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스웨덴은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나라지만 주요 대도시 어디를 가도 성매매 시설이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스웨덴에는 성매매 자체가 없다고 알고 있는 외국인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스웨덴에도 성매매는 엄연히 존재한다.

일부 사람들은 스웨덴의 열린 문화를 생각해서 스웨덴이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공창 제도를 운영하는 줄 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창 제도도 없다. 결국 스웨덴의 성매매도 은밀한 공간에서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도 성매매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도 성매매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최대 도시인 스톡홀름에서 성매매업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드러내놓고 영업을 하는 성매매 업소는 없다. 한국의 성매매 집장촌이나 프랑스 파리의 ‘거리의 여인’들은 찾아볼 수 없다.

성 판매자의 대부분은 비스웨덴 여성들이다. 대체로 동유럽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다. 특히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과거 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발틱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우크라이나 몰도바 벨로루시 등지에서 유입된 여성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얘기는 한국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스웨덴 소설 ‘밀레니엄’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서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스웨덴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스웨덴 내에서 성을 파는 여성들 중 동유럽 계열이 60%를 조금 넘고,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성이 25% 내외, 남미 여성이 10% 내외를 이루고 있고, 스웨덴 여성은 0.1%를 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이나 국가의 범죄 조직에 의해 스웨덴으로 유입된다. 앞서 언급한 소설 ‘밀레니엄’에서는 이 문제를 직접 다루기도 한다. 러시아 마피아 등에서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의 여성들을 스웨덴으로 데리고 들어와 성매매를 시키고 살해하기도 하는 등의 이야기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성구매자만이 처벌받는다.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 관계를 의미하는 ‘매매’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권력자(성 구매자)’에 의해 ‘피해자(성 판매자)’가 발생하는 ‘폭력 범죄’라고 생각한다.

성매매를 권력(돈)에 의한 착취이자 인권침해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이런 규정은 1999년에 제정된 ‘성구매자처벌법’이다. 이 법은 이후 성매매 처벌에 대한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데, 인근 유럽의 다른 나라인 프랑스를 비롯해 멀리 캐나다까지도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 성매매를 처벌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바도 있는 페르 안데시 수네손 스웨덴 반인신매매 대사는 “스웨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성매매에 나선 여성 중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뛰어든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결국 빈곤이든, 또는 어린 시절 성적 학대나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그들에 대한 인권 침해의 성격이 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수네손 대사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사실상 타의에 의해 성폭력의 대상이 됐는데, 이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처벌해서는 안 되는 것이 스웨덴 성매매 처벌의 취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수네손 대사의 이러한 인식은 스웨덴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경우의 성매매는 남성(아직까지는 일반적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주의 최대 권력인 돈을 이용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9년 이 법이 처음 제정될 당시에는 스웨덴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공급이 없는데 수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단순한 시장 논리를 내세워 성판매자에게는 면죄부를 부여하고 성구매자만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당시에도 성판매자의 대부분이 가난한 나라의 이민자이거나 일시적으로 유입된 외국인이라는 점도 비판 여론의 이유였다.

하지만 곧 이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돈이라는 권력을 통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인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성판매자가 사회구조적 모순에 의한 비자발성인 반면, 성구매자는 완전히 자기 의지에 의한 자발적 행위이기 때문에 비도덕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스웨덴 의회는 1999년 성매매에 있어서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법을 제정햇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의회는 1999년 성매매에 있어서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법을 제정햇다. (사진 = 이석원)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성매매를 통해 경제적 삶이 향상되는 여성이 없다는 것은, 성 판매의 이익이 성판매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전형적인 착취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스웨덴 시민들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법을 시행한 이후 실제 스웨덴에서는 성매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스웨덴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남성의 성 구매율은 1999년 이전 17.6%였다가 2010년 7.6%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성매매 시장이 매우 축약된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입되던 성 판매 여성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단순한 성 구매를 넘어 비정상적 성행위 강요나 폭행 등이 동반됐을 때 이에 대한 신고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성 판매 여성에 대하 2차 범죄는 줄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경찰의 분석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성매매 처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성구매자 처벌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성구매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비록 20만 먕의 동의를 얻지 못해 청와대가 답변을 하지는 않앗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성매매는 시장 논리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요구의 발로일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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