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의까지 ‘산 넘어 산’

우여곡절 끝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하면서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최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처리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최근 개혁법안에 대한 일차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향후 패스트트랙 일정과 영향력을 전망해 봤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연합 전선이 마련됐다.

여야 4당은 지난 22일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처리키로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준연동형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여야 4당은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도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합의안을 마련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이 “20대 국회는 없다”며 총력 투쟁에 나선데다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패스트트랙에 담을 개혁법안 세부내용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공수처법은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 권한을 공수처에 부여키로 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 중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에 한해 기소권을 부여토록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여야가 각 두명씩 배정하고, 공수처장은 위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지정한 1인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공수처 수사·조사관은 5년 이상 조사, 수사, 재판의 실무 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했다.

여야 4당은 각당 의총에서 추인한 뒤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키로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사개특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제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미 공수처법에 대한 내부 교통정리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내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추인 과정에서 별 큰 어려움 없이 추인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추인 정족수는 과반"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법률, 정치의 산물”

한국당의 반발로 인해 정국은 당장 급랭할 분위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패스트트랙은 합의의 시작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의 조종이고 결국 합의의 거부"라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선거제 개편이 이뤄져 내년 4월부터 총선이 치러지게 되면 정국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이었다.

여야 4당은 지난 3월 중순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연동률 50% 적용’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지만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왔다.

청와대도 이번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조국 민정수석은 여야4당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합의안에 찬동한다. 법학은 이론의 체계이지만,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라고 뜻을 밝혔다.

여야4당은 각 당의 추인절차가 끝난 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 일정을 조율해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은 우선 담당 상임위에서 180일 동안 심사하고 기간 안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장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는데 90일이 주어진다.

법사위에서도 심사를 못 끝내면 안건은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올라간다. 본회의에서조차 논의 시작 60일 이내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때에는 자동으로 찬반 표결에 부쳐진다. 여기에 소요되는 기간은 모두 330일이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까지만 1년 남짓 걸리는 셈이다.

국회의장이 결단할 경우 기간은 본회의 논의 기간인 60일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270일 정도가 소요된다. 결국 패스트트랙의 최단 기간은 90일, 최장은 330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은 지난해 말 손학규 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감으로써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한국당의 역주행 등 정치권내 불협화음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에서 시작된 ‘패스트트랙’ 바람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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