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 박물관마을을 아십니까?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 박물관마을을 아십니까?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4.30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된 동네 마실하기]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敦義門). 서울 성곽의 4대문 가운데 서쪽의 큰 문으로 서대문(西大門)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겐 더 친숙하다. 1396년 처음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 1422년 현재의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됐다. 이때부터 돈의문에는 새문(新門)이라는 별칭도 붙이고 그 안쪽 동네를 새문안골‧새문안 동네로 불렀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일제의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 확장을 핑계로 철거되어 지금은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경희궁터에서 독립문 쪽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쯤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식당골목으로 전성기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새문안 동네에는 가정집을 개조해 소수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방이 성행했다. 주변에 서울고, 경기고, 경기중, 경기여고 등 명문학교가 있었고 광화문과 종로2가 일대에는 유명 입시학원이 많아 사교육의 적지였다. 1970년대 이후 다수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옮겨가고, 과외 금지령이 내려지며 신문로 일대 과외방 열풍은 서서히 사라졌다. 같은 시기 교육청이 마을 뒤편으로 이전해오고 고층빌딩이 들어서며 송월길 가로변을 중심으로 인근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많아졌다. 1990년대 초부터는 떠나는 동네 주민들이 내놓은 주택이 개조되어 식당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후 새문안 동네는 식당골목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새문안 동네는 이웃한 종로구 교남동 일대와 더불어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됐다. 기존의 건물을 모두 허물고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이러한 전면 철거 후 신축이라는 기존 재개발 방식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시작된 도시재생 마을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 새문안 동네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마을의 삶과 기억이 잘 보존되어 있는 작은 마을 그 자체를 박물관마을로 남겨 서울시민의 역사문화자산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마을 내의 건물은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하고, 일부 집을 허문 자리는 너른 마당을 만들었다. 근현대 건축물 및 한옥, 조선시대 골목길, 언덕 등 정겨운 마을의 모습은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됐다.

 

60∼80년대 감성 고스란히

서울역사박물관 정류장에서 내린다. 경희궁 바로 옆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시작된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곳곳에 마을 지도가 붙어있지만 마을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 참고하면서 다니면 더 편리할 것이다. 마을은 크게 네 분류로 나뉜다. 체험교육관, 마을전시관, 마을창작소, 기타 시설. 체험교육관은 전부 한옥으로 돼있다. 마을 안내소 바로 옆에 있다. 한지공예, 서예, 화장‧복식, 음악예술, 자수공예, 닥종이공방, 미술체험, 차‧가배, 명인갤러리 등이 있다. 전통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놓았다. 체험교육관은 다음에 들르기로 하고 마을 구경에 나선다.

 

전시관 위주로 돌았다. 가장 먼저 돈의문전시관을 들어갔다. 돈의문 일대의 시대별 역사와 문화, 새문안 동네의 도시재생 삶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모형, 그림, 설명까지 알차게 구성돼있어 관람 내내 돈의문 일대의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했다.

독립운동가의 집은 3‧1운동과 4‧11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테마 전시관이다. 마치 그들이 실제로 머물렀을 법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엔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의상도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얼굴과 그들의 업적이 적혀있다.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구경하는 것 같다. 집 내부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다.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마을마당이 있는 곳보다 갈래길, 옛안길, 꼬리길 등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새문안 동네 당시의 모습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60~80년대의 골목길 모습이다. 작은 디테일까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골목마다 연탄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옛 간판과 당시 유행했던 문구들이 중간 중간 눈에 띄었다. ‘아빠 혼자는 싫어요.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다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등 그 시절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이 40∼60대 중장년층이었는데, 대부분 추억을 회상하며 들떠 있었다.

 

시간여행 떠난 듯

이 외에도 마을전시관에는 돈의문구락부, 시민갤러리, 서울미래유산관, 생활사전시관, 새문안극장, 돈의문콤퓨타게임장, 새문안만화방, 서대문사진관, 삼거리이용원, 작가갤러리, 서울생활사박물관 홍보관 등이 있다. 마을창작소로는 드라마 갤러리, 한옥 체험, 후레쉬 서울, 100년의 골목에서 아해를 만나다, 일상사유수집 프로젝트 등이 있다. 기타 시설은 돈의문상회, 서울도시 건축센터, 돈의문 AR체험관 등이 있다.

 

60~80년대로 되돌아가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또 연인과 친구들과 와도 좋은 장소다. 투어 프로그램인 ‘플레이 도스튼’도 추천한다. 마을에 관한 전반적인 안내는 물론 기존의 딱딱했던 틀을 벗어나 마을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영시간은 일 2회(오후 2시, 4시)이고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또 마을에서 추천하는 투어 코스도 있으니 참고하자.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까지.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이다.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 역사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이 살아있는 마을전시관. 돈의문박물관마을 꼭 한번 찾아가보길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