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톺아보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포스터

2015년 6월 출시 이후 단행본 문고 누계 250만 부 돌파. 파격적인 제목과는 상반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일본을 뒤흔든 스미노 요루의 동명 원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나’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담담한 필체로 그려내 전 세대를 뛰어넘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 2016년 연간 베스트셀러 단행본 픽션 부문 1위, 2016년 쓰타야 북스 상반기 랭킹 종합부문 1위, 독서 미터기 읽고 싶은 책 랭킹 1위 등 발매 이후 ‘너의 췌장’ 신드롬으로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다. 그 열풍을 이어 2017년 영화로 개봉했다. 영화도 흥행에 성공해 2018년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나오게 된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먼저 봤다.

학급 친구들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언제나 혼자 책만 읽는 자의적인 은둔형 외톨이 시가 하루카(키타무라 타쿠미). 아무도 찾지 않는 텅 빈 학교 도서관에 혼자 남아 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우연히 인기 만점 동급생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공병문고’를 발견한다. 그녀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이 비밀을 공유하면서 그녀와 잠정적인 친구 계약을 맺는다. 임시로 친구 계약을 맺은 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에게는 없는 그녀의 뭔가가 옮겨온다. 게다가 묘한 감정까지 쌓여간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밝은 소녀와 그 옆을 지켜주는 소년.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다. 자극적인 영화만 보다가 이런 담백한 영화를 접한다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영화의 강점이 아닐까. 수수하고 담백한 스토리, 또 일본의 문화와 배경까지 아름답게 잘 담아낸다. 특히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과 오래된 책이 가득 쌓인 넓은 도서관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또 이 두 배경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쿠라는 1년밖에 못사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그 시간 동안 주변사람들을 챙기며 함께 보낸다. 죽음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강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는 몸 상태만큼이나 약하다. 남들이 슬퍼하는 걸 자신이 견디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 시한부 사실을 숨긴 것이다. 때문에 더 밝게 웃고 더 친절하게 사람들을 챙긴다. 반대로 하루카는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할 정도로 나약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강하다. 친구의 비밀을 지켜준다.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사쿠라와 하루카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서로가 되고 싶어 한다. 서로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사쿠라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하게 보내려하지만 하루카는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사쿠라를 보며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내일, 아니 한시간 뒤라도 어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게 모든 이들의 인생인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풋풋한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를 것이다.

제목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좀비물, 공포물이냐는 물음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췌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 속에서의 속설을 말할 뿐이지 실제 췌장을 먹는다는 게 아니다. 영화 내용은 진부하지만 꽤 자극적인 제목에 이목이 집중됐으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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