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전장연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개 수배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 이는 홍남기 장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수장으로서 이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고 예산을 반영해야 했다. 홍 장관은 올 1월에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해 국토부가 추진하는 전국의 토목건설사업비로 24조원을 지원했다. 건설 분야에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들이면서 장애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예산적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각 지방의 인프라사업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토목사업이 좋다 나쁘다, 누가 어떻다는 등 갑론을박 하고 싶지는 않다. 31년 만에 추진하는 장애인등급제 단계적 폐지 공약과 약속에 상응하는 예산을 현 정부가 왜 모조리 잘라 내느냐는 거다.

 

- 거주시설을 ‘범죄장애인수용시설’로 특정했다.

▲ 2017년 기준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은 모두 1517개소에 3만 963명이 수용되어 있다. 30인 이상 대형시설은 319개로 절반이 넘는 1만9140명이 갇힌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성심재활원, 대구희망원, 동향원 모두 30인 이상의 대형시설이다. 201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정원을 30인 이하로 제한했지만, 대형시설은 예외다.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을 촉구한다. 특히 장애인거주시설 신규설치와 신규입소금지, 범죄장애인거주시설 즉각 폐쇄, 30인 이상 대형시설 5년 내 폐쇄, 2028년 4월20일까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중증장애인에게 지원(자립생활)주택과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명시되도록 10년 내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와 함께 복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다.

 

-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주장하고 있는데.

▲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정책의 목표다. 장애인 정책과 인권에 관한 협약은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이라는 게 있다. 1981년 유엔이 정한 장애인인권은 세계의 장애인들과 국가 간에 장애인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이자 제안이다. 이것이 세계인권선언의 배경이다. 이미 20년, 30년, 40년 전부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따로 배제되고 격리되고 소외되어서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참여하고 통합해서 같이 살자는 취지다. 이게 유엔의 목표다.

 

- 강원도 동해안 산불 사태 때도 장애인들은 보호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지난 4월4일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 동해안 일대에 산불로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천 명의 주민들이 대피소로 대피해야 했다. 국가재난 상황에서 대국민 재난정보제공도 중요하지만,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 장애인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공중파 방송 3사도 산불재난 사태가 일어난 급박한 순간에 수어통역지원을 하지 않았다. 국가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마저도 하루가 지난 5일 오전 8시가 돼서야 수화통역을 지원했고, SBS는 오전 10시에 했다. MBC는 정오까지도 지원이 없었다. 화재발생 10시간 가까이 청각장애인들은 화재재난 대피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재난으로부터 위험한 상황은 비단 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다. 산불 재난이 일어난 지역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전체 재난문자 이외에 재난 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별도의 공지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지 못했다. 부양의무제나 장애등급제 등 장애인에 대한 주요복지를 줄이거나 제한할 때는 장애인 개인정보를 샅샅이 잘도 뒤지면서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재난위험에 처해 있을 때는 ‘모르쇠’다. 그러면서 개인과 민간장애인단체에 책임을 전가시켰다. 이번 동해안 산불 같은 자연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그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질 권리가 배제됐다.

 

- 복지부와 공영방송도 문제가 크다.

▲ 장애인에 대한 재난을 주관하는 주관 부처가 보건복지부(복지부)다. 과거에도 복지부는 메르스(MERS) 등 전염성이 높은 감염에 따른 ‘장애인 안전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원의 조정안 판결도 거부했다. 전국의 13개 장애인단체가 KBS ‘장애의 벽 허물기’와 ‘뉴스9’ 등에 수어통역 방송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제작이 어렵다고 거부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강원도 산불재난에서 보여준 장애인 배제가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보았듯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재난도 문제지만, 한국은 UN이 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도 지키지 않는 인권사각지대로 비난받고 있지 않나.

▲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재난을 비롯한 주요상황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의 알 권리를 명시한 장애인 복지법 22조가 있다. 내용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방송국의 장 등 민간 사업자에게 뉴스와 국가적 주요사항 중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자막 해설 등을 방영하도록 요청하고, 민간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로 명문화 되어 있지만, 국가재난 발생 시 장애인이 안전해질 목표를 규정한 ‘UN장애인권리협약 안전전략 과제 목표 7’(장애인 포괄적인 재난위험 감소 및 관리의 보장) 등 주요법안과 국제협약이 한국에서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 장애우와 대화를나누고 있는 박경석 대표
한 장애우와 대화를나누고 있는 박경석 대표

- 박근혜 정부 당시 ‘장애인 인권 가짜 보고서’ 제출해 유엔의 빈축을 샀다.

▲ 2006년 유엔이 제정한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한국은 2009년 협약에 비준한 나라다. 그로부터 10년이 됐다. 협약에 따라 한국은 5년마다 한번 씩 국가가 장애인정책과 인권을 어떻게 추진했는지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유엔의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보고 검토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협약에 근거해 권고안을 낸다. 한국은 10년 전부터 불량국가로 낙인 찍혔다. 첫 번째 이명박 정권도 그랬지만, 5년 전 박근혜 정부도 두 번째로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이명박 정권의 가짜 보고서는 유엔으로부터 ‘찐빠’를 먹었다. 5년 전 박근혜 정권의 ‘가짜보고서’를 복지부가 주관해서 작성한 보고서를 외교부가 받아 유엔에 보낸 조사보고서도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 문재인 정부 책임이 막중한데.

▲ 과거 정권들은 장애인 정책에 있어서 수치상 변화나 사회적 변화, 장애인복지정책, 장애인이 요구하는 문제점과 사안 등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잘하고 있다’는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국가는 장애인도 재난상황에서 일반 국민처럼 안전하게 살아남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국제협약도 국내복지법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급히 국가재난 발생 시 장애인 대피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KBS 등 공중파 3사도 장애인 복지법 22조에 따라 수화통역방송 등을 이행하고 장애인 재난대비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도 ‘UN장애인권리협약 실천전략 과제 중 목표 7’에 따라 장애인 재난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할 말이 있다면.

집권 2년 된 문재인 정권이 2017년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이 원하는 목표와 바람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가는 길이 험난하고 때로는 늦을 수도 있다. 서로 부딪히고 중도에 표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명확하게 인식했으면 한다. 물론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여야 한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라는 범주 내에서 정책결정이 누구를 먼저 우선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촛불정부가 변혁의 가시밭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적 시점에서 정권창출 배경과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한시도 잊지 말고, 좌고우면 하지 말고 국민이 바라는 올곧은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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