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 대표측은 일단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의 ‘정면돌파’ 의지는 바른미래당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연수 중인 안 전 대표가 친안계 의원들에게 현안 관련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안 전 대표가 이태규 의원과 잘 상의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미 미래당 구원투수로 ‘안철수 등판론’은 얼마전부터 회자됐던 카드다. 미래당의 내홍이 커질수록 안 전 대표의 이름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안철수계 원외지역위원장들은 회동 이후 “지금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게 대부분의 공감대”라며 “손 대표를 비롯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카드인지를 놓고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저마다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총선 공천 자리를 놓고 양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베리아 광야’에 선 손 대표가 휘청하고 있는 ‘바른미래당호’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